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202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전년도 홈런왕을 차지한 ‘거포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손목 수술을 받으면서 이탈했다. 샌디에이고는 백업 내야수였던 김하성(29)을 유격수로 쓰면서 2019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며된 특급 유망주 CJ 에이브람스(24)를 콜업해 경쟁을 붙였다.
개막 20경기에서 샌디에이고 유격수 자리를 두고 김하성과 에이브람스가 나란히 10경기씩 공평하게 나눠 선발출장했다. 플래툰으로 기용되면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였는데 승자는 김하성이었다. 그해 4월까지 개막 한 달간 김하성이 16경기 타율 2할7푼1리(48타수 13안타) 3홈런 10타점 OPS .926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에이브람스는 15경기 타율 1할4푼6리(41타수 6안타) 1홈런 2타점 OPS .499에 그쳤다. 유격수 수비에서도 김하성의 안정감이 여러모로 거칠었던 에이브람스를 압도했다. 5월부터 밥 멜빈 당시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을 붙박이 유격수로 고정했고, 에이브람스는 5월11일 트리플A로 내려갔다.
이후 한 달 반 가까이 흘러 6월21일 에이브람스는 다시 빅리그로 콜업됐다. 매니 마차도가 발목을 다쳐 빠진 기간 김하성이 3루수로, 에이브람스가 유격수로 나서며 한시적으로 동시 기용됐다. 7월초 마차도가 수비에 복귀하자 에이브람스는 다시 백업으로 밀려났고, 결국 8월2일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됐다. 샌디에이고가 강타자 후안 소토와 조쉬 벨을 받는 대가로 5명의 선수를 넘겼는데 에이브람스는 투수 맥켄지 고어, 외야수 제임스 우드와 함께 워싱턴이 원한 핵심 유망주였다.
워싱턴 이적 후 주전 유격수로 다시 기회를 받은 에이브람스는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151경기 타율 2할4푼5리(563타수 138안타) 18홈런 64타점 83득점 32볼넷 118삼진 47도루 OPS .712로 일발 장타력과 빠른 발을 보여줬지만 전반적인 타격 생산성이나 수비력은 아쉬웠다. 22개의 실책을 범했고,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는 -8로 리그 하위권이었다.
올해도 OAA -4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유격수 32명 중 꼴찌로 수비는 여전히 나쁘지만 타격에서 잠재력이 폭발 중이다. 지난 2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1회말 선두타자 홈런으로 포문을 연 에이브람스는 9회 동점의 발판이 된 2루타를 치고 나가며 연장 10회 워싱턴의 5-4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까지 올 시즌 17경기 타율 3할(70타수 21안타) 6홈런 12타점 13득점 6볼넷 15삼진 3도루 출루율 .355 장타율 .700 OPS 1.055를 기록 중이다. 2루타 4개, 3루타 3개를 더해 장타율은 양대리그 통틀어 전체 1위에 빛나며 OPS도 무키 베츠(LA 다저스·1.117), 마르셀 오수나(애틀랜타 브레이브스·1.088)에 전체 3위에 랭크돼 있다.
시즌 초반인 것을 감안해도 타격의 질이 예사롭지 않다. 평균 타구 속도(87.4마일→90.1마일), 배럴 타구 비율(6.9%→12.5%), 하드 히트 비율(35.9%→39.3%) 모두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힘이 제대로 붙었다. 지난 17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에이브람스는 “많은 부분이 성장했는데 근육을 키우고, 체중을 늘린 것과 연관이 있다. 오프시즌마다 체육관에 많이 갔다”고 말했다.
2019년 샌디에이고 입단 당시 180파운드(81.6kg)였던 체중이 현재 공식 프로필상 191파운드(86.6kg)로 증가했다. 여전히 말라 보이긴 하지만 힘이 생겼다.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뽑힐 만큼 타고난 타격 재능이 있었는데 빅리그 경험을 쌓고, 힘이 더해지면서 잠재력이 폭발 중이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로 내보내 다른 팀에서 터진 1라운더 유격수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