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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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A에서 투구했던 당시 고우석의 모습. /사진=샌안토니오 미션스 구단 공식 SNS |
고우석(26)이 특유의 강속구는 물론, 완급 조절 능력까지 선보이며 깔끔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본래 실력을 완벽하게 되찾은 듯한 모습이다.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잭슨빌 점보슈림프 소속의 고우석은 18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121 파이낸셜 볼파크에서 펼쳐진 내슈빌 사운즈(밀워키 브루어스 산하)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MiLB) 트리플A 경기에 9회초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하면서 몸에 맞는 볼 1개만 허용한 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고우석은 팀이 3-4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로 요니 에르난데스를 상대한 고우석. 초구로 바깥쪽 높은 코스의 93.9마일(151.2km) 포심 패스트볼을 씩씩하게 뿌린 뒤 2구째 역시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했는데, 구속은 94.6마일(152.3km)까지 나왔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형성된 투구. 에르난데스가 받아친 공은 평범한 내야 땅볼로 연결됐고, 3루수 조나단 구즈맨이 잡은 뒤 1루로 가볍게 뿌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다음 타자는 프란시스코 메히아였다. 고우석은 초구로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는 85.2마일(137.1km) 슬라이더를 바깥쪽 살짝 낮은 코스로 뿌리며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2구째. 이번에는 자신의 장기인 93.4마일(150.4km)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강하게 붙이며 파울을 유도했다. 공이 1개 반 정도 빠진 볼에 메하이가 반응했다. 순식간에 유리한 0-2의 볼카운트를 점한 고우석. 3구째는 94.8마일(152.6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볼이 됐다. 결국 4구째. 이 장면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93.9마일(151.2km)의 묵직한 하이 패스트볼을 과감하게 뿌리며 메히아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고우석의 마치 솟아오르는 듯한 돌직구에 배트 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했다. 2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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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고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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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스1 |
고우석은 이제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다음에 상대한 타자는 차베스 영. 이번에는 비록 몸에 맞는 볼로 출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고우석의 팔색조 볼 배합과 완급 조절 능력이 빛났다. 초구는 83.2마일(133.9km) 슬라이더를 선택했는데, 비교적 가운데로 몰렸지만, 영이 타이밍을 빼앗기며 반응하지 못했다. 2구째로 몸쪽 스트라이크 존에서 절묘하게 공 반 개가 걸친 86.9마일 체인지업을 뿌렸는데 파울이 됐다. 다시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고우석. 하지만 3구째와 4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모두 볼 판정을 받은 뒤 5구째 뿌린 85마일(136.8km) 슬라이더가 영의 스파이크를 때리며 몸에 맞는 볼이 되고 말았다. 영은 고우석의 투구에 맞은 뒤 천천히 1루 쪽으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 고우석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프레디 자모라를 상대로 몸쪽에 꽉 찬 93.4마일(150.4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이 공을 자모라가 타이밍 좋게 제대로 잡아당기며 좌중간으로 날려 보냈다. 정타로 맞았지만, 아무래도 고우석의 구위에 밀린 듯 더 이상 뻗지 못한 채 중견수 조나단 데이비스의 글러브에 잡히고 말았다. 고우석이 깔끔하게 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공 12개로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 지은 순간이었다. 고우석의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4.8마일(152.6km)이 찍혔다. 비록 팀은 9회말 역전에 실패한 채 3-4로 패했지만, 고우석의 투구만큼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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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은 지난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트리플 A로 향했다. 샌디에이고가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즈 1명을 받는 대신, 고우석과 유망주 제이콥 마시(22), 딜런 헤드(19), 네이선 마토렐라(23)까지 총 4명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내주는 1:4 트레이드였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시절 마이너리그 더블A 무대에서만 10경기를 뛰면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4.38을 마크했다. 이어 트레이드 후 트리플A 무대에서만 공을 던지고 있는데, 오히려 더블A에서 뛸 때보다 더욱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트리플A 4경기에 구원 등판해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찍고 있다. 총 5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5피안타 1볼넷 1몸에 맞는 볼 3탈삼진 피안타율 0.263,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0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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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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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시스 |
고우석의 트리플A 첫 무대는 지난 9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베르너 파크에서 열린 경기였다.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를 상대, 1⅓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당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2마일(약 150㎞)이 찍혔다. 이어 12일에는 역시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를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94.4마일(151.9㎞)까지 나왔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내슈빌 사운즈를 상대하면서 1⅔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고우석이 마이애미 이적 후 처음으로 실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다시 똑같은 팀인 내슈빌 사운즈를 만나 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고우석이 4경기 트리플A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콜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이애미는 당장 윈나우 버튼을 누른 샌디에이고와 다르게 시즌을 일찌감치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했다. 이에 특급 타자라 할 수 있는 아라에즈를 내주는 대신 유망주급 전력 4명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7일 "샌디에이고가 (아라에즈에게) 오버 페이했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마이애미가 질보다는 양을 선택했다고 한다. 마이애미는 이번에 받은 새로운 유망주들의 평가를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아직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고우석을 어떻게든 살려서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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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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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스1 |
한편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초 극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기간 2+1년, 총액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됐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가 된 것이다.
샌디에이고에 입성한 고우석은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된 채 더블A로 향했다. 이어 트레이드의 아픔까지 겪은 고우석은 최근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고 있다. 앞서 소속 팀인 샌디에이고와 계약에는 2025시즌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다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메이저리그 출전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고우석이 만약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때 구단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며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남은 시즌 동안 마이애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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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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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고우석. /사진=뉴시스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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