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국내선수 최초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위해 78일 만에 전격 리드오프로 출격한 김도영. 그러나 홈런도 도루도 아닌 실책을 2개나 범하며 30홈런-30도루-30실책 클럽(?)에 가입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3번타자 김도영의 선발 리드오프 출전 소식을 전했다. 국내선수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 달성을 위한 사령탑의 특급 배려였다. 40-40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1명밖에 해내지 못한 위대한 기록이다.
37홈런-39도루의 김도영을 7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78일 만에 1번 선발로 기용한 이 감독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기회를 부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3번보다 1번에 있으면 한 타석이라도 더 밟을 수 있다. 또 팬들이 도영이를 한 타석이라도 더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1번을 맡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타석에서의 모습은 화려했다. 첫 타석에서 호쾌한 스윙으로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KIA 원정팬들을 열광시켰다.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볼카운트 0B-1S에서 두산 선발 최승용의 2구째 128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3루타로 연결한 것이다. 경기 후 최승용이 “난 넘어간 줄 알았다. 잠실구장을 쓴 덕에 넘어가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타구의 궤적이 큼지막했다.
이후 박찬호가 볼넷과 2루 도루로 무사 2, 3루 찬스를 만든 가운데 김선빈이 침착하게 2루수 땅볼을 날렸고, 김도영이 이 틈을 타 선취 득점을 올렸다.
김도영은 이 득점으로 시즌 135득점 고지에 올라서며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현 KIA)의 역대 한 시즌 최다 135득점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다.
국내선수 1호 40-40에 홈런 3개, 도루 1개를 남겨둔 김도영은 이날 3루 KIA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팬들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엄청난 환호성으로 대기록을 응원했고, 타구가 뜨기라도 하면 마치 홈런이 나온 것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김도영은 양 팀 선수단을 통틀어 최고의 화제이자 스타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수비는 정규시즌 MVP를 바라보는 최고의 스타답지 못했다. 첫 실책은 3회말 발생했다. 2사 1, 3루 위기에서 이유찬이 친 타구가 마운드 위에 높이 뜬 가운데 유격수, 3루수, 1루수가 한데 모여들었고, 3루수 김도영과 1루수 변우혁이 캐치를 서로 미루다가 결국 타구가 땅에 떨어졌다. 김도영이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포구가 이뤄지지 못하며 실책으로 기록됐다. 그 사이 3루주자 강승호가 득점.
6회말 수비 실책은 명백한 김도영의 실수였다. 무사 2루 위기에서 허경민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뒤로 빠트리며 2루주자 정수빈에게 홈을 내준 것. 포구를 위해 왼팔을 뻗었지만, 포구는커녕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속도가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발 빠른 정수빈이 3루를 거쳐 재빨리 홈에 도달했다. 김도영이 시즌 30실책 고지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김도영은 올 시즌 실책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2개를 추가하면서 공동 2위 KIA 박찬호, 롯데 자이언츠 박승욱(이상 21개)과의 격차가 9개로 벌어졌다.
아울러 김도영은 2001년 이후 단일 시즌 최다 실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3년 NC 다이노스 김주원(29개), 2021년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29개)이 종전 최다 실책자였는데 김도영이 단숨에 이를 넘어섰다.
KIA는 올해 완벽한 투타 조화를 앞세워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팀 타율(3할1리), 장타율(.462), 출루율(.369), 득점권 타율(3할8리) 모두 선두를 질주 중이며, 팀 평균자책점 역시 리그에서 가장 낮은 팀(4.41)이 바로 KIA다.
그러나 수비는 7년 만에 통산 12번째 우승을 바라보는 팀답지 못하다. 팀 실책 부문에서 2위 롯데 자이언츠(120개)에 무려 20개 앞선 독보적인 1위(140개)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약 20%인 30실책을 김도영 혼자 범했다.
KIA의 참가가 확정된 한국시리즈에서는 실책 하나가 승패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과 달리 최대 7경기에서 4승을 먼저 선점하는 단기전이기에 실책의 데미지가 훨씬 커진다. KIA는 그 동안 실책을 막강 화력과 안정된 투수진으로 커버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도 그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제 KIA에 남은 경기는 단 6경기.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 때까지 김도영의 수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V12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일단 수비가 안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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