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지난 2022년 12월 FA 시장에서 ‘거포 유격수’ 잰더 보가츠(32)를 깜짝 영입했다. 11년 2억8000만 달러의 거액을 쓴 것도 놀라웠는데 김하성(29)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한 상황에서 중복 투자라는 점이 의외였다.
보가츠가 들어온 뒤 김하성이 유격수에서 2루수로,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2루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 이동이 이뤄졌다. 수비가 좋은 선수들을 굳이 옮기며 전반적인 수비력 약화를 감수한 것은 보가츠가 타선에 가져다줄 공격력 상승을 기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보가츠는 2023년 이적 첫 해 155경기 타율 2할8푼5리(596타수 170안타) 19홈런 58타점 OPS .79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 손목 부상을 참고 뛰었고, 가을야구가 거의 좌절된 시즌 후반에야 성적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김하성이 유격수로 복귀하면서 보가츠가 2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수비 부담이 덜한 포지션에서 타격에 집중했지만 111경기 타율 2할6푼4리(428타수 113안타) 11홈런 44타점 OPS .688로 성적이 더 떨어졌다. 5월 중순 왼쪽 어깨 골절상으로 두 달 가까이 이탈했고, 2년 연속 기대 이하 성적으로 마쳤다.
오프시즌에 들어가면서 샌디에이고가 보가츠를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의 부진이 부상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후자의 이유라면 트레이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보가츠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 보가츠의 부진 원인을 부상으로 본다면 데리고 있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32세가 된 보가츠의 장타력이 나이로 인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면 트레이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가츠의 성실함과 야구 IQ는 많은 찬사를 받았고, 지금도 강점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대부분 야수들은 타격이 평가를 좌우한다’며 ‘장타율은 5시즌 연속 떨어지고 있다. 프렐러 단장이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트레이드가 최선의 방법이라면 계약서의 트레이드 거부권에 따라 보가츠의 동의 얻어야 한다’고 했다.
보가츠는 2033년까지 앞으로 9년간 약 2억2500만 달러 거액의 계약이 남아있다. 보가츠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고액 장기 계약 받아줄 팀을 찾기 어렵다. 보가츠가 반등하지 못하면 샌디에이고에 장기적으로 악성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가츠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크로넨워스 등 여러 선수들과 고액 장기 계약한 샌디에이고는 페이롤이 꽉 찼다. 지난겨울부터 긴축 모드로 돌아섰고, FA로 풀리는 주전 유격수 김하성을 붙잡을 여력이 없다.
지난달 26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은 매우 재능 있는 선수다. 시즌 막판 그가 없는 게 팀에 큰 타격이었다. 그는 엄청난 에너지로 경기에 임하고, 야구 지능도 뛰어나다. 수비도 잘하고,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다. 볼넷을 얻어내면서 홈런도 칠 수 있다”며 “그를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재계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2년 전 보가츠와 대형 계약으로 인해 김하성의 몸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재계약이 어렵다. 보가츠를 트레이드한다면 여유 공간이 생기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김하성 대신 유격수로서 수비력이 떨어지는 보가츠를 내년에 주전으로 써야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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