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메이저리그(MLB) 진출 전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트레이드마크는 포커페이스였다. 팀원들의 실책과 숱한 위기에도 표정의 변화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지는 모습에 팬들은 그를 괴물이라 불렀다.
하지만 12년 만에 한국 KBO 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은 조금 달랐다. 메이저리그에서처럼 마운드 위에서 감정 표현이 풍부해진 듯한 모습이다. 지난달 11일 잠실 두산전 친구 양의지와 맞대결에서 '빵' 터진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지난달 24일 수원 KT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서는 다양한 표정으로 난처함을 드러냈다.
새로운 팀원들과도 한층 감정 교류가 편해진 모습이다. 류현진은 25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서 류현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공을 커트해내는 이지영에게 혀를 내두르는가 하면 6회 말 2사에서 유격수 이도윤에게 꿀밤을 때리며 장난도 쳤다. 7회 초 터진 김태연의 역전 홈런 때는 손을 번쩍 들고 환하게 웃음 지어 한층 편한 모습을 보였다.
26일 경기가 취소되기 전 만난 류현진은 먼저 이도윤과 장난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이도윤은 하재훈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해 하재훈을 아웃시켰다. 그러나 송구가 약간 빗나간 탓에 1루수 안치홍이 어렵게 그 공을 잡았고 비디오 판독까지 간 결과, 최종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에 류현진은 "편한 타구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옆으로 던져서 꿀밤을 먹였다. 그래도 아웃을 시켜서 꿀밤을 준 것이다. 아니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김태연의 홈런 후 리액션에 대해서는 "내 투구가 끝난 상황에서 투아웃에 (김)태연이가 어떻게 보면 내게 승리 투수가 될 기회를 준 거라 나온 것 같다. 그전에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어서..."라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안겼다.
천적 최정과 승부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최정은 류현진이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전까지 타율 0.362(58타수 21안타) 4홈런으로 매우 강해 천적으로 불렸다. 그러나 올해 돌아와서는 타율 0.200(5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5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맞았으나, 이후 두 타석에서는 내야 뜬 공, 투수 앞 땅볼로 판정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최정은) 아직 내겐 어려운 타자다. (5회 세 번째 타석 미소는) 갑자기 나한테 번트를 대서 그런 표정이 나온 것 같다. 내 입장에선 엄청 고마운 번트였다. 노아웃 1, 2루였는데 '그것도 나한테 그렇게 잘 치는 최정이 번트를 댄다고?' 생각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지영이 형은 파울을 너무 많이 치길래 재밌었다.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많았던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12년 만에 복귀한 류현진은 시즌 초반 평균자책점이 8.36까지 치솟는 등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KBO 리그에 1군 무대로서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ABS에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낳았다.
적응은 한 달이면 충분했다. 이후 류현진은 차츰 이닝을 늘려가더니 최근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58, 17이닝 16탈삼진으로 '37세 괴물'에게 기대했던 퍼포먼스를 조금씩 보여줬다. 이에 한화 최원호 감독은 "초반에는 류현진이 몸도 늦게 올라왔고 ABS 적응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젠 KBO리그에 충분히 적응한 것 같다"고 답했다. 류현진 역시 "ABS는 그저 웃어넘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고 몸 상태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력도 고무적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주 무기 체인지업이 계속해 커트 당하고 장타로 연결되며 고전했으나, 최근 3경기에서는 과거 전성기 때처럼 확실하게 떨어지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 25일 SSG전에서도 체인지업으로만 다섯 차례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2012년 9이닝당 삼진 10.3개)처럼은 아니지만, 올 시즌도 조금씩 삼진 수를 늘리고 있다(2024년 9이닝당 삼진 8.3개).
류현진은 "아무래도 (12년 전보다) KBO 리그 타자들이 콘택트 능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 가기 전보다 삼진이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초반에는 체인지업이 직구처럼 거의 직선으로 가서 안타를 맞았다. 그러다 조금씩 떨어지는 무브먼트가 생기면서 타자들에게서 헛스윙이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런 무브먼트를 활용하면 헛스윙이 많이 나오고 땅볼이나 병살 플레이도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성적의 가장 큰 이유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올 시즌 류현진이 KBO 리그 역대 최대 규모인 8년 총액 17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복귀하면서 한화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랐다. 그에 대한 부담이 류현진과 한화 선수단 모두에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월 6승 17패로 고전하며 차츰 기대치가 낮아졌고 그사이 류현진은 리그에 점차 적응하며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은 "처음에는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다 내려놨다. 남들과 똑같이 선발 투수로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평균자책점 같은 것들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제 그런 부분도 언젠간 제 자리를 찾아갈 거라 생각해서 성적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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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5일 인천 SSG전 3회초 2사 1, 2루에서 이지영의 계속된 커트에 웃음 짓고 있다. |
하지만 12년 만에 한국 KBO 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은 조금 달랐다. 메이저리그에서처럼 마운드 위에서 감정 표현이 풍부해진 듯한 모습이다. 지난달 11일 잠실 두산전 친구 양의지와 맞대결에서 '빵' 터진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지난달 24일 수원 KT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서는 다양한 표정으로 난처함을 드러냈다.
