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누가 할 말인지 모르겠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에게 확신에 찬 조언을 남겼다.
클린스만은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더 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다른 걸 시도해 봐라.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과감하게 포메이션을 바꿀 필요가 있다. 스위스 상대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클린스만은 최근 더 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미국 'ESPN'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는 등 이제는 방송인이 된 모습이다. 그는 지난 2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경질된 지 5개월이 되어가지만, 아직 불러주는 팀을 찾지 못했다.
최근 클린스만의 최대 주제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출전 중인 잉글랜드 대표팀. 그는 조별리그 기간에도 "사우스게이트는 앞으로 나서서 비난을 받았다. 존경받아 마땅하다. 잉글랜드 감독의 힘을 보여준다. 그가 비난을 감수하고 팬들과 직면하는 모습은 참 존경스러웠다"라고 평론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한 조언도 남겼다. 클린스만은 "버스 기사부터 언론 담당자, 공격수까지 모두가 신념으로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라며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는 재부팅의 시간이다. 새로운 대회와 같다. 잉글랜드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잉글랜드는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무너질 뻔했지만, 종료 직전 주드 벨링엄의 극적인 동점골과 연장전 해리 케인의 역전골로 기사회생했다. 이제 잉글랜드의 다음 상대는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스위스. 두 팀은 오는 7일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8강전을 앞두고 클린스만이 또 입을 열었다. 그는 "잉글랜드가 이번 유로에서 뭔가 다른 걸 시도할 때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우스게이트는 스위스와 8강전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하고, 아이반 토니-해리 케인을 최전방에 두고 싶어 할 것"이라며 잉글랜드에 충고를 건넸다.
이어 클린스만은 "내 생각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사우스게이트도 같은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토너먼트에 임하는 감독이라면 자기 본능을 믿고, 인기 없는 결정이어도 절대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시기다. 8강이면 승리 혹은 탈락이다. 이기면 4강이고, 모두의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잉글랜드와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나라는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추천이 아닌 확신이었다. 클린스만은 "4-4-2 포메이션은 거만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 난 토니가 슬로바키아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4-2-3-1은 이제 표준 포메이션이 됐다. 하지만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포메이션을 변경했는데 효과가 없으면 다시 바꿀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기 얘기도 꺼냈다. 클린스만은 "난 현역 시절 4-4-2 포메이션 공격수로 뛰었다. 예를 들자면 토트넘에서 테디 셰링엄과 함께 뛰었을 때. 내 친구가 내 옆에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라며 "케인 같은 진짜 9번 공격수가 파트너를 가지면 육체적 부담을 많이이 덜고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토니는 공중에서도 위협적이며 팀에 또 다른 역동성을 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책임감도 언급했다. 클린스만은 "나도 사우스게이트가 슬로바키아전에서 교체 카드를 아낀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자기 선수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선발 11명을 고수하고, 1000% 뒤집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당신에게 한 가지 의심이 있다면, 그게 바로 국가대표팀 감독이 할 일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우스게이트는 아침 식사부터 늦은 밤까지 보이는 걸 토대로 스위스전 선발 명단을 결정할 것이다. 한두 명의 거물을 배제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라며 "고향에는 5600만 명의 감독이 있다. 모두가 다른 결정을 내리길 원한다. 그 어떤 것으로도 주의가 산만해지는 걸 용납할 수 없다.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팀이 꼭 토너먼트를 끝내는 팀은 아니다. 끝까지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비판 여론에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끝으로 클린스만은 "난 잉글랜드가 뭔가 다른 걸 시도하면서 스위스를 놀라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훌륭한 옛날식 4-4-2 포메이션일 수 있다"라며 다시 한번 4-4-2 포메이션을 추천했다.
4-4-2 포메이션은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 시절 즐겨 사용하던 포메이션이다. 그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을 조규성 파트너로 활용하며 투톱을 가동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한국은 '황금 세대'를 데리고도 대회 내내 졸전을 펼쳤다. 조별리그서부터 말레이시아와 비기고, 요르단과 비겼다. 토너먼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상대로 쩔쩔 맸지만, 승부차기와 연장 혈투 끝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결국 4강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완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4-4-2 포메이션을 추천해준 클린스만. 다른 이도 아닌 클린스만이기에 크게 설득력 있진 않다. 대회 내내 선발 명단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카타르 아시안컵을 되돌아보면 황당할 뿐이다. 그는 크게 흔들리는 박용우를 계속해서 고집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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