[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다. 상대는 KBO 최고 타자 최정(37·SSG 랜더스)이었고 볼카운트는 3B1S로 불리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23)은 연거푸 2개의 직구를 던지는 선택을 했다. 마지막 5구째 공이 담장 밖으로 향하면서 개막부터 이어온 무실점 행진을 마감했다.
정해영은 16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2712명 입장)에서 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 실점 없이 8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철벽을 자랑해온 정해영의 평균자책점도 0에서 3으로 급상승했다. KIA는 정해영이 무너지면서 4-6으로 역전패, 7연승에 실패하고 14승 5패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
이날 KIA는 9회 말 2사까지 계획대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다친 이의리 대신 선발 등판한 김건국은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무난한 피칭을 했다. 이후 박준표(⅓이닝)-이준영(⅔이닝)-장현식(1⅔이닝)-곽도규(⅔이닝)-전상현(⅓이닝)-최지민(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SSG 타선을 압도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사이 KIA 타선은 1-3으로 뒤진 3회 초 김도영이 좌월 솔로포, 7회 초 김선빈의 좌월 동점 솔로포, 8회 초 이우성이 좌중월 역전 솔로포로 전세를 뒤집었다.
9회 말 등판한 마무리 정해영의 구위도 살벌했다. SSG도 최지훈-하재훈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로부터 이닝을 시작했지만, 최고 시속 150㎞의 빠른 직구에 그야말로 손도 대지 못했다. 최지훈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하재훈 역시 헛스윙만 연발하다가 끝내 삼진으로 타석을 떠났다.
최정에게는 쉽게 승부를 가지 않았다. 보더라인 피칭으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최정이 속지 않았고 볼카운트는 3B1S가 됐다. 여기서 정해영-한준수 두 KIA의 어린 배터리는 볼넷으로 최정을 1루로 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해영은 과감하게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찔러 넣었고, 다시 한번 높은 쪽으로 시속 147㎞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했다. 최정의 시즌 9호,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KBO리그 통산 홈런 역대 1위에 오르면서 이승엽(48) 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해영-한준수 배터리의 선택도 아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올해 정해영의 직구 구위는 웬만한 선수들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앞서 최지훈과 하재훈도 나름 콘택트와 파워에 자신 있는 선수들이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다음 타자 에레디아의 타격감이 하늘을 찔렀던 것도 이유가 됐다. 에레디아는 이날 경기서 유일하게 3안타를 때릴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 외야 왼쪽, 오른쪽 가릴 것 없이 때리는 통에 주자를 내보내는 순간, 끝내기도 각오해야 했다. 에레디아 다음의 한유섬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한유섬은 타율 0.194로 정확도가 높진 않았으나, 15개 안타 중 7개를 담장 밖으로 넘겼고 클러치 상황에서도 매우 강한 타자였다.
하지만 최정이 에레디아와 한유섬보다 더 극적인 상황에 차분하고 집중력이 높은 클러치 히터라는 걸 간과했다. 경기 후 최정은 "유리한 볼 카운트가 돼서 정해영이 (본인에게) 자신 있어 하는 공을 던져 나와 대결할 거라 생각했다"며 "홈런을 노리진 않았고 '그 구종(직구)과 코스(높은 쪽)로 승부를 겨룰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딱 맞아떨어졌다. 타이밍만 맞춰서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앞선 타석의 안타를 통해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낸 것도 최정으로서는 도움이 됐다. 최정은 "타석에서 집중했지만, 홈 경기라 부담이 많이 됐다. 기념구 때문인지 내 타석만 되면 공을 바꾸는 것도 신경 쓰였다. (김) 태군이는 옆에서 '온 국민이 형의 홈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해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다 어이없는 공에 방망이를 내기도 하고 5회 말 (장)현식이를 상대할 때는 나도 모르게 유인구에 헛스윙하고 삼진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7회 말 안타가 나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8회에 2명이 출루하면서 느낌이 왔다. 9회 말 정해영의 볼을 치겠다는 상상을 하고 9회 초 수비에 들어갔다. 오히려 찬스였으면 부담스러워서 결과가 안 나왔을 텐데 2아웃이라 마음 편하게 과감하게 돌렸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정의 말대로면 완벽하게 수 싸움에서 읽힌 것이다. 그리고 수 싸움에서 패한 대가는 정해영과 KIA에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가장 자신 있어 하던 직구가 홈런으로 연결되자, 정해영은 무너졌다. 이후 에레디아와 한유섬에게 직구가 아닌 변화구 승부를 겨루더니 결국은 에레디아에게 안타, 한유섬에게 끝내기 좌월 투런포를 허용하면서 패배의 아픔까지 맛봤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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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왼쪽)이 16일 인천 SSG전 9회말 2사에서 최정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
정해영은 16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2712명 입장)에서 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 실점 없이 8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철벽을 자랑해온 정해영의 평균자책점도 0에서 3으로 급상승했다. KIA는 정해영이 무너지면서 4-6으로 역전패, 7연승에 실패하고 14승 5패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
이날 KIA는 9회 말 2사까지 계획대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다친 이의리 대신 선발 등판한 김건국은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무난한 피칭을 했다. 이후 박준표(⅓이닝)-이준영(⅔이닝)-장현식(1⅔이닝)-곽도규(⅔이닝)-전상현(⅓이닝)-최지민(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SSG 타선을 압도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사이 KIA 타선은 1-3으로 뒤진 3회 초 김도영이 좌월 솔로포, 7회 초 김선빈의 좌월 동점 솔로포, 8회 초 이우성이 좌중월 역전 솔로포로 전세를 뒤집었다.
