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바이에른 뮌헨에서 어려운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독일 'T-온라인'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 스타 김민재가 내적 갈등을 고백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토마스 투헬 감독의 날카로운 비난에 대해 감정적으로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하지만 김민재는 투헬 감독이 쏟아낸 가혹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상처입지 않았다는 점도 이야기했다"라며 김민재의 인터뷰 내용을 알렸다.
분데스리가는 지난 11년 동안 바이에른 뮌헨이 지배했다. 10회 연속 리그 우승(2012-13, 2013-14, 2014-15, 2015-16, 2016-17, 2017-18, 2018-19, 2019-20, 2020-21, 2021-22, 2022-23)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며 그전까지도 이미 21회 우승을 기록, 독일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섰다.
과거 리그에서 단독 질주를 펼쳤던 뮌헨은 일반적으로 리그 종료를 여러 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상황이 많았다. 지난 시즌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경질되고 토마스 투헬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으면서 다소 불안한 전반기를 보냈지만, 아슬아슬하게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위기를 느꼈기 때문일까. 바이에른 뮌헨과 투헬 감독은 공격과 수비에서 월드 클래스 선수들을 영입하길 원했다. 그리고 해냈다. 해리 케인과 김민재를 영입하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월드 클래스 선수를 품었다. 지난 시즌 도중 지휘봉을 넘겨받은 투헬 감독은 그토록 원했던 두 선수를 얻었고 이들과 함께 바이에른 뮌헨의 12시즌 연속 우승을 노렸다.
실패로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역대급 무패 행진'을 달리는 바이어 04 레버쿠젠에 일찍이 리그 우승을 내줬다.
가장 혼란스러운 시즌을 보낸 이는 아마 김민재일 것이다. 김민재는 이적 직후 치른 DFL-슈퍼컵에서부터 교체로 출전하며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팀은 0-3으로 패배했지만, 김민재는 특유의 과감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시즌 개막을 알렸다.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시즌 초반 잦은 부상으로 번갈아가면서 결장하는 동안 김민재는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주전으로 올라선 것은 좋은 소식이나, 곧 '혹사 논란'이 뒤따랐다. 리그 개막 16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정도였다. 계속되는 출전에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김민재는 뮌헨 센터백 1순위였다.
김민재를 향한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시안컵 이후였다. 한동안 김민재를 기용할 수 없어지자 뮌헨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에릭 다이어를 영입했고 '굴러 들어온 돌' 다이어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구멍'으로 불리며 조롱받았던 다이어지만, 뮌헨에서는 출전할 때마다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김민재는 경기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이따금 찾아온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하이덴하임전에서 오랜만에 선발 출전했지만, 3실점에 관여하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이 치명적이었다. 당시 김민재는 무릎 부상으로 빠진 더 리흐트 대신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수비로 뒷공간을 허용하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선제골을 막지 못했고, 경기 막판엔 페널티 킥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바이에른 뮌헨은 2-2로 비기며 안방에서 승리를 놓쳤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콕 집어 힐난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민재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반격에 참여하면 안 됐다. 팀이 공을 갖고 있을 땐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로서 그렇게 자유롭게 반격을 펼칠 수는 없다"라고 꼬집었다.
투헬은 "너무 욕심이 많다. 압박 상황이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너무 쉬운 문제다. 거기에서 김민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투헬 감독은 같은 경기 페널티 킥 실점에 대해서도 "김민재는 두 차례 너무 욕심이 많았다. 5대2로 수비 숫자가 많았다. 김민재는 갑자기 불필요하게 호드리구의 안쪽 경고를 막아서려 했다. 그는 패스가 오는 순간 잘못된 위치에 있었다. 다이어가 도와주러 오고 있었지만, 반칙을 범했다. 너무 욕심이었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는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라고 구체적으로 김민재의 잘못을 짚었다.
공개적인 자리에 나선 감독들은 일반적으로 선수를 감싸지만, 투헬은 그렇지 않았다. T-온라인은 "김민재는 약 3주 전 바이에른 뮌헨에서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전 2실점에 모두 책임이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괴물'이 개인적인 악몽을 경험했다는 뜻"이라고 알렸다.
매체는 "당시 김민재는 아무 인터뷰도 하지 않았고, 취재진에게 고개를 숙인 채 슬픈 표정으로 '정말 죄송하다'라고 한 마디만 남기고 지나갔다"라고 전했다.
김민재로서도 혼란스러운 시즌이었다. T-온라인에 따르면 그는 지난 13일 볼프스부르크와 이번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 뒤 "난 수비수로서 언제나 신념을 갖고 경기했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그런 능력이 항상 요구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내적 갈등이 생겼다"라고 고백했다.
매체는 "김민재는 왜 내적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가? 실제로 그는 공격적인 수비와 적극적으로 공을 차지하려는 노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세리에 A 최고의 수비수로 뽑힌 이유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이탈리아 공격수들에겐 거의 극복할 수 없는 수비 괴물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라고 김민재의 2022-2023시즌 활약을 조명했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에선 김민재의 공격적인 수비가 오히려 독이 되곤 했다. 특히 후반기 들어 투헬 감독이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면서 더더욱 그랬다. 시즌 내내 투헬은 김민재의 '튀어 나가는' 습관에 대해 지적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김민재를 향해 "너무 욕심이 많다"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민재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펼치지 못해 머뭇거릴 때가 많았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전술적으로 감독님의 요구를 더 잘 수행했어야 했는데 언제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선수로서 실수를 하든 좋은 활약을 펼치든 간에 경기장 위에서 내가 잘하는 점과 잘하지 못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VfL 볼프스부르크전에 선발로 나섰고, 후반 29분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단단한 활약을 펼쳤다.
T-온라인은 "김민재는 기회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투헬 감독의 가혹한 비판에 영향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할 일을 해냈다. 그는 눈에 띄게 이전보다 절제된 플레이를 했고,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김민재는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며 여름 휴식기를 맞게 됐다"라고 칭찬했다.
어려운 후반기를 보낸 김민재는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입단 한 시즌 만에 나온 충격적인 이적설이다.
최근 독일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감독과 함께 수비 개편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나탄 타(레버쿠젠)를 영입하기 위해 우파메카노나 김민재 둘 중 한 명을 내보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김민재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다음 시즌에는 더 발전해야 한다. 시즌이 끝나면 선수로서 언제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뭘 제대로 했는지,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필요했는지 말이다"라고 전했다.
김민재는 "이제는 실수하고 약점을 노출했을 때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수로서 높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으려면 모든 점에서 잘 반성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 시즌에는 더욱 강해지겠다"라며 발전을 약속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