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리그 최정상급 선구안으로 결국 1군의 풀타임 1루수로 정착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22)은 이제 국가대표 1루수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맏은 나승엽. 당시 나승엽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앞에 있었고 가계약까지 맺은 상태였다. 그러나 롯데는 지명권 날릴 위험까지 감수하고 나승엽을 지명했고 적극적인 선택을 하면서 나승엽을 국내에 눌러 앉혔다. 2라운드에서 지명됐지만 1라운드급 계약금인 5억원을 받았다.
입단 당시 나승엽은 왜소했고 또 수비 포지션도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외야 전향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나승엽은 1루수로 정착을 했지만 전문 1루수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나승엽은 ‘눈’ 하나 만큼은 ‘ML급’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또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지만 나승엽의 선구안은 신인 때부터 인정을 받았다. 데뷔시즌 14볼넷 33삼진을 기록했지만 타석 당 투구수는 4.44개였고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도 리그 평균 17.5%를 훨씬 상회하는 21.6%였다. 대신 헛스윙 비율은 리그 평균 9.5%보다 낮은 7%였다. 더 적응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이후 곧장 상무에 입대하면서 병역을 해결한 나승엽이다. 상무에서 2년 동안 나승엽은 선구안을 더욱 만개했다. 2시즌 동안 140볼넷 99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8kg 넘게 증량하면서 타구에 힘까지 실었다.
예비역 1년차에 풀타임 1년차를 맞이한 나승엽. 큰 키와 긴 팔로 1루수를 커버하기에 충분했고 김태형 감독은 이런 나승엽을 주전 1루수로 확실하게 못 박았다.
그러나 나승엽은 개막 이후 헤맸다. 그동안 보여줬던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주지 못한 채 쫓겼다.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고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약 한 달 가량 2군에 머물면서 타격폼과 밸런스를 교정했다. 이 한 달의 교정 과정이 반전을 만들었다. 나승엽은 본래의 재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결국 시즌 종료 결과 121경기 타율 3할1푼2리(407타수 127안타) 7홈런 66타점 69볼넷 83삼진 OPS .880의 성적을 기록했다.
홈런은 적지만 2루타 공동 5위로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 가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본래 갖고 있던 선구안이 무너지지 않은 채 1군 풀타임 시즌을 마무리했다. 4할1푼1리의 출루율로 리그 6위에 자리했다. 또한 볼넷/삼진 비율은 1대1에 못 미쳤지만 0.83이라는 훌륭한 수치로 이 역시 리그 8위에 올랐다.
비록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공을 조금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 본인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공에 스트라이크를 많이 당하는데 그것을 따라가서 쳐야 한다. 그 부분만 개선하면 더 괜찮을 것 같다”라면서 “심판이 볼 판정을 하더라도 봤을 때 ‘저 정도는 배트가 나가야 하는데’라는 공이 있다. 또 당연히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할 말이 없는 공들도 지켜보는 경우도 많이 나왔다”라며 소극적인 타격에 대해 비판을 듣기도 했다.
실제로 나승엽은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이 20.4%로 규정 타석 리그 평균인 17.9%로 높고 헛스윙 비율도 6.4%로 리그 평균 9%에 낮았다. 타석당 투구수고 4.05개였다. 그러나 나승엽은 이런 강점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타격 방향을 수정해나가며 적극적인 타격을 실시하기도 했다.
풀타임 첫 시즌 규정타석 3할에 100안타, 타격 각종 부문 상위권까지. 나승엽은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자신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1군에서 수정 보완하는 재능으로 예비역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나승엽은 국가대표에 도전한다.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WBSC 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대표팀 예비 35인의 명단에 포함됐다. 당장 올해 전문 1루수로 나선 선수는 나승엽이 유일하기에 나승엽의 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 참가한 뒤 다시 한 번 태극마트에 도전한다. 그럼에도 기대대로 성장한 나승엽의 모습을 보면 롯데는 흐뭇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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