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2022년 SSG 랜더스 이적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노경은(40)이 불혹의 나이에 KBO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노경은은 1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SSG가 4-3으로 앞선 6회 말 1사 2루에 서진용을 대신해 등판해 박시원과 김주원을 모두 삼진으로 솎아낸 후 시즌 30홀드에 성공했다. SSG는 이후 대량 득점으로 10-5 승리를 거두고 창원 원정을 2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이 시리즈 전까지 올 시즌 NC를 상대로 1승 9패 절대 열세에 몰렸던 SSG는 창원에서 첫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작부터 상대의 헛스윙을 유발했다. 박시원에게 포크 두 개를 던져 순식간에 0B2S를 만들더니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공략했다. 두 번의 공이 날린 뒤 5구째 시속 146㎞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정확히 걸치자 박시원의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김주원과 대결에서도 유리한 볼 카운트로 시작했다. 이번에는 몸쪽으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넣어 빗맞게 하더니 두 개의 포크를 바깥쪽 하단에 꽂아 넣어 끝내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 아웃을 만들어냈다. 팀의 리드를 지킨 채 7회 말 수비를 앞두고 한두솔과 교체되며 홀드 자격을 갖췄다.
이로써 노경은은 KBO 역대 최초 2년 연속 30홀드라는 대기록을 썼다. 그동안 한 시즌 40홀드는 한 차례, 30홀드는 11차례 있었으나, 그 선수 중 다음 시즌에도 30홀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보통 불펜 투수는 잦은 등판으로 체력과 기량 관리가 어려운 데다 한 시즌 30홀드를 기록할 정도라면 그 후유증이 다음 시즌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들은 은퇴했을 불혹의 나이에 꾸준한 자기 관리로 KBO 새 역사를 이룬 노경은의 기록은 의미가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노경은이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지난해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5.5㎞에 달했으나, 올해는 143.8㎞로 하락세가 완연했다. 그러나 성적은 지난해 76경기 9승 5패 3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58, 83이닝 65탈삼진보다 더 발전해 올해는 62경기 6승 4패 30홀드 평균자책점 2.70, 66⅔이닝 55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노경은은 그 비결로 자연스레 쌓인 경험과 함께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꼽았다. 지난 9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만난 노경은은 "골프에서 힘 빼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난 어렸을 때 제구가 안 좋은 투수였다. 연습 때는 잘 던지다가 꼭 시합 때는 안 됐는데 더 잘 던지려고 힘이 들어간 것이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니까 힘 빼고 던지는 게 오히려 잘 되더라. (불필요한) 힘이 빠지니 코너워크가 잘 되고 제구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경험이 쌓였다고, 힘을 빼고 던진다고 2년 연속 30홀드를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노경은은 "운칠기삼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운이 좋아지려면 상대를 일단 잘 아는 게 첫 번째다. 그다음이 내가 들어갈 경기의 분위기를 잘 아는 것이고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세 번째다. 내가 마주할 상대, 경기 그리고 상황을 잘 알고 던지면 운도 더 잘 따라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정말 하늘에 맡기는 거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점수 차가 타이트한 경기는 어떻게든 짠물 같은 피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유 있는 상황에서는 괜히 풀카운트까지 가고 볼넷을 줄 필요가 없다. 상황에 맞춰서 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점진적인 리빌딩에 들어간 SSG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그들에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노경은의 말과 행동은 교과서나 다름없다. 노경은은 "(최)민준이가 많이 찾아와 물어본다. 그보단 불펜에서 후배들과 함께 앉아 많은 대화를 한다. 같이 중계를 보면서 '저 타자에게는 어떤 구종을 던지면 안 된다, 쟤한테는 절대 저기에 던지면 안 돼'라고 말하는 식이다. 후배들에게 그런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즌 30홀드를 선점한 선수는 어김없이 해당 연도 홀드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노경은이 30홀드를 선점하면서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노경은은 15일 경기 종료 후 구단을 통해 "살다 보니 이런 대기록을 세우는 것 같다.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값진 기록이 될 거 같다. 야구 인생의 의미를 갖게 해준 기록이다. '이런 기록을 세우기 위해 지금까지 시련이 있었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지난 야구 인생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 연속 30홀드의 대기록을 세운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일단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시절 박희수(41) 현 삼성 라이온즈 2군 투수코치가 세운 구단 한 시즌 최다 기록인 34홀드다.
