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7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탈락했다. 이제 롯데는 실패한 시즌을 다시 되돌아보고, 미래의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곳은 불펜이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밟은 김태형 감독과 함께 시작한 야심찼던 첫 시즌. 당초 김태형 감독의 지휘에도 전반적인 전력 자체가 5강 수준은 아니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롯데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5강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서 경쟁을 펼쳤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롯데의 4월까지 처참했던 성적(8승 21패 1무)이 5할 근처까지 왔더라면 지금의 결과는 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불펜진이 조금만 더 안정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선수와 벤치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시즌이었다.
스프링캠프 당시 김태형 감독은 불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가장 롯데를 어렵게 만든 요소가 불펜진의 부진이었다. 선발진은 4.94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평균 수준이었다. 그리고 퀄리티스타트 2위(67회), 퀄리티스타트플러스 6위(21회) 등으로 선발진은 최소한의 역할은 해냈다. 하지만 불펜진은 아니었다. 5.28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불펜진이 조금만 더 안정됐다면 올 시즌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불안한 불펜진으로 롯데는 38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5회까지 앞선 경기 43승 16패, 7회까지 앞선 경기 52승 9패 2무로 모두 리그 꼴찌였다. 불펜 관련한 대부분의 지표가 리그 최악 수준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내년에는 이런 일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해야한다. 투수 쪽이 많이 안 좋았다. 개막때는 타자보다는 투수쪽이 자신 있었는데 여러명이 수술을 했다. 3~4점 앞선 경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기를 최소화 해야한다”라고 되돌아봤다.
계산을 어긋나게 했던 건 구승민의 부진, 최준용의 부상이었다. 구승민은 올 시즌 63경기 등판해 5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4.63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5월 말까지 10점대 평균자책점이었던 구승민이었다. 이후 안정을 찾았고 8월 12경기 평균자책점 0.73으로 활약했지만 9월 다시 흔들리면서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구승민과 함께 필승조 역할을 해야 했던 최준용도 27경기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0의 성적을 남긴 채 지난 8월 6일 우측 어깨 견관절 수술을 받았다. 입단 이후 꾸준히 최준용을 괴롭혀 온 어깨 통증을 완전히 다스리기 위한 고육책을 펼쳤다. 어깨 부담을 줄이려고 하면 등 팔꿈치 허리 등에 잔부상이 도미노처럼 찾아왔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시즌 초반 베테랑 김상수, 그리고 신인 전미르가 부담을 온전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전미르는 시즌 초반, 등판 빈도수가 잦아지면서 성적이 나빠졌고 현재는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이다. 김상수는 노련미를 갖추고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기 직전이다. 73경기 7승 4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너무 비중이 너무 쏠렸다.김태형 감독의 투수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 등으로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주어진 여건에서도 흐름이 여의치 않았다. 경기 후반 좌타자는 좌투수, 우타자는 우투수에게 맡기는 ‘좌우놀이’가 극심했고 자연스럽게 ‘이닝 쪼개기’가 따라왔다. 이닝 쪼개기가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을 경우 연투는 불가피했다. 2연투(149회), 3연투(20회) 최다 팀은 롯데였다. 결과론이지만 투수들에게 부담이 쌓이고 과부하도 찾아왔다.
또한 최후의 보루인 마무리 김원중이 가장 중요한 시기 흔들린 것도 한 몫했다. 55경기 3승 6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61의 성적을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6차례. 단기 부진의 임팩트가 컸다. 7월 21일 대구 삼성전, 23일 사직 롯데전 모두 패전 투수가 됐고 이후 3경기에서 실점과 승계주자 실점을 모두 기록했다. 특히 7월 31일 인천 SSG전, 10-5로 앞서던 경기에서 9회 올라와 내리 5실점 하면서 경기를 연장으로 이끈 것은 충격적이었다. 이후 다시 안정을 찾아갔지만 김원중에 대한 안정감은 이전보다 뚝 떨어졌다. 특히 1점 차 접전 상황에서 피안타율 3할2리, 피OPS .851로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불펜진은 이게 최선이었냐는 의문을 가진 채, 이제 롯데는 2025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최근 5년 간 롯데 불펜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들인 구승민과 김원중이 동시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다. 구승민은 120홀드, 김원중은 통산 132세이브로 모두 롯데 구단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다소 부침을 겪었다고 하지만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구승민과 김원중만한 불펜 투수도 찾기 힘들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5시즌 동안, 구승민이 100홀드, 김원중이 132세이브를 올렸다. 구승민은 이 기간 리그 1위, 김원중은 2위다. 당장 롯데 불펜에서 이들을 대체할만한 자원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최준용과 전미르가 내년 부상에서 돌아온다고 하지만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알 수 없다. 김상수도 내년을 우려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올해 박진 김강현 송재영 등 새얼굴들이 나왔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과거의 기록들만 봤을 때, 불펜이 불안한 팀들에게 두 선수는 괜찮은 매물이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불펜 투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리스크는 크다. 무엇보다 두 선수가 가장 아쉽고 필요한 팀이 롯데다. 롯데는 연봉으로 이들에 대한 보상장벽을 철저하게 쳤다. 올해 연봉은 구승민이 4억5000만원, 김원중이 5억원이다. 두 선수 모두 A등급이 유력한데 타구단이 영입시 보상 규모가 만만치 않다.
올해 불펜진이 제대도 가동되지 못한 이유와 불안해진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러면서 FA 자격을 얻는 구승민과 김원중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해봐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