9회 말 등판한 마무리 정해영의 구위도 살벌했다. SSG도 최지훈-하재훈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로부터 이닝을 시작했지만, 최고 시속 150㎞의 빠른 직구에 그야말로 손도 대지 못했다. 최지훈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하재훈 역시 헛스윙만 연발하다가 끝내 삼진으로 타석을 떠났다.
최정에게는 쉽게 승부를 가지 않았다. 보더라인 피칭으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최정이 속지 않았고 볼카운트는 3B1S가 됐다. 여기서 정해영-한준수 두 KIA의 어린 배터리는 볼넷으로 최정을 1루로 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해영은 과감하게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찔러 넣었고, 다시 한번 높은 쪽으로 시속 147㎞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했다. 최정의 시즌 9호,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KBO리그 통산 홈런 역대 1위에 오르면서 이승엽(48) 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KIA 정해영(오른쪽)이 16일 인천 SSG전 9회말 2사에서 최정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
정해영-한준수 배터리의 선택도 아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올해 정해영의 직구 구위는 웬만한 선수들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앞서 최지훈과 하재훈도 나름 콘택트와 파워에 자신 있는 선수들이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다음 타자 에레디아의 타격감이 하늘을 찔렀던 것도 이유가 됐다. 에레디아는 이날 경기서 유일하게 3안타를 때릴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 외야 왼쪽, 오른쪽 가릴 것 없이 때리는 통에 주자를 내보내는 순간, 끝내기도 각오해야 했다. 에레디아 다음의 한유섬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한유섬은 타율 0.194로 정확도가 높진 않았으나, 15개 안타 중 7개를 담장 밖으로 넘겼고 클러치 상황에서도 매우 강한 타자였다.
하지만 최정이 에레디아와 한유섬보다 더 극적인 상황에 차분하고 집중력이 높은 클러치 히터라는 걸 간과했다. 경기 후 최정은 "유리한 볼 카운트가 돼서 정해영이 (본인에게) 자신 있어 하는 공을 던져 나와 대결할 거라 생각했다"며 "홈런을 노리진 않았고 '그 구종(직구)과 코스(높은 쪽)로 승부를 겨룰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딱 맞아떨어졌다. 타이밍만 맞춰서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앞선 타석의 안타를 통해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낸 것도 최정으로서는 도움이 됐다. 최정은 "타석에서 집중했지만, 홈 경기라 부담이 많이 됐다. 기념구 때문인지 내 타석만 되면 공을 바꾸는 것도 신경 쓰였다. (김) 태군이는 옆에서 '온 국민이 형의 홈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해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다 어이없는 공에 방망이를 내기도 하고 5회 말 (장)현식이를 상대할 때는 나도 모르게 유인구에 헛스윙하고 삼진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7회 말 안타가 나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8회에 2명이 출루하면서 느낌이 왔다. 9회 말 정해영의 볼을 치겠다는 상상을 하고 9회 초 수비에 들어갔다. 오히려 찬스였으면 부담스러워서 결과가 안 나왔을 텐데 2아웃이라 마음 편하게 과감하게 돌렸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정의 말대로면 완벽하게 수 싸움에서 읽힌 것이다. 그리고 수 싸움에서 패한 대가는 정해영과 KIA에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가장 자신 있어 하던 직구가 홈런으로 연결되자, 정해영은 무너졌다. 이후 에레디아와 한유섬에게 직구가 아닌 변화구 승부를 겨루더니 결국은 에레디아에게 안타, 한유섬에게 끝내기 좌월 투런포를 허용하면서 패배의 아픔까지 맛봤다.
KIA 정해영(왼쪽)이 16일 인천 SSG전 9회말 2사에서 한유섬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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