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엔도 와타루(31)가 리버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는 잔류를 선언했지만, 이제는 이적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인다.
영국 '컷오프사이드'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챔피언 인터 밀란이 엔도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인 미드필더인 그는 올 시즌 새로운 감독인 아르네 슬롯 밑에서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풀럼과 입스위치 타운, 울버햄튼 원더러스 프리미어리그(PL) 3팀과 인터 밀란이 엔도를 노리고 있다. 벤치만 지키고 있는 만큼 영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사이드도 엔도가 리버풀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위르겐 클롭이 안필드에서 떠나고 슬롯이 팀에 합류하면서 엔도의 커리어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슬롯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분명해졌다"라며 "엔도는 슬롯 체제에서는 안필드에서 미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버풀에서 멀어지는 게 그의 커리어에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리버풀은 엔도를 내보내고 라이언 그라벤베르흐의 경쟁자를 영입하려는 계획이다. 컷오프사이드는 "슬롯은 1순위 미드필더 그라벤베르흐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와 계약할 때까지는 엔도를 클럽에 두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만간 인터 밀란이나 다른 클럽이 엔도 영입을 문의할 것이다. 그러면 리버풀은 주저하지 않고 그를 떠나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1시즌 만에 리버풀 커리어가 끝나가고 있는 엔도다. 엔도는 일본 대표팀 주장으로 지난해 여름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다. 클롭 감독이 그의 안정적인 수비력을 고평가하면서 깜짝 이적이 성사됐다.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엔도는 베테랑답게 PL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데뷔 시즌 리그 29경기를 포함해 총 43경기에 출전하며 리버풀 중원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클롭 감독은 "31살 일본 미드필더와 계약할 때 그가 PL에서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도 몰랐지만, 그렇게 됐다. 엔도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발전했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클롭 감독이 '번아웃'을 이유로 돌연 축구계를 떠나 휴식을 선언한 것. 엔도로서는 악재의 시작이었다.
새로 온 슬롯 감독은 엔도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프리시즌에서 엔도 대신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와 그라벤베르흐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며 실험에 나섰다.
엔도가 슬롯 감독 눈밖에 났다는 점은 확실했다. 리버풀은 새로운 6번 미드필더로 마르틴 수비멘디(레알 소시에다드) 영입을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막판에 수비멘디가 이적을 거부하면서 무산되긴 했지만, 슬롯 감독이 엔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디 애슬레틱'도 리버풀이 적절한 제안만 온다면 엔도를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가 커졌다. 개막 전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엔도는 리버풀에서 계속 경쟁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라며 "그가 방출명단에 포함돼 올 여름 이적할 가능성이 크다. 이적하지 못하면 시즌 내내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엔도는 리버풀에 남아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새로운 감독이 생겼고, 모든 선수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판단하기엔 모든 게 너무 이르다"라며 "리버풀 같은 클럽은 선수단 뎁스가 필요하다. 모든 대회에 출전하고 우승하려면 모든 선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계획은 여기에 머무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엔도의 기대와 달리 슬롯 감독은 그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엔도는 PL에서 고작 두 경기 출전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도 나란히 후반 44분 교체 투입이었다. 총 출전시간은 리그 2경기 2분. 그라벤베르흐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커티스 존스에게 밀려 4옵션까지 추락했다.
엔도가 제대로 뛴 경기는 지난달 웨스트햄과 리그컵 맞대결이 유일하다. 당시 슬롯 감독은 교체 자원을 대거 출전시켰고, 엔도도 선발 기회를 받았다. 그는 82분을 소화하며 5-1 대승에 힘을 보탰지만, 슬롯 감독의 마음을 바꾸기엔 부족했다.
이미 그라벤베르흐가 리버풀의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컷오프사이드는 "네덜란드 미드필더 그라벤베르흐가 엔도를 밀어내고 슬롯 체제에서 입지를 굳혔다"라며 "리버풀은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엔도는 단 두 경기에서 1분씩 '카메오'로 출연하는 데 그쳤다. 리버풀은 클럽을 떠날 수 있게 된 엔도의 도움 없이도 7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슬롯 감독은 또 다른 미드필더 영입을 계획 중이다. 컷오프사이드는 "엔도는 슬롯의 계획에 없다. 팀에서 선호하는 미드필더 유형에 대한 슬롯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라며 "엔도는 안필드에서 멀어질 수 있고, 다른 미드필더가 새로 도착할 수 있다. 슬롯은 벤피카 미드필더 오르쿤 쾨크취를 노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쾨크취까지 영입한다면 엔도에게는 사실상 방출 통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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