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에게 지난 주는 잊지 못할 한 주였다. 다사다난했다.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었다. 황성빈은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 의도치 않은 벤치클리어링 논란에 휘말렸다. 파울 타구를 치고 빠르게 복귀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당시 LG 선발 케이시 켈리가 불같이 화를 냈다. 이후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어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황성빈은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동안 황성빈의 행적을 두고 '밉상'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황성빈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지난 21일 KT와의 더블헤더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블헤더 1차전 멀티 홈런 , 2차전 투런포 등을 터뜨리며 3홈런 경기를 만들었다. 통산 홈런 1개에 불과한 황성빈의 인생경기였다.
김태형 감독은 "나도 그렇게 칠 줄 몰랐다. 앞으로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서 본인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다. 본인에게도 좋고 팀에도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홈런 3개 친 것은 우연이다. 멀리 치려고 노력했다고 멀리 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힘 있는 타자가 치려고 해도 홈런이 안나온다"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하지만 김 감독은 "뭔가 좋은 흐름이 황성빈에게 온 것 같다. 사실 작년에 주전이었던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갔다. 본인도 우선권이 안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걸 보고 있었다. 해왔던 선수들이 그만큼 확률도 높기에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뒤에서 훈련을 하면서 본인도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나도 기회를 줬다. 좋을 때 기회를 잡으면 계속 나가는 것이다. 황성빈은 계속 뒤에서 기다리면서 열심히 했다”라면서 지금의 결과들이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근 황성빈을 둘렀나 논란을 두고도 김 감독은 “밉상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전급 선수들은 그런 친구들을 밉상이라고 하겠지만 걔(황성빈)한테는 한 타석 한 타석이 너무 간절하다”라면서 “상대를 자극하지 말라는 것은 있지만 백업 선수들에게는 그 타석 하나로 결과가 좌우되니까 절실할 것이다. 절실해서 집중을 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황성빈의 최근 논란들을 감쌌다.
황성빈은 21일 경기가 끝나고 구단 수훈선수 인터뷰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의 응원가를 불러준 팬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는 "지난 주 더블헤더 2경기가 끝나고 들뜨지 않으려고 계속 신경 썼고 경기가 끝나고는 '세상이 날 속이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황성빈은 막역한 사이의 친동생이 있다. 그러나 항상 미안해 했다. 함께 야구를 했던 동생이었지만 황성빈을 위해 야구를 포기했다고 했다. 이런 동생을 위해서라도 황성빈은 야구를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동생은 황성빈의 원동력이었고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이 지난 21일 더블헤더에 나온 것.
그럼에도 동생은 황성빈을 더 걱정했다. 그는 "동생 (황)규빈이가 많이 좋아했다. 야구를 했던 동생이었는데, 스윙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라면서 "동생이 많이 걱정했다. '형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도 된다'라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는데 동생이 '까불지 말고 힘들면 얘기해'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주변의 말을 너무 신경쓰지 마라'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라고 많이 얘기해주더라. 규빈이가 더 좋아했다"라고 강조했다.
황성빈이 방황하는 것을 김태형 감독, 코칭스태프가 많이 잡아줬다. 그는 "코치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주변에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오랫동안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좀 더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라면서 "제가 방황하고 있을 때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황성빈은 순식간에 '거포'가 됐지만 황성빈의 강점은 스피드다. 올해는 이 스피드를 극대화 시켰다. 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현재 도루 공동 3위에 올라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도루 성공률 100%. 그는 "지금은 침착하게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이전 시즌들의 실패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도루 성공률이 나빴다면 의미 없는 시간들이 됐을텐데, 지난 시간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라며 "김평호 코치님께서 기본을 만들어주셨고 고영민, 유재신 코치님에게 배운 데이터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라고 웃었다.
황성빈은 팬들의 응원 메시지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무래도 최근에 비난이나 자극적인 단어들이 기사로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신경이 안쓰였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팬분들이 저에게 주는 메시지를 보고 힘이 많이 됐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고 싶은대로 해라', '충분히 잘하고 있다' 라는 메시지가 크게 다가왔고 저에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마성의 황성빈' 성공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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