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와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우려하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의 "협박이고 겁박"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FIFA가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문체부 감사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그리 놀랍지 않다"면서 "예상했던 축구협회의 반응이다. 축구협회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2일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 발표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규정과 절차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문체부는 당초 축구협회에 대한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비롯해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기타 운영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감사결과를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최종 감사 결과에 앞서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정 불공정 논란과 관련한 부문만 따로 빼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문제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현안질의를 진행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고 문체부는 판단한 것이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고 하였으나, 특정감사 결과 다음과 같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부적정한 감독 선임 문제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에는 최종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한 2차(최종)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회장이 직접 진행,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하고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또 홍명보 감독 선임 때는 규정상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이임생)가 최종 감독 후보자 추천했으며 홍 감독 면접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고 봤다. 여기에 감독 내정 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사회 선임 절차를 밟았다고 결론지었다.
문체부 발표 후 FIFA가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협회가 제3자의 부당한 간섭을 받을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회 현안질의가 진행된 뒤 닷새 만에 발송된 것이다.
FIFA는 회원 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정관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각 협회가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 이런 원칙을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도 하다.
실제 FIFA는 지난 2015년 쿠웨이트 정부가 체육 단체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자, 쿠웨이트협회의 자격을 정지 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예선 잔여 경기를 몰수패 처리당했다.
박 위원은 문체부가 축구협회 감독 선임에 대해 이렇듯 '시정요구' 수준에 머문 이유에 대해 "문체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은 FIFA 규정을 위반해 외부 개입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박 위원은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겁박한 것"이라면서 "그렇게 '아이고, 이거 큰일 나는 거 아니야'라고 협박하고 겁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상했던 카드고 마지막 카드다. 그래서 나는 어제 딱 저녁에 오후에 나오는 걸 보면서 협회가 정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썼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타이밍을 맞춰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한다. 문체부가 감사 들어간다고 했더니 그때도 미디어에 이 내용을 흘린다. 그 다음에 국회가 현안 질의한다 그러니까 또 올린다. 다음 문체부 발표하는 날 또 끝나니까 그걸 또 흘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내가 별로 이렇게 놀라지 않았다. '예상했던 카드다'라고 했던 것이 그런 것"이라면서 "이것을 보면서 진짜 이 사람들은 바뀌어야 되겠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FIFA가 제재를 강하게 내릴 때는 정부가 축구협회를 강제 해산하거나, 회장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인사권이나 돈, 재정 문제를 통제하는 법을 만드는 등 외부의 힘, 정부나 정치가 축구협회를 완전히 종속 지배할 경우다.
또 박 위원은 2005년과 2011년 축구협회가 국회에 불려간 일을 상기시키면서 "2010년엔 프랑스가 자국 대표팀 문제로 감독과 축구협회장을 불러 청문회를 했다. 그 때 FIFA가 경고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항의하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축구협회가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의견까지 무시할 정도로 외부 비판과 개선 요구를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축구협회가 FIFA 제재를 악용해 외부 개입을 차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봤다.
박 위원은 "FIFA나 유럽축구연맹(UEFA)도 잘못하면 미국 검찰, FBI가 들어간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마치 FIFA가 종속되지 말고 그걸 너무 휘둘리지 말라고 했던 것을 마치 마술 지팡이처럼 휘두르려고 한다. 자신들이 잘못해도 성역처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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