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사실 그 나이에 많은 이닝을 던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류현진(37)은 지난 19일 창원 NC전에 선발등판, 3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1회 천재환에게 만루 홈런을 맞으며 흔들리긴 했지만 2~3회를 실점 없이 막았고, 한화 타선의 지원 속에 6-4로 역전하면서 선발승 요건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투구수가 67개로 다소 많긴 했지만 4회 시작부터 한화는 류현진 대신 구원 박상원이 마운드에 올렸다. 왼쪽 팔꿈치에 피로감을 느꼈고, 3회를 마친 뒤 이른 교체를 결정했다. 올 시즌 류현진의 최소 이닝 투구 경기.
다행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경기한 상태로 큰 부상은 아니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21일 우천 취소된 대전 롯데전에 앞서 류현진에 대해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심한 건 아니다. 사실 그 나이에 많은 이닝을 던져줬다. 어린 투수들보다 많이 던졌다. 남은 경기에서도 무리를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 말대로 류현진은 올해 28경기에서 158⅓이닝을 던지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87 탈삼진 135개를 기록했다. 올해 한화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1군 엔트리에서 한 번도 말소 없이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팀 내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 시작 30분 전 등판이 취소된 것을 제외하면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돌았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및 부진, 김민우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에 따른 시즌 아웃, 신예 문동주와 황준서의 성장통 등 선발진에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한 상황에서 류현진만이 로테이션을 꿋꿋이 지켰다. 류현진도 시즌 초반과 여름에 페이스가 흔들리긴 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한여름에는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팀을 위한 책임감으로 휴식 요청 없이 던졌다.
19일 NC전 교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류현진은 계속 투구 의지를 보였다. 김 감독은 “그날 1회에 생각보다 많은 공(36개)을 던졌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올라가서 상태를 물어봤고, 나도 내려왔을 때 물어봤다. 현진이 본인이 책임감이 있으니 더 던지려고 했지만 개수로 볼 때 5회까지 던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럴 때는 오히려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부상이 없는 것이다. 현진이 같은 경우에는 내가 감독으로서 관리를 많이 신경써야 한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며 “본인이 공을 던져보고 괜찮다고 하면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이제 한 번 남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LG전(25일)으로 일정이 잡혀있는데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긴 하지만 한화의 5강 진출이 거의 멀어진 만큼 류현진의 올 시즌 등판은 이제 한 경기 남았다. 로테이션 순서상 25일 잠실 LG전 등판이지만 홈에서 마무리하는 그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올해 류현진은 홈 8경기, 원정 20경기로 유난히 홈에서 등판이 적었다. 일부러 조정한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로테이션이 그렇게 짜여졌다.
시즌 마지막 등판을 대전에서 한다면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내년부터 새 야구장으로 옮기는 한화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마지막 홈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주에서 취소된 NC와의 경기가 아직 편성되지 않았는데 29일 대전에서 시즌 최종전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류현진이 등판하면 의미 있는 피날레가 될 수 있다. 물론 류현진의 몸 상태가 받쳐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우선이다. 내년을 생각하면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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