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선호 기자] 구위형일까? 제구형일까?
가을장마의 시샘으로 2024 한국시리즈가 기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와의 1차전이 도중 내린 폭우로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선언됐다. 22일 오후 4시 속행할 예정이었으나 그라운드 사정으로 또 하루 미루어졌다. 2차전도 자동으로 23일 함께 거행한다.
중단 상황도 흥미롭다. 0-0으로 팽팽한 가운데 6회초 삼성이 김헌곤의 우월 솔로포를 앞세워 균형을 깼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홈런 한 방에 흔들렸고 다음타자 디아즈도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구원에 나선 장현식도 강민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6회초 무사 1,2루 황금 찬스에서 좌타자 김영웅이 들어섰으나 폭우가 내려 중단했다. 찬스는 이틀동안 묵혔다가 23일 오후 4시에 속행한다. 여기서 KIA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좌타자인 만큼 좌완 불펜투수의 출격이 예상된다. 김영웅은 정규시즌에서 좌투수에게 2할5푼7리, 8홈런, 27타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KIA 불펜에는 좌투수가 수두룩하다. 김대유, 이준영, 김기훈, 최지민, 곽도규까지 5명이 등판이 가능하다.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곽도규와 최지민 김기훈은 구위형이다. 특히 곽도규는 최고 153km짜리 강속구에 고속 커브를 뿌린다. 최지민도 140km 후반의 직구에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진다. 김영웅을 상대로 곽도규는 2타수 무안타, 최지민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김기훈도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볼이 구사한다. 김영웅 상대 1타수 무안타이다. 반면 이준영과 김대유는 제구형에 가깝다. 김대유는 볼이 빠르지 않지만 거의 사이드암으로 던지면서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타자의 등으로 던지는 느낌을 준다. 1타수 무안타였다. 이준영은 140km가 넘는 직구에 예리한 슬라이더를 잘 구사한다. 올해는 상대경험이 없다.
아예 좌완 스타일을 버리고 우완 필승조를 바로 투입할 수도 있다. 가장 믿음직한 전상현이 후보이다. 올해 필승맨과 마무리 대역까지 훌륭하게 소화했다. 올해 66경기에 출전해 10승5패7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좌타자에게 2할4푼1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김영웅과 상대경험은 없다.
KIA는 역전을 위해서는 6회초 위기를 무실점 아니면 최소실점으로 막아야 한다. KIA 타자들이 삼성의 불펜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정규시즌 역전승을 자주 만든 이유였다. 결국은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도 최대의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차전의 향방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정재훈) 투수코치와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 볼카운트가 왼볼에서 시작인데 왼쪽 투수 중 제일 좋은 투수를 김영웅 타석에 올려서 잡아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어제 초구에 번트 자세가 안 나왔는데 타격을 할지, 번트를 댈지 이런 것도 예상을 해야 해서 고민하고 있다. (김영웅) 뒤에 박병호라서 투수를 1명씩 잘라 쓸 수도 있다. 경기 들어가기 전까지 고민한 뒤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