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들 재밌지 않습니까?'' '2위' 홍명보 감독의 여유...''아직 경기 많이 남았어요''[포항톡톡]
입력 : 2024.06.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포항, 고성환 기자]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울산HD는 30일 오후 6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 '동해안더비'에서 포항스틸러스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울산은 11승 5무 4패(승점 38)로 2위에 머물렀다. 김천(승점 39)을 끌어내리고 선두 재탈환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3위 포항(승점 37)에 턱밑까지 추격당하게 됐다.

포항이 경기 시작 2분 만에 홍윤상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그리고 전반 18분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을 만들었다.

울산도 전반 25분 고승범의 멋진 프리킥 데뷔골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울산은 후반 들어 총공세를 펼치고도 포항의 '짠물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울산이 스틸야드에서 패한 건 659일 만이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전체적으로 지난 경기에 비해 썩 좋진 않았다. 특히 박스 안에서 조그만 실수로 쉽게 실점을 내줬다. 지난 경기도 마찬가지였다"라며 "경기 전에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집중력을 잃은 것 같다. 실점 장면도 우리가 충분히 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실점하면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되돌아봤다.

이른 실점이 발목을 잡았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에서 기본적인 이야기가 있다. 시작할 때 5분, 끝날 때 5분을 잘 지켜야 한다. 오늘은 시작부터 피로에서 나온 집중력 저하라고 할까. 집중력이 부족하면서 실점까지 나왔다. 그게 승패를 갈랐다. 결과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울산은 측면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홍명보 감독은 "부상 선수가 돌아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이명재, 루빅손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주 잘하는 선수들인데 부상이다. 그 선수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울산이 정말 강하다고 느낄 정도의 시기는 7월 중순이나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 전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이 6월에 잘 버텼다고 말했다. 오늘 패배하긴 했지만, 충분히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다만 6월엔 페널티킥을 내준 게 많았다. 실수로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은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막판 수비수 홍재석이 최전방에 투입됐다. 홍명보 감독은 "그 선수는 수비수다. 앞에서 해줘야 할 선수가 없어서 공격 숫자를 늘리려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헤더와 롱볼 외에는 뭐가 없었다. 그래도 몇 장면에선 수비수치고는 공격수의 재능도 보여줬다. 앞으로는 수비수로 성장할 것이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전방에 넣었다"라며 "마틴 아담은 7월 3일에 교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은 K리그 정상에 올랐던 2022시즌과 2023시즌 모두 초반부터 무섭게 치고 나갔다. 지금 2위라는 울산의 순위가 때로는 어색하게 보일 정도. 다만 올해엔 김천, 포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해 "보는 사람들 재밌지 않은가?(웃음)"라며 농담을 던진 뒤 "하는 입장에서는 매 경기 피가 말린다. 아직도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어찌 보면 K리그에서 하나의 볼거리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처럼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승하고 2위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매주 1위가 바뀌면 리그 전체적으로 흥미롭지 않나"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동해안더비 패배의 여파가 얼마나 클까. 홍명보 감독은 "솔직히 그런 건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속 이기다가 어쩌다 한 번 진 거다. 그거 가지고 우리 선수들한테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팬분들께서는 패배의 아픔이 굉장히 클 것이다. 거기에 대해 책임감도 있지만, 이 경기에서 졌다고 다른 경기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원정에서 한 경기 진 걸로 끝내고 싶다"라고 선을 그었다.

울산은 이날 많이 사용하지 않던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 구성상 어쩔 수 없다. 김기희, 임종은이 계속 풀타임을 뛰고 있다. 한 명이라도 부상당하면 대체 자원이 없다. 강민우, 홍재석을 통해 포지션을 여유롭게 돌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기존 선수들이 돌아오면 기존 플레이스타일로 할 것이다.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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