새로운 팀원들과도 한층 감정 교류가 편해진 모습이다. 류현진은 25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서 류현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공을 커트해내는 이지영에게 혀를 내두르는가 하면 6회 말 2사에서 유격수 이도윤에게 꿀밤을 때리며 장난도 쳤다. 7회 초 터진 김태연의 역전 홈런 때는 손을 번쩍 들고 환하게 웃음 지어 한층 편한 모습을 보였다.
26일 경기가 취소되기 전 만난 류현진은 먼저 이도윤과 장난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이도윤은 하재훈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해 하재훈을 아웃시켰다. 그러나 송구가 약간 빗나간 탓에 1루수 안치홍이 어렵게 그 공을 잡았고 비디오 판독까지 간 결과, 최종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에 류현진은 "편한 타구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옆으로 던져서 꿀밤을 먹였다. 그래도 아웃을 시켜서 꿀밤을 준 것이다. 아니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김태연의 홈런 후 리액션에 대해서는 "내 투구가 끝난 상황에서 투아웃에 (김)태연이가 어떻게 보면 내게 승리 투수가 될 기회를 준 거라 나온 것 같다. 그전에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어서..."라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화 류현진(오른쪽)이 25일 인천 SSG전 6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며 유격수 이도윤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
천적 최정과 승부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최정은 류현진이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전까지 타율 0.362(58타수 21안타) 4홈런으로 매우 강해 천적으로 불렸다. 그러나 올해 돌아와서는 타율 0.200(5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5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맞았으나, 이후 두 타석에서는 내야 뜬 공, 투수 앞 땅볼로 판정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최정은) 아직 내겐 어려운 타자다. (5회 세 번째 타석 미소는) 갑자기 나한테 번트를 대서 그런 표정이 나온 것 같다. 내 입장에선 엄청 고마운 번트였다. 노아웃 1, 2루였는데 '그것도 나한테 그렇게 잘 치는 최정이 번트를 댄다고?' 생각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지영이 형은 파울을 너무 많이 치길래 재밌었다.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많았던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12년 만에 복귀한 류현진은 시즌 초반 평균자책점이 8.36까지 치솟는 등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KBO 리그에 1군 무대로서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ABS에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낳았다.
적응은 한 달이면 충분했다. 이후 류현진은 차츰 이닝을 늘려가더니 최근 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58, 17이닝 16탈삼진으로 '37세 괴물'에게 기대했던 퍼포먼스를 조금씩 보여줬다. 이에 한화 최원호 감독은 "초반에는 류현진이 몸도 늦게 올라왔고 ABS 적응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젠 KBO리그에 충분히 적응한 것 같다"고 답했다. 류현진 역시 "ABS는 그저 웃어넘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고 몸 상태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류현진(왼쪽)이 25일 인천 SSG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경기력도 고무적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주 무기 체인지업이 계속해 커트 당하고 장타로 연결되며 고전했으나, 최근 3경기에서는 과거 전성기 때처럼 확실하게 떨어지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 25일 SSG전에서도 체인지업으로만 다섯 차례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2012년 9이닝당 삼진 10.3개)처럼은 아니지만, 올 시즌도 조금씩 삼진 수를 늘리고 있다(2024년 9이닝당 삼진 8.3개).
류현진은 "아무래도 (12년 전보다) KBO 리그 타자들이 콘택트 능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 가기 전보다 삼진이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초반에는 체인지업이 직구처럼 거의 직선으로 가서 안타를 맞았다. 그러다 조금씩 떨어지는 무브먼트가 생기면서 타자들에게서 헛스윙이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런 무브먼트를 활용하면 헛스윙이 많이 나오고 땅볼이나 병살 플레이도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성적의 가장 큰 이유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올 시즌 류현진이 KBO 리그 역대 최대 규모인 8년 총액 17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복귀하면서 한화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랐다. 그에 대한 부담이 류현진과 한화 선수단 모두에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월 6승 17패로 고전하며 차츰 기대치가 낮아졌고 그사이 류현진은 리그에 점차 적응하며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은 "처음에는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다 내려놨다. 남들과 똑같이 선발 투수로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평균자책점 같은 것들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제 그런 부분도 언젠간 제 자리를 찾아갈 거라 생각해서 성적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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