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노상현, 뻔한 로맨스로 봤다면 '큰 오산' [Oh!쎈 리뷰]
입력 : 2024.09.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하수정 기자] 만약 원작을 모르고 포스터만 보면, 젊은 배우들을 내세운 '그저 그런 뻔한 로맨스'라고 예상하겠지만, 내용물은 정반대다. 우정, 성장, 성소수자 얘기까지 담아내며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미시간벤처캐피탈㈜,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쇼박스·㈜고래와유기농, 공동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중단편 4개작을 모은 동명의 유명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영화는 재희와 흥수가 함께 보낸 우여곡절 많은 13년의 세월을 보여준다. 단편 소설을 장편 영화로 옮기면서 원작을 똑똑하게 각색한 점이 돋보이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되면서 인물 간의 서사도 깊어졌다.

부모님의 '빵빵'한 경제력 덕분에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온 재희는 4년제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고, 예쁜 외모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인기녀에 등극한다.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동시에 여학생들에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학교 생활은 뒷전이고, 매일 밤 클럽을 다니며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데, 교내에는 이상한 소문과 사진이 떠돈다. 자신의 루머 사진을 접한 재희는 동기들 앞에서 직접 가슴을 공개하며 해명하고, '미친X'으로 낙인 찍힌다. 대학 생활이 완전히 꼬인 재희를 따라 나와서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사람이 바로 흥수다. 

흥수는 학창시절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괴로워하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커밍아웃(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는 일) 대신 포털사이트에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아웃팅(본인의 동의 없이 타인이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 될까봐 불안해한다.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재희가 흥수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고, 방황하던 두 청춘은 서로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재희를 연기한 김고은은 20대 자유분방 클러버부터 30대 흔한 직장인까지 브이로그를 찍은 듯한 100%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김고은과 재희는 똑같은 1991년생으로, 마치 김고은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자칫 미움받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만, 김고은을 만나 사랑도, 일도 최선을 다한 '러블리 재희'가 됐다. 

노상현은 성소수자 흥수로 분해 열연했는데,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싶을 정도다. Apple TV+ '파친코'의 바르고 점잖은 목사, 병들고 나약한 이삭으로 각인됐다가 이번 영화로 180도 변신했다. 일부 미디어에서 희화화하는 동성애자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흥수를 완성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 중 흥수가 재희의 집으로 이사 오고, 동거를 시작하면서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중요한 성장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김고은과 노상현의 탁월한 연기 호흡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실제로 친하게 지냈다는 두 배우의 케미가 빛을 발한다.

영화가 끝날 때쯤 부러워진다. 그리고 후회된다. 왜 내겐 흥수 같은 친구가 없는 걸까? 왜 재희 같은 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10월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8분.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