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줄여봐'' 김한별 일깨운 '전설의 조언', 멈춰선 우승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력 : 2024.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양산=안호근 기자]
김한별이 8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김한별이 8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거리를 줄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1,2라운드 한국프로골프(KPGA)의 전설 최상호(69)와 함께 플레이를 한 건 김한별(28·SK텔레콤)에게 행운이었다. 하루 만에 샷이 달라졌고 단숨에 시즌 첫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김한별은 8일 경상남도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6억원)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하나를 엮어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1라운드 1오버파로 공동 84위, 2라운드 3언더파로 공동 35위로 뛰어올랐던 김한별은 중간 합계 8언더파 205타로 공동 6위로 순위를 수직 상승시켰다. 단독 선두 이규민(24·우성종합건설)과는 4타 차이다.

악천후 속에도 3라운드 최소타를 기록할 만큼 샷감각도, 집중력도 뛰어났다. 특히나 티샷의 정확도가 높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50%로 개인 시즌 평균(55.52%)에 미치지 못했으나 크게 벗어난 공이 거의 없었다.

김한별이 8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김한별이 8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2번 홀(파4)에서 칩인 버디로 기분 좋게 시작한 김한별은 6번 홀(파3) 정교한 아이언 티샷에 이어 뛰어난 퍼팅감으로 한 타를 더 줄였고 7번 홀(파4)에선 티샷이 러프로 향했음에도 웨지샷을 그린에 잘 올렸고 5m 가량 퍼트를 떨어뜨리며 기분 좋게 전반을 마무리했다.

큰 실수로 이어지지 않은 티샷, 아이언 샷감도 뛰어났지만 버디를 낚은 결정적 비결은 퍼터였다. 1,2m 버디 퍼트는 없었다. 모두 2m 이상이었음에도 김한별은 침착히 퍼트를 성공시켜 타수를 줄여갔다. 18번 홀(파4)에서 유일한 티샷 실수가 나왔다. 벌타를 받고 러프에서 펼친 샷이 홀 10m 거리에 떨어졌고 결국 마지막에 한 타를 잃고 경기를 마쳤다.

갑자기 반등을 한 이유가 있었다. KPGA에서 43승으로 최다승의 주인공인 최상호와 함께 플레이를 한 것. KPGA 우승자 자격으로 9년 만에 대회에 나선 최상호와 함께 플레이 한 김한별은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용기를 내 직접 궁금한 걸 물어보며 부족한 점을 메웠다.

경기 후 만난 김한별은 "1,2라운드 최상호 프로와 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았다"며 "투어에서 오래 뛰고 우승도 많이 하셨는데 잘 맞는데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셨냐고 물었더니 '다 핑계이고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의외로 힘을 빼라는 이야기가 기본적인 조언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거리 좀 줄이라고 조언해주셨다. '공을 몰고 가면서 코스 안에서 쳐야 한다, 최근 국내 선수들을 보면 100%의 힘을 다해 공을 멀리 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아쉽다'고 하시며 'PGA 선수들도 70~80% 힘으로 경기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감명을 받아서 오늘은 최대한 세게 안치고 부드럽게 치려고 했는데 마지막 티샷을 빼고는 대부분 티샷이 코스대로 갔고 그렇다고 거리가 안 나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나간 느낌도 있었다. 부드럽게 치면서 정타만 맞혀도 다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년 만에 KPGA 선수권에 출전한 최상호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PGA 제공
9년 만에 KPGA 선수권에 출전한 최상호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골프를 치는 순간부터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은 지겹도록 듣는다. 그럼에도 전설의 입에서 나온 말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김한별은 "코치님, 단장님도 많이 말씀해주신다. 김홍식 프로님께 항상 가장 먼저 여쭤본다. '힘 빼고 살살쳐'라고 조언해주신다"며 "계속 안 풀리다보니 진지하게 여쭤봤는데 그런 마음으로 다가가서 그런지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한별은 고개를 저었다. "유연성이 생각보다 없다. 내 스윙이 부드럽다고 생각지 않는다. (몸이) 많이 돌아갈 뿐이지 골반 유연성이 좋다거나 하지는 않다. 유연성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며 "아크가 작은 편은 아니라서 빈스윙 느낌대로만 쳐도 거리가 충분히 나오는데 5m, 10m를 더 치려고 하다보니 실수가 나온다. 그럴 때보면 상체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런 걸 방지하려고 생각하고 치니 잘 됐다"고 설명했다.

전설의 행동 하나하나가 김한별의 눈길을 끌었다. "주변 프로님들이 대하시는 것 자체가 이미 왕을 대하는 것만 같았다. 그걸 통해 저분이 걸어온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니 놀라웠다"며 "플레이에선 거리는 잘 안 나도 최 프로님께 맞는 코스에서 쳤다면 오버파는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모든 면에서 놀라웠다"고 전했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친 김한별은 "(비가 오면) 미끌어져서 우측으로 가는 샷이 많다. 의식적으로 페이드를 많이 쳤다"고 말했다.

동반 플레이를 한 김한별(오른쪽)과 최상호가 1라운드 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동반 플레이를 한 김한별(오른쪽)과 최상호가 1라운드 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건 퍼터였다. 김한별은 "퍼터가 잘 떨어지는 날은 잘 되는 날이다. 1,2라운드 때 잘 안됐는데 오늘은 보상 받은 느낌"이라며 "샷은 1,2라운드 때가 더 잘됐다. 퍼트가 안 들어가다보니 첫 홀 때와 안 들어가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오늘은) 클러치 퍼터가 잘 들어가니 마음도 편했다. 요즘 제 플레이를 생각하면 결국엔 퍼터 같다"고 전했다.

김한별은 통산 3승을 거뒀다. 그러나 2020년 2승, 2021년 1승을 챙긴 후론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달 KPGA 클래식 때 공동 7위. 그럼에도 전설의 가르침을 받은 김한별은 최다승 기록 경신을 목표로 삼았다. "뜻대로는 되지 않겠지만 솔직히 (최상호 프로보다)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는 큰 포부를 나타냈다.

연습량도 다시 늘려갈 계획이다. 김한별은 "솔직히 우승하기 전과 후에 연습량이 달라졌다. 과거엔 쉬는 날에도 열심히 했는데 투어를 거듭하면서 연습보다는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프로암까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치는데 그러면 월요일에 보통 쉬었는데 그 연습량 감소로 인해 경기력 저하까지 이어진 걸 어제 느꼈다. 부족한 걸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 자신 있는 샷을 할 때는 긴장도 안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긴장이 되고 미스가 나면 '어떻게 하지'라고 느낀다. 내가 잘 못하는 샷을 연습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당장 눈앞에 우승이 다가왔다. 4타 차로 벌어져 있지만 대선배의 조언 이후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 터다. 올 시즌 무빙데이 때 이 같은 성적을 낸 적도 없다. 대역전 드라마를 기대해 볼 법하다.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한별은 "오늘 같이만 치면 충분히 연장이나 1,2타 차로 극적 우승을 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한별이 8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 경기에서 퍼팅 경사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김한별이 8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 경기에서 퍼팅 경사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양산=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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