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한국 남자 골프계의 맏형 최경주(54, SK텔레콤)가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울컥했다.
최경주는 제주도 핀크스GC(파72/7,326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우승상금 2억 6,000만 원)에 출전 중이다.
3라운드까지 경기를 본 사람들은 최경주의 무난한 우승을 점쳤을 게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수월한’ 상황은 없다. 생각지도 못한 흐름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 흐름도 있고, 하강 흐름도 있다.
최경주에게 1~3라운드는 최고의 상승 흐름이었다. 1라운드를 공동 2위(이븐파)로 마친 최경주는 2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쳤다. 잘 치는 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스코어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방금 한 말에 신중해야 한다. 최경주가 2라운드 중간 합계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우뚝 솟은 날, 2위권(이태훈, 박상현, 한승수)은 겨우 1언더파에 턱걸이하고 있었다.
3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최경주가 1오버파(-6)를 치는 사이 2위 장동규가 2타를 줄였는데도, 장동규의 3라운드 중간 합계는 1언더파였다.
최경주 혼자 다른 골프장에서 경기하는 모양새가 사흘 내내 펼쳐졌다.
그랬던 최경주도 19일의 최종라운드에서는 바뀐 흐름에 고전했다. 추격자들이 조금씩 타수를 줄이는 사이 최경주는 무려 3타를 잃었다. ‘무려’라는 말은 앞선 3개 라운드와 비교해서 하는 말이다. 최경주는 최종라운드에서 버디는 2개, 보기는 5개를 기록했다.
최경주가 고전하는 사이 후배 중에선 역시 선배격인 박상현이 가장 많은 타수를 줄였다. 4타를 줄여 최종합계 3언더파를 만들어 놓았다. 최경주와 동타다. 연장이다.
결과론이지만 연장 승부 또한 최경주를 빛나게 하기 위한 정교한 장치였다.
파4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 1차전에서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이 방향이 이상했다.
최경주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17, 18홀을 도는데 허리가 안좋았다. 통증이 느껴지면서 스윙이 불편했다. 세컨 샷을 올리는데, ‘물에 들어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갤러리들의 반응이 약간 이상했다. 속으로 ‘한 번의 기회가 더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말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18번 그린 옆을 얕은 해저드가 흐르고 있었는데, 해저드 중간에 가로세로 2미터쯤 되는 작은 섬이 있었다. 최경주의 공이 그 작은 섬의 잔디 위에 앉아 있었다. 손으로 던져 올려놓기도 힘든 그런 자리였다.
최경주는 침착하게 세 번째 샷을 핀 근처로 올렸고, 파세이브까지 성공했다. 투온에 성공한 박상현도 파로 막아 승부를 2차전으로 끌고 갔지만 분위기는 왠지 손해를 본 듯했다.
예상대로였다. 두 번째 연장전에서 박상현은 두 번째 샷이 그린 바깥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최경주가 투온에 성공했다. 결국 박상현은 우승자를 위해 보기 퍼트를 먼저 하고 그린에서 물러나야 했다.
고난 끝에 얻은 우승은 백전노장의 감정을 자극했다. 우승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최경주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길 수 없었다.
최경주는 “기대하지 않았던 SK텔레콤 오픈 4승을 했다. 후배들과 열심히 잘 싸웠다. 감격스럽고 기분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경주의 말대로 그는 이 대회에서만 네 번째 우승을 했다. 1997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해 이번이 22번째 출전인 최경주는 그 동안 3차례(2003년, 2005년, 2008) 정상에 섰다. 이미 대회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다. 여기에 1승을 더 보탰다. KPGA 투어로는 통산 17번째 우승이다. 11년 7개월 만에 통산 승수 하나를 더 늘렸다.
또한 K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도 19년만에 갱신했다. 19일은 최경주의 54번째 생일이다. 종전 기록은 2005년 매경오픈에서 최상호(69)가 세운 50세 4개월 25일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을 거둔 최경주는 2020년부터는 만 50세 이상이 참가하는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날 우승으로 최경주는 전 투어에서 개인 통산 30승 고지에 올랐다. KPGA 투어에서 17승, 해외투어에서 12승을,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1승을 올렸다. 가장 최근의 우승은 2021년 9월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