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던 퓨처스 홈런왕을 일깨운 한화 외야수의 한마디 [오!쎈 대구]
입력 : 2024.04.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삼성 라이온즈 제공

[OSEN=대구, 손찬익 기자] “오늘 홈런은 정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이성규가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소감을 밝혔다. 

이성규는 지난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6회 1사 만루 찬스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5회 2사 후 우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이성규는 LG 두 번째 투수 이우찬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포크볼(131km)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현역 시절 KBO리그 최초 30홈런-30도루 시대를 연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 번의 찬스를 그야말로 정말 큰 빅이닝을 만들어냈다”고 삼성 타선의 집중력을 높이 평가했다. 삼성은 7-3, 8회 강우 콜드 게임 승리를 거두며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 이후 3연승을 달렸다. 14승 1무 11패로 SSG와 함께 공동 3위로 뛰어올랐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성규는 경기 후 “타구가 날아가는 걸 보면서 넘어갔구나 싶었다. 그라운드를 돌면서 이게 현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크볼을 노린 건 아니고 상대 투수가 직구와 포크볼을 주로 던지는데 높게 보고 쳐야겠다고 생각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시범경기 타율 3할3푼3리(36타수 12안타) 5홈런 11타점 7득점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고했던 이성규. 정규 시즌 10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리(145타수 30안타) 1홈런 18타점 23득점 4도루에 그쳤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 터. 그는 “시즌 초반에 실망 많이 했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못해서 그런 거라고 받아들이고 제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동성고와 인하대를 졸업한 뒤 2016년 삼성에 입단한 이성규는 어느덧 프로 9년 차가 됐다. 그동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던 그는 어깨 위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 결과는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준비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이성규의 말이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성규는 2020년 타율 1할8푼1리(216타수 39안타)에 그쳤으나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터뜨렸고 30타점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커리어 하이 시즌이 아닌 실패한 시즌으로 여겼다. 

그는 “1할대 타율을 기록한 게 너무 수치스러워 타격폼을 바꿨는데 그게 악영향을 미쳤다. 이후 타격 자세가 정립되지 않아 계속 변화를 주게 됐다. 이번 스프링캠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데 친구와 통화하다가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규에게 큰 울림을 준 친구는 한화 이글스 외야수 장진혁이었다. “제게 ‘왜 실패한 시즌이라고 생각하느냐. 홈런 10개를 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예전의 타격폼으로 돌아왔다. 자신 있던 폼으로 치니까 편해졌다”. 

팀 선배 김헌곤(외야수)의 조언도 이성규에게 큰 도움이 됐다. “헌곤이 형께서 ‘항상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거기 목매지 말자’고 말씀하셨다. 심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성규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보다 우리 팀이 상위권에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요즘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이 분위기대로 간다면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진만 감독은 “오늘의 히어로는 만루 홈런을 터뜨린 이성규다. 최근 이성규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려주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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