노경은은 "다음 목표는 35홀드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홀드는 혼자서 기록할 수 없다. 믿고 출전시켜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팀 동료 선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SG 노경은이 15일 창원 NC전에서 6회 말 김주원을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잡고 포효하고 있다. |
SSG 구단이 15일 공식 SNS를 통해 노경은의 2년 연속 30홀드 기록을 축하했다. /사진=SSG 랜더스 공식 SNS 갈무리 |
노경은은 1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SSG가 4-3으로 앞선 6회 말 1사 2루에 서진용을 대신해 등판해 박시원과 김주원을 모두 삼진으로 솎아낸 후 시즌 30홀드에 성공했다. SSG는 이후 대량 득점으로 10-5 승리를 거두고 창원 원정을 2연승으로 마무리했다. 이 시리즈 전까지 올 시즌 NC를 상대로 1승 9패 절대 열세에 몰렸던 SSG는 창원에서 첫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작부터 상대의 헛스윙을 유발했다. 박시원에게 포크 두 개를 던져 순식간에 0B2S를 만들더니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공략했다. 두 번의 공이 날린 뒤 5구째 시속 146㎞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정확히 걸치자 박시원의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김주원과 대결에서도 유리한 볼 카운트로 시작했다. 이번에는 몸쪽으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넣어 빗맞게 하더니 두 개의 포크를 바깥쪽 하단에 꽂아 넣어 끝내 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 아웃을 만들어냈다. 팀의 리드를 지킨 채 7회 말 수비를 앞두고 한두솔과 교체되며 홀드 자격을 갖췄다.
이로써 노경은은 KBO 역대 최초 2년 연속 30홀드라는 대기록을 썼다. 그동안 한 시즌 40홀드는 한 차례, 30홀드는 11차례 있었으나, 그 선수 중 다음 시즌에도 30홀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보통 불펜 투수는 잦은 등판으로 체력과 기량 관리가 어려운 데다 한 시즌 30홀드를 기록할 정도라면 그 후유증이 다음 시즌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들은 은퇴했을 불혹의 나이에 꾸준한 자기 관리로 KBO 새 역사를 이룬 노경은의 기록은 의미가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노경은이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지난해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145.5㎞에 달했으나, 올해는 143.8㎞로 하락세가 완연했다. 그러나 성적은 지난해 76경기 9승 5패 3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58, 83이닝 65탈삼진보다 더 발전해 올해는 62경기 6승 4패 30홀드 평균자책점 2.70, 66⅔이닝 55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SSG 노경은이 9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노경은은 그 비결로 자연스레 쌓인 경험과 함께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꼽았다. 지난 9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만난 노경은은 "골프에서 힘 빼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난 어렸을 때 제구가 안 좋은 투수였다. 연습 때는 잘 던지다가 꼭 시합 때는 안 됐는데 더 잘 던지려고 힘이 들어간 것이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니까 힘 빼고 던지는 게 오히려 잘 되더라. (불필요한) 힘이 빠지니 코너워크가 잘 되고 제구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경험이 쌓였다고, 힘을 빼고 던진다고 2년 연속 30홀드를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노경은은 "운칠기삼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운이 좋아지려면 상대를 일단 잘 아는 게 첫 번째다. 그다음이 내가 들어갈 경기의 분위기를 잘 아는 것이고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세 번째다. 내가 마주할 상대, 경기 그리고 상황을 잘 알고 던지면 운도 더 잘 따라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정말 하늘에 맡기는 거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점수 차가 타이트한 경기는 어떻게든 짠물 같은 피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유 있는 상황에서는 괜히 풀카운트까지 가고 볼넷을 줄 필요가 없다. 상황에 맞춰서 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점진적인 리빌딩에 들어간 SSG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그들에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노경은의 말과 행동은 교과서나 다름없다. 노경은은 "(최)민준이가 많이 찾아와 물어본다. 그보단 불펜에서 후배들과 함께 앉아 많은 대화를 한다. 같이 중계를 보면서 '저 타자에게는 어떤 구종을 던지면 안 된다, 쟤한테는 절대 저기에 던지면 안 돼'라고 말하는 식이다. 후배들에게 그런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SSG 노경은이 15일 창원 NC전 종료 후 2년 연속 30홀드 기념구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공식 SNS 갈무리 |
지금까지 시즌 30홀드를 선점한 선수는 어김없이 해당 연도 홀드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노경은이 30홀드를 선점하면서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노경은은 15일 경기 종료 후 구단을 통해 "살다 보니 이런 대기록을 세우는 것 같다.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값진 기록이 될 거 같다. 야구 인생의 의미를 갖게 해준 기록이다. '이런 기록을 세우기 위해 지금까지 시련이 있었나 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지난 야구 인생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 연속 30홀드의 대기록을 세운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일단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시절 박희수(41) 현 삼성 라이온즈 2군 투수코치가 세운 구단 한 시즌 최다 기록인 34홀드다.
노경은은 "다음 목표는 35홀드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홀드는 혼자서 기록할 수 없다. 믿고 출전시켜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팀 동료 선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