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2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알 나스르)가 이번에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디 애슬레틱'은 27일(이하 한국시간) "호날두의 좌절. 그는 심판과 행운, 그리고 어쩌면 흘러가는 세월 자체에 격노하고 있다"라며 호날두의 조지아전 분노를 조명했다.
앞서 포르투갈은 27일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4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조지아에 0-2로 패했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포르투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에 달하는 강호로 조지아(75위)보다 훨씬 강한 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 아무리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로테이션을 돌렸다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포르투갈은 득점 없이 무릎 꿇으며 3연승이 무산됐다.
호날두는 선발 출전했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는 등 경기 내내 분노한 모습이었다.
이날 호날두는 전반 28분 상대가 자기 옷을 잡아당기자 강하게 페널티킥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심은 반칙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오히려 두 팔을 들어올리며 따지고 든 호날두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결국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후반 21분 호날두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곤살로 하무스를 투입했다. 교체 지시를 받은 호날두는 물병을 걷어차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조별리그를 마친 탓인지 벤치에서도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를 본 디 애슬레틱은 "호날두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상황을 자신의 뜻대로 휘둘렀다. 하지만 유로 2024는 그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어느 무더운 저녁, 호날두는 심판에게 격노했고, 대기심에게도 격노했다. 아마도 자신의 꺼져가는 빛을 향한 분노일 수도 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조지아전 선발 출전 자체가 욕심이었다. 포르투갈은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16강 티켓을 확보했고,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예외였다.
디 애슬레틱도 "튀르키예전 선발로 나선 다른 9명 중 8명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쉬지 않았다. 그에게 모든 경기는 보유 중인 기록을 확장하고 팬들을 기쁘게 할 또 다른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호날두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점. 디 애슬레틱은 "호날두는 기록 경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는 주심에게 항의하며 옐로카드를 받았고, 하프타임에 터널로 내려가면서 4심에게 소리를 질렀다. 더 많은 처벌을 받을 위험도 있었다"라며 "호날두는 골을 넣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는 상대 골문만 바라봤다"라고 설명했다.
슈팅을 적게 한 것도 아니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슈팅을 12개나 날리며 대회 최다 슈팅을 기록했다. 매체는 "총 기대 득점(xG)는 1.1이었다. 그게 바로 문제다. 슛을 너무 많이 했다"라며 "호날두는 점점 더 화가 났고, 교체됐다. 그는 경기장을 떠나면서 아직도 화가 난 듯했다. 물병에 짜증을 풀고 플라스틱 상자를 발로 찬 뒤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서도 좌절은 계속됐다"라고 강조했다.
2년 전 한국전도 언급됐다. 호날두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부진하며 포르투갈의 1-2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교체되면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골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알 라이얀의 기적'을 썼다.
디 애슬레틱은 "2022 월드컵 한국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호날두는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휴식을 거부했다. 결국 교체됐고, 감독과 불화설을 부인해야 했다"라고 전했다. 호날두는 이후 16강전과 8강전에서는 벤치에서 출발했고, 5경기 1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유일한 골은 조별리그 가나전 페널티킥 득점이었다.
호날두가 메이저 국제 대회에서 조별리그 내내 침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체코와 튀르키예, 조지아를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던 호날두. 과연 토너먼트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 포르투갈은 오는 2일 16강에서 슬로베니아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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