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속전속결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아치 그레이(18, 리즈) 하이재킹을 눈앞에 뒀다.
영국 'BBC'는 1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3000만 파운드(약 525억 원)에서 4000만 파운드(약 701억 원) 사이의 이적료로 미드필더 그레이 이적을 마무리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이어 매체는 "그레이는 토트넘과 장기 계약에 합의한 뒤 토트넘 훈련장에서 메디컬 테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트넘은 이대로 런던 라이벌 브렌트포드를 제치고 그레이 영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포드는 리즈에 비슷한 이적료를 제시했지만, 지불 구조와 보너스 조항 때문에 거절당했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토트넘 수비수 조 로든이 리즈로 이적한다. 로든의 이적료는 1000만 파운드(약 175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토트넘과 리즈 모두 서로 만족스러운 거래를 완료하기 직전이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그레이가 토트넘으로 향한다.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 사이에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 문서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시그니처 멘트인 "Here we go!"를 외쳤다.
이어 로마노는 "토트넘은 이적료로 약 4000만 파운드를 지불한다. 토트넘 이적을 수락한 그레이는 장기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로든은 1000만 파운드 정도로 리즈에 합류한다"라고 덧붙였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6년이 될 예정이다.
그레이는 2006년생 유망주로 중앙 미드필더와 우측 수비수가 주 포지션이다. 이외에도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187cm의 큰 키와 뛰어난 상황판단, 적절한 탈압박 능력과 패스 등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선수다.
실제로 그레이는 2023-2024시즌 리즈에서 공식전 52경기에 출전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30경기, 중앙 미드필더로 10경기, 수비형 미드필더로 6경기, 공격형 미드필더로 3경기를 뛰었다.
토트넘뿐만 아니라 여러 팀이 그레이를 눈독 들였다. BBC에 따르면 첼시와 리버풀도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레이는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되며 촉망받는 재능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이도 아주 어리기에 귀중한 팀그로운 자원으로 키울 수도 있다.
특히 브렌트포드가 그레이 영입에 가까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개인 합의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하이재킹만 아니면 그레이가 브렌트포드 유니폼을 입을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브렌트포드가 협상 막판에 이적료를 나눠서 내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엎어지고 말았다.
토트넘이 이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뛰어들어 그레이를 낚아챘다. 토트넘과 리즈가 그레이 이적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른바 'BBC피셜'까지 나왔다. 6월 30일에서야 영국 현지에서 토트넘의 그레이 영입이 긍정적 분위기라는 소식이 등장했다.
토트넘은 우측 수비수 에메르송 로얄이 팀을 떠날 예정이기에 페드로 포로의 백업 자원이 필요했다.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로 활용 가능한 그레이를 눈여겨보고 있던 이유다.
리즈로서도 아쉽지만, 그레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Profitability and Sustainability Rules) 규정 때문에 현금 확보가 급했기 때문. 리즈는 브렌트포드와 협상도 깨진 만큼 토트넘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상황. 협상에 장애물은 없었다. 거래는 하루사이에 최종 서명만 남겨둘 정도로 진척됐다. 토트넘이 올여름 1호 영입생으로 그레이를 발표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다.
리즈 팬들은 분노 중이다. 그레이는 3대가 리즈에서 활약한 '성골 유스'이기 때문. 할아버지인 프랭크 그레이와 아버지 앤디 그레이도 리즈에서 뛰었고, 친동생 해리 그레이도 리즈 유스팀 소속이다. 증외조부 에디 그레이는 리즈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기도 한다.
그레이도 만 15세의 나이로 리즈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르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팀 내 최고 기대주였던 그는 2021년 12월 아스날과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에서 벤치에 앉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당연히 리즈 팬들에겐 그레이와 작별이 단순한 유망주 이적이 아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그레이도 어릴 적부터 함께한 리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만, 이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 리즈 팬은 "그레이 가문엔 리즈 DNA가 흐른다. 그는 이미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할 말이 없다. 구단과 구단주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싶다"라며 분노를 터트렸다.
반대로 토트넘으로선 환영할 일. '멀티 자원' 그레이가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성장한다면 중원 고민도 덜어줄 수 있다. 기존 자원인 이브 비수마는 지난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한계를 노출했고, 올리버 스킵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스카이 스포츠'의 통계 전문가 폴 해리슨도 "토트넘이 4위 이상에 오르려면 더 나은 미드필드 보호와 충분한 수비 뎁스가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도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매체는 "여러 구단이 급하게 현금을 필요로 했다. 토트넘이 이를 이용해 PSR 마감 직전에 최소 한 명을 데려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 토트넘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최고의 젊은 인재를 확보했다"라며 기뻐했다.
돈을 아끼거나 간을 보면서 질질 끌곤 했던 과거 토트넘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일처리. 여기에는 전력 외 취급을 받던 로든의 존재도 컸다. 그는 지난 2020년 토트넘에 합류한 뒤 한 번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리즈에서는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보냈다.
마침 리즈도 로든 완전 영입을 원하고 있었기에 토트넘과 대화가 잘 통했다. 로든 역시 입스위치 타운과 레스터 시티의 관심을 받았지만, 리즈행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정 문제로 인해 이적료 협상이 쉽지 않았다.
앞서 토트넘은 입스위치가 로든의 이적료로 제안한 1000만 파운드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레이를 영입하기 위해 리즈의 같은 제안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상 토트넘이 3000만 파운드를 들여 그레이를 데려오는 셈이다. 과연 토트넘과 리즈 양측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까.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퍼스 글로벌, BBC, 파브리시오 로마노, 리즈 라이브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