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천하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알 나스르)도 그의 어머니도 울었다.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일(한국시간) "어머니의 눈물이 어떻게 호날두를 붕괴시켰는가. 호날두의 69세 어머니는 아들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호날두도 눈물 바다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포르투갈은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16강에서 슬로베니아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포르투갈은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공세를 펴쳤지만, 좀처럼 골키퍼 얀 오블락을 뚫어내지 못했다. 특히 '캡틴' 호날두가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며 역적이 될 뻔했다.
연장 전반 14분 디오구 조타가 천금 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이는 바로 호날두. 호날두는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슈팅을 날렸지만, 다시 한번 오블락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그러자 호날두는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연장 전반이 끝나자 죄책감 때문인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동료들이 황급히 달려와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호날두를 빼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보냈다. 그는 호날두를 포함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면서 팀을 북돋웠다.
호날두가 이토록 감정적으로 반응한 이유엔 어머니의 눈물도 있었던 모양이다. 데일리 메일은 "호날두의 어머니 돌로레스 아베이로가 아들의 실축 후 관중석에서 울고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또한 호날두는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 관중석을 올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호날두는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눈물을 터뜨렸고, 연장 후반이 시작되기 전 동료들의 위로를 받아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호날두는 마지막엔 웃었다. 포르투갈 수문장 디오구 코스타가 3연속 선방쇼를 펼치며 팀을 구했다. 그는 슬로베니아의 1번, 2번, 3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포효했다.
반면 포르투갈은 3명의 키커가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호날두도 첫 번째 키커로 나서서 골망을 가르며 할 일을 다했다. 그 덕분에 포르투갈은 승부차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8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그제야 호날두도 활짝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동료들과 승리 세레머니를 펼치며 팬들에게 페널티킥 실축을 사과하기도 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호날두는 경기 후 인터뷰 도중에도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유로 대회인 만큼 더 특별했던 모양. 호날두는 이번이 마지막 유로일 것이라고 인정하며 "최강의 사람들도 나쁜 날이 있다. 난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바닥을 쳤다. 나중에 얘기하겠다. 가족을 생각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이기 때문에 울컥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호날두는 "시작할 때 슬픔은 마지막에 기쁨이 됐다. 그게 축구다.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라며 "한 방으로 팀에 리드를 안길 수 있었지만, 해내지 못했다. 다시 봐야겠다. 잘 찼는지 못 찼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1년 동안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필요할 때 오블락이 막아냈다. 우리를 구한 코스타에게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호날두는 승부차기에서 가장 부담이 큰 1번 키커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걸 두려워 한 적이 없다. 때로는 제대로 해내고, 때로는 그렇지 못한다. 하지만 포기는 내게서 결코 들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포르투갈의 다음 상대는 프랑스다. 두 팀은 오는 6일 준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포르투갈로서는 개인 통산 6번째 유로에서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호날두가 이제는 터져줘야 한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브 킥오프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