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유강남을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쓰고 각종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손성빈(22)을 향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건넸다.
롯데는 한 달 전 ‘80억 원 FA 포수’ 유강남이 무릎 수술을 받으며 주전 포수 없이 후반기를 치르고 있다.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 연골을 봉합한 유강남은 무려 7개월의 재활을 거쳐 내년 시즌 사직 안방으로 돌아올 전망.
김태형 감독은 이에 손성빈과 정보근, 두 명의 어린 포수로 안방을 꾸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1군 경험이 적은 손성빈 육성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정보근은 2018년 롯데 2차 9라운드 83순위로 뽑힌 프로 7년차인 반면 손성빈은 2021년 롯데 1차 지명 이후 상무에 복무하며 지난해까지 1군 65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손성빈은 1군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정신없는 한해를 보내고 있다. 입단 후 처음으로 주전 포수의 중압감을 느끼다 보니 매 경기 시행착오와 성장통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손성빈을 올해 커리어 최다인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리 5홈런 16타점 OPS .691을 기록 중이고, 포수로 302이닝을 소화했다.
포수 출신 사령탑은 손성빈의 플레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주말 수원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지금 그 정도면 잘하는 건데 내가 바라는 건 강단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뭔가 안 되면 불필요한 동작을 한다. 자꾸 몸으로 심리를 표현한다.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내가 잔소리를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하는데도 잘 안 된다. 얼마 전 ‘내가 때리진 않잖아’라고 말하니 웃더라”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손성빈을 입단 1년 후배인 외야수 윤동희와 비교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말이다. 김 감독은 “한 번은 사우나에 있었는데 윤동희가 들어오더니 나보고 몇 분을 하냐고 묻더라. 계속 앉아 있다가 감독님을 도저히 못 이기겠다면서 나가더라”라고 웃으며 “윤동희와 비교하면 손성빈은 되게 여린 거 같다. 얼굴에 딱 써있다”라고 말했다.
손성빈은 장안고 시절 포수 특급 유망주로 불렸던 선수다. 186cm-92kg의 건장한 신체조건과 함께 강한 어깨, 순발력을 갖춰 복수 구단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손성빈은 아마추어 포수 최고 권위상인 이만수 포수상의 4번째 수상자이기도 하다.
하드웨어는 갖췄으니 주전이 되기 위해선 내면을 하드웨어만큼 강화시키면 된다. 멘털 강화에 있어 ‘카리스마형 지도자’인 김태형 감독은 프로야구계 최고의 권위자로 불린다.
김 감독은 “나 같은 경우 25살에 2경기 연속 초반에 교체돼서 윤동균 감독님 앞에서 포수 마스크를 집어던졌다. 그러나 감독님은 강단이 있는 날 예뻐해 주셨다”라는 일화를 예로 들며 “포수는 못된 구석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잔소리를 하거나 뭐라고 할 때 차라리 대들었으면 좋겠다. 난 그런 선수를 더 좋아한다”라고 손성빈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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