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경기 전까지 비밀에 부쳤던 카드는 ‘필승조’ 전상현(28)이었다. 6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으며 KIA의 급한 불을 껐다. 초구를 던지기 전 2루 견제 모션으로 삼성 작전을 간파한 뒤 침착하게 위기 상황을 정리했다.
전상현은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6회초 삼성 공격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에 재개된 서스펜디드 게임에 KIA의 3번째 투수로 나섰다.
지난 21일 우천 중단되기 전까지 KIA 투수는 장현식이었다. 6회초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김헌곤에게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내준 뒤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장현식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장현식은 강민호에게 볼넷을 주며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김영웅에게 초구 볼을 던지며 흔들렸다.
이때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경기가 중단됐고, 45분을 기다렸지만 비가 멈추지 않아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22일로 미뤄진 경기가 그라운드 사정 및 비 예보로 하루 또 순연되면서 KIA의 고민이 깊어졌다. 장현식을 그대로 마운드에 둘 수도 있지만 다른 투수로 교체를 예고한 이범호 KIA 감독은 누가 나설지에 대해선 23일 경기 전까지 함구했다.
이틀 동안 코칭스태프와 함께 고민한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6회초에 나설 투수에 대해 “작전상 말씀드릴 수 없다. 경기를 통해 보셔야 될 것 같다”며 “어제(22일) 경기 전 생각했던 것과 바뀌었다. 워낙 중요한 상황이고, 3~4가지 생각을 갖고 코칭스태프가 모여 고민했다. 오늘 준비한 방법이 가장 좋은 해답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범호 감독이 내놓은 해답은 전상현이었다. 1군 8시즌 통산 312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서 27승21패25세이브84홀드 평균자책점 3.39을 기록 중인 전상현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홀드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도 66경기(66이닝) 10승5패7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4.09 탈삼진 54개를 기록하며 KIA 불펜 핵심으로 활약했다. 불펜 경험이 풍부하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와 결정구 포크볼을 갖고 있어 KIA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 카드였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삼성이 강공을 할지, 번트를 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상현의 침착함이 빛났다. 초구를 던지기 전 마운드에서 발을 빼고 2루로 견제 모션만 취했다. 그 순간 삼성 타자 김영웅이 보내기 번트를 위해 배트를 짧게 쥐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팀의 작전을 뺏어낸 기막힌 페이크 동작이었다.
삼성의 번트 게획이 드러나면서 KIA 수비 대처가 빨라졌다. 김영웅은 전상현의 초구에 번트를 댔지만 앞으로 제대로 굴리지 못했다. KIA 포수 김태군이 빠르게 공을 잡아 3루로 송구하며 2루 선행 주자를 포스 아웃시켰다.
큰 고비를 넘긴 전상현은 계속된 1사 1,2루에서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1~3구 연속 슬라이더로 유인하다 4구째 몸쪽 직구로 허를 질렀다. 이어 윤정빈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가 됐지만 이재현의 투수 앞 땅볼 타굴르 직접 잡고 1루로 송구까지 정확하게 연결했다. 이틀간 일시 정지됐던 6회초 무사 1,2루 상황을 실점 없이 끝냈다.
7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전상현은 선두타자 류지혁을 1루에 출루시켰다. 투수 전상현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타구가 굴절된 사이 류지혁이 1루까지 갔다. 유격수 박찬호의 포구 실책으로 기록된 뒤 김지찬의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전상현은 타격감이 좋은 김헌곤을 헛스윙 삼진 잡았다. 4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2사 2루 좌타자 디아즈 타석에 좌완 곽도규가 올라오면서 전상현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치고 내려갔다. KIA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곽도규가 디아즈를 바깥쪽 직구로 루킹 삼진 잡고 이닝을 끝내면서 전상현은 실점 없이 마쳤다. 1⅔이닝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불펜 에이스다운 투구를 했다. 만약 KIA가 역전승한다면 전상현의 5아웃이 결정적인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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