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헤드샷을 던진 후에는 상대 타자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안절부절했다. 박빙의 승부처에서 상대팀 팬들의 야유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전환을 고려해볼까.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에서 다사다난한 경험을 했다. 1차전에서 1회 공 5개만 던지고 헤드샷 퇴장을 당했지만, 2차전에서는 8회 불펜 투수로 등판해 2이닝 'KKK' 퍼펙트 피칭으로 2점 차 승리를 지켰다.
2차전 LG가 2-0으로 앞선 8회초. 선발 손주영의 7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어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오르자, 3루쪽 두산팬들은 일제히 ‘우~’ 야유를 퍼부었다. 두산팬들의 야유는 1차전에서 에르난데스가 두산 허경민의 헬멧을 강타하는 헤드샷을 던진 것에 대한 분노였다. 이날 매진(2만 3750명)을 이룬 잠실구장을 뒤덮었다. 그러자 1루쪽 LG팬들은 에르난데스의 이름 ‘엘리’를 외치며 지지했다.
선두타자 박준영을 152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김기연을 우익수 뜬공 아웃, 김재호를 153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8회 14구를 던진 에르난데스는 9회도 계속 던졌다.
선두타자 정수빈을 3루수 땅볼 아웃, 대타 전다민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대타 조수행을 유격수 뜬공으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최고 구속 153km, 2이닝 동안 29구를 던지며 3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상대팀 팬들의 야유 소리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자, 에르난데스는 “그냥 게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서, 개의치 않고 던지는 데만 집중했다”고 쿨하게 답했다.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을 3명으로 돌릴 계획을 밝혔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4선발까지 필요하지만, 5전3선승제로 치러지는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에서는 1~3선발로 운영할 계획이다.
에르난데스, 엔스, 최원태, 임찬규, 손주영 5명의 선발 투수들 중에서 2명은 단기전에서 불펜으로 던져야 한다. 일단 불펜 전환이 힘든 최원태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투수다. 엔스는 불펜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유형이다. 에르난데스가 21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보여준 멘탈과 구위라면 단기전에서 필승조나 마무리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올 시즌 LG의 최대 약점이 불펜 불안이다. 염 감독은 시즌 막판에 필승조로 김진성, 함덕주, 백승현, 이종준을 기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만큼의 안정감은 없다. 최근에는 경기 후반 2~3점 리드도 불안불안하다.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들의 불펜 전환은 선수와 상의를 해서 결정한다고 했다. 염 감독의 고민이 될 수 있다. 강력한 구위를 지닌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안성맞춤인데,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빠지면 1~2선발 매치업에서 무게감이 밀릴 수도 있다.
한편 에르난데스는 더블헤더 2차전이 끝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먼저 허경민 선수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하고 싶다. 경기 상황에서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불운하게도 공이 빠져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 한 번 허경민 선수에게 사과를 하고 싶고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허경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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