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모두가 알지만,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은 모른다. 토트넘 팬들이 '캡틴' 손흥민(32)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3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1시즌 더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주장 손흥민이 지난 2021년 레비 회장과 맺은 4년 계약은 공식적으로 마지막 해에 접어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을 꼭 붙잡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매체는 "지난해 여름 해리 케인이 떠나고 무명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도착했다. 손흥민은 북런던에 머물면서 충성심을 과시했고, 주장직을 맡았다"라며 "손흥민의 인기를 고려할 때 토트넘이 주장을 공짜로 잃으면 엄청난 분노가 터져나올 것이다. 손흥민의 계약 연장은 당연히 예상되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손흥민의 가치는 실력과 충성심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스퍼스 웹은 "손흥민은 나이가 들면서 매주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그의 타고난 태도와 직업 윤리는 손흥민을 여전히 팀에서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선수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트넘 팬 사이트 '홋스퍼 HQ'도 같은 의견이었다. 매체는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PL) 베테랑인 손흥민은 골잡이이자 리더로서 지난 시즌 클럽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는 골과 도움으로 팀을 이끌었고, 주장으로서 팀이 절망하고 좌절할 때 팀 사기를 북돋아 줬다"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 시즌 PL 17골 10도움을 터트리며 팀 내 최다 득점, 팀 내 최다 도움을 싹쓸이했다.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를 오가며 활약한 손흥민이 아니었다면 토트넘의 5위 마감은 불가능했다. 해리 케인이 떠난 상황에서 손흥민은 토트넘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이런 손흥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토트넘 팬덤이다. 홋스퍼 HQ는 "말할 필요도 없이 손흥민은 새로운 감독과 전술, 선수들 아래 첫 시즌에서 확실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더 젊어지지는 않지만, 그가 2~3년 차에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상상하는 건 신나는 일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결국엔 손흥민과 동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 매체는 "나이가 들어가는 어떤 선수든 간에 주요 관심사는 현재 폼을 제외하면 몸 상태가 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최근 비교적 부상이 없었다"라며 "계약 연장 조항이 실제로 활성화된다면 토트넘의 충성스러운 팬들은 분명히 이미 클럽에 모든 걸 바친 손흥민이 계속 힘을 보태길 바라고 응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은 모두가 인정하는 토트넘 레전드다. 그는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에 합류한 뒤 9시즌을 함께했다. 데뷔 시즌엔 애를 먹었지만, 2016-2017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쳤다. 손흥민은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케인과 함께 'DESK 라인'을 구축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토트넘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PL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다만 열망하던 우승 트로피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레비 회장은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한 뒤 '우승 청부사' 주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데려왔으나 모두 소용없었다. 지난해 여름엔 케인마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하지만 손흥민은 변함없이 토트넘에 남았고, 어느덧 전설 반열에 올랐다. 그는 2021-2022시즌 리그 23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거머쥐었고,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 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이는 PL 역사상 총 7명밖에 도달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또한 통산 3번째 리그 10-10을 달성하며 PL 6번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 손흥민은 토트넘과 계약을 1년만 남겨두고 있다. 그의 계약은 2025년 6월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당연히 올여름 토트넘 팬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손흥민의 재계약. 영국 현지에서도 매일 그의 계약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재계약 관련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도 토트넘이 손흥민의 미래를 확보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처음에는 토트넘과 장기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다.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 새로운 계약에 낙관적이며 시즌을 마친 뒤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을 꺼리는 모양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토트넘은 재계약 대신 손흥민의 계약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려 하고 있다. 우선 1년 더 붙잡아 둔 뒤 천천히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아무리 손흥민이라도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도 사실. '풋볼 인사이더' 역시 "손흥민이 토트넘과 계약에 합의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은 그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연장으로 그를 2026년까지 묶어둘 수 있게 된다. 그에 따라 토트넘은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에버튼 CEO였던 키스 위니스는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점쳤다. 그는 "손흥민에겐 사우디 이적이 가장 큰 옵션일 것이다. 토트넘도 사우디가 가장 많은 큰돈을 쥐어줄 것이란 사실을 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시해도 2년 정도이며 파격적인 연봉 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토크'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매체는 "토트넘은 2025년에 손흥민을 '잔인하게' 매각할 수도 있다"라며 "손흥민을 사우디 측에 판매해 상당한 이적료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매력적일 수 있다. 손흥민 본인도 은퇴가 1년 더 가까워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동에서 말년을 보내며 연봉을 받는 일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물론 손흥민은 사우디행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1년 전에도 올해 여름에도 사우디 이적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을 팔 생각이라면 사우디에 판매하는 게 최고다. 이적료를 가장 많이 챙길 수 있을 뿐더러 혹시나 적으로 만날 일도 없기 때문.
토트넘 팬들로서도 손흥민의 사우디 이적은 결코 바라지 않는 미래다. 앞서 홋스퍼 HQ와 스퍼스 웹 모두 손흥민과 3~4년 재계약을 맺길 희망했다. 손흥민의 중요성과 리더로서 역할을 잊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였다. 과연 레비 회장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다시 한번 돈을 가장 우선시하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줄까 혹은 팬들의 바람대로 손흥민의 위상에 걸맞은 제안을 건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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