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A 미우라 감독, 집요한 기피 작전으로 일본시리즈 진출
[OSEN=백종인 객원기자] 2-2 동점이던 7회 말이다. 상황은 2사 3루다. 홈팀 요미우리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마침 4번 타자 차례다. 오카모토 가즈마(28)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등장한다. (21일 일본 도쿄돔,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최종 6차전, DeNA 베이스타즈 – 요미우리 자이언츠)
꽉 찬 관중석이다. 이미 한껏 달아올랐다. 4만 1856명이 숨소리조차 낼 수 없다. 한쪽은 기대가 가득하다. 초롱초롱 눈빛을 반짝인다. 반대쪽은 안절부절이다. 초조함에 마른 침을 삼킨다.
하필 이런 타이밍이다. 원정팀(DeNA)이 갑자기 김을 뺀다. “타임”. 그러더니 감독(미우라 다이스케)이 손가락 4개를 편다. 볼넷, 즉 고의4구로 보내겠다는 의사 표시다.
그러자 도쿄돔은 어마어마한 야유로 뒤덮인다. 수만 개의 “우~” “우~”가 빗발친다. 성난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 녀석들, 비겁해.” “승부하자.” “이 따위로 하기야?” 한동안 경기 진행이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비하는 쪽은 냉정하다. 그리고 차분하다. 계속된 1, 3루에서 5번 타자를 맞았다. 도미니카 출신의 엘리에 에르난데스다. 순식간에 카운트 1-2로 몰아넣는다. 이어 결정구는 유인구다.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이것이 결국 홈팀의 마지막 기회였다. 스코어 2-2, 균형은 9회초에 무너졌다. 베이스타즈가 결승점을 뽑았다. 9회말은 3자범퇴로 무력하게 끝났다. 하필이면 마지막 타자가 오카모토(7회 고의4구)다. 중견수 플라이가 27번째 아웃 카운트였다.
이로써 최종전 진출팀이 가려졌다. 3위가 1위를 꺾는 업셋이 완성된 것이다. 그들 표현으로는 하극상이다. 일본시리즈(26일 시작)는 DeNA-소프트뱅크의 대결로 압축됐다.
사실 고의4구는 흔한 일이다. 게다가 시리즈 최종전 아닌가. 그것도 7회 동점 상황이다.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이다. 점잖은 도쿄돔 팬들에게 비겁하다고 욕먹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내막은 다르다. 사정이 좀 있다.
이날 경기 1회말이다. 역시 요미우리가 선취점 기회를 잡았다. 1번 타자(초노 히사요시)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보내기번트와 내야 플라이로 2사 2루가 됐다. 득점권 찬스가 4번 오카모토에게 걸린 것이다.
그런데 미우라 DeNA 감독이 이 때도 기피 신청을 낸다. 고의4구 지시다. 1루를 채우는 한이 있어도, 승부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요미우리 팬들은 이미 이때부터 폭발했다. 아무리 시리즈 최종전이라도 그렇다. 이제 겨우 1회 아닌가. 대놓고 피하는 건 너무하다는 말이다.
물론 일본야구다. 극단적인 스몰볼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도 1회 고의4구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그쪽 전문가들 사이에도 찬반 논쟁이 팽팽하다.
아무튼.
1회 작전은 실패했다. 다음 타자 에르난데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것까지는 괜찮았다. 아무 일 없었으면 3아웃 공수 교대다. 그런데 DeNA의 실책이 나왔다. 1루 송구가 빠지면서 2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베이스타즈 쪽에서 보자.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다.
그들은 한신 타이거스와 1라운드에서 2게임을 치렀다. 상승세를 얻었지만, 피로감도 어쩔 수 없다. 반면 요미우리는 기다리던 팀이다. 쉬었지만, 감각은 떨어진 상태다. 특히 타자들에게 영향이 크다.
시리즈 초반 3연패도 그렇다. 심각한 타격 부진이 이유였다. 3게임에서 뽑은 점수가 겨우 2점이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도 여러 차례 “실전 감각이 문제”라며 곤혹스럽다는 말을 남겼다.
거의 유일하게 제 몫을 한 타자가 바로 오카모토였다. 2차전(17일) 동점 적시타, 3차전(18일) 선제 솔로포를 터트리며 고군분투했다.
DeNA의 ‘작전’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3차전 2회에 솔로 홈런을 맞은 다음이다. 그날만 2번의 승부를 피했다. 4회와 8회, 모두 고의4구로 기회를 원천봉쇄했다. 그러니까 주자가 있으면 외면하고, 없으면 승부하는 얄미운 패턴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라오던 타격감도 식어버린다. 그는 5차전까지 10타석 동안 무안타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날(6차전) 다시 2차례 기피 대상이 된다. 시리즈 6게임에서 모두 4개의 고의4구를 당했다(?).
물론 다음 타자인 에르난데스의 탓도 크다. 4~6차전에 5번 자리를 지켰지만, 한번도 힘을 쓰지 못했다.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잔인한 고립작전의 원인 제공을 한 셈이다.
오카모토는 팀의 주장이기도 하다. 경기후 “초반 3연패 이후 우리 모두 정말 잘 싸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아주 작은 차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정말 억울하다”고 탄식했다. 올 정규 시즌에서는 0.280-0.362-0.501(타출장)을 기록했다. 홈런(27개)과 타점(83개)은 모두 리그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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