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가 두산과 더블헤더에 선발과 불펜으로 2경기 모두 등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더블헤더 1차전 선발-2차전 불펜 등판은 역대 4번째 진기록이다.
1차전 1회 헤드샷 퇴장을 당한 에르난데스는 2차전 구원 투수로 등판해 2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다.
에르난데스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1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4구째 안타를 맞았다. 2번 허경민에게 던진 초구 직구(144km)가 손에서 빠지면서 헬멧을 강하게 맞혔다. 허경민은 타석에서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서지를 못했다.
허경민은 강속구에 맞은 충격으로 한동안 쓰러져 있다가 다행히 큰 부상없이 일어섰고 교체돼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타석 근처에 다가가 근심스럽게 지켜보던 에르난데스는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허경민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며 미안함 마음을 표현했다. 에르난데스는 직구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이 됐다.
더블헤더 2차전, LG가 2-0으로 앞선 8회 에르난데스가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선두타자 박준영을 152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김기연을 우익수 뜬공 아웃, 김재호를 153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에르난데스는 9회도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을 3루수 땅볼 아웃, 대타 전다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왼쪽 쇄골 통증으로 교체된 양의지 대신 대타로 들어선 조수행을 유격수 뜬공으로 경기를 끝냈다. 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에르난데스는 "먼저 허경민 선수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하고 싶다. 경기 상황에서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불운하게도 공이 빠져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 한 번 허경민 선수에게 사과를 하고 싶고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허경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불펜 등판은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르난데스는 "1차전 등판이 끝나자마자 2차전 불펜으로 나갈 것을 알았다"며 "1차전에 워낙 불펜진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나도 책임감을 가지고 다른 불펜 투수를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루틴대로 1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공 5개만 던지고 내려왔다. 퇴장 후 6시간쯤 지나고 2차전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부담은 없었을까.
에르난데스는 "아무래도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던졌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발생을 했다. 일단 팀이 이기는데 도와주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팀 동료들을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했고 전혀 부담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말했다.
8월 29일 KT전에서 불펜으로 한 차례 1이닝을 던졌는데, 이날은 2이닝을 던지며 경기 마무리까지 했다. 에르난데스는 "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2이닝 이상도 던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8회 마운드에 오를 때 3루쪽 두산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에르난데스는 "그냥 게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황이었다고 생각을 해서, 개의치 않고 던지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허경민을 향한 헤드샷 이후 걱정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외국인 동료 오스틴이 에르난데스 옆에서 뭔가 이야기해주며 다독였다. 에르난데스는 "내가 헤드샷 규정을 모르고 있었다. 오스틴 선수가 그 부분을 얘기를 해줬다. 타자 머리를 맞추면 바로 퇴장이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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