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가 너무하네…NPB가 제재해야” ‘사사키 잔류 거부’ 보도에 발끈한 일본
입력 : 2024.1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 DB

[OSEN=백종인 객원기자] 치열했던 챔피언 싸움은 끝났다. 이젠 11월이다.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미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FA 최대어로 꼽히는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3)를 향한 영입전이 본격화됐다.

프란시스 로메로라는 기자가 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의 프리랜서다. 영 허튼소리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야시엘 푸이그의 한국행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던 소식통이기도 하다.

그가 어제(한국시간 4일) SNS에 몇 줄을 올렸다. 내용은 간단하다. ‘사사키 로키가 지바 롯데의 내년 시즌 오퍼를 거부했다. 앞으로 상황은 불투명하다.’ 얘기의 출처는 ‘정보원’이라고만 밝혔다.

해석하면 이런 뜻이다. 사사키는 현재 지바 롯데 소속이다. 2025년에 대한 보류권도 구단이 갖는다. 당연히 재계약 대상이라는 뜻이다. ‘내년 시즌 오퍼를 거부했다’는 것은 ‘연봉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즉, ‘남지 않겠다’ 혹은 ‘떠나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구단과 싸움을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 일본은 시끌시끌하다. 한 매체는 칼럼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략 이런 논지다.

‘사사키는 현재 FA 신분이 아니다. 엄연히 지바 롯데 소속 선수다. 그걸 무시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제로 하는 보도는 미국과 일본 간의 신사협정에도 어긋난다. 탬퍼링(사전접촉)을 유발할 수도 있다. NPB(일본프로야구)가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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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로키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미국 진출을 고집하며 구단과 샅바 싸움을 벌였다. 연봉 협상은 해를 넘겼다. 일본에서 20대 초반의 저연차 선수가 이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가 미국으로 가려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이런 경우 KBO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7년 차 이상이면 자격이 된다. 단, 구단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1차적인 커트라인을 정해 놓은 셈이다.

반면 일본은 다르다. 연차 규정이 없다. 1~2년 된 선수라도 구단이 OK 하면 괜찮다. 사사키가 풀타임 2년 차를 끝내고 “보내 달라”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암묵적인 전제가 있다. 이를테면 대의명분 같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 기간의 기여도다. 이는 팀 성적이라는 말로 대치된다. ‘우승이라도 한번 시킨 다음에’라는 얘기다. 그래야 팬이나, 구단도 손뼉 치며 보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유산’이다. 뭔가 남겨줘야 한다. 재정적인 부분이다. 포스팅은 원 소속팀에게 이적료를 남긴다. 다르빗슈 유, 야마모토 요시노부 같은 투수들은 5000만 달러(약 690억 원)가 넘는 거액을 벌게 해 줬다. 이는 전력 보강, 구장 개보수, 운영비 등으로 재투자된다.

그런데 사사키의 경우는 양쪽 어느 것도 안 된다.

이제 풀타임 선발 3년째다. 그것도 로테이션을 제대로 돈 적은 없다. 엔트리 변경이 잦았다. 재조정의 필요성 탓이다. 당연히 규정 이닝(143이닝)을 채운 적도 없다. 2022년 129.1이닝이 가장 많았던 시즌이다. 팀의 일본 정상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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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포스팅 시스템을 비롯한 국제 스카우트 규정은 MLB의 입맛에 맞춰 여러 차례 개정됐다. 그 결과 예전 같은 거액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나이 제한을 걸었다. 25세가 기준이다. 그 이하의 외국 국적 유망주에게는 함부로 계약금이나 연봉을 지급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몇 백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따라 좌우되는 게 포스팅 비용이다. 과거에 비해 10분의 1 수준도 미치기 어렵게 된 이유다. (사사키 로키 23세)

그러니까 지바 롯데도 난감하다. 에라 모르겠다. 골치 아프다. 그러면서 그냥 보내줄 수도 없는 일이다. 여론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 애지중지, 버릇만 나빠졌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실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영향력이 큰 구단 OB들도 반대 입장이 뚜렷하다. 사토자키 토모야 같은 올스타 출신도 “구단이 선수에게 휘둘려서는 곤란하다”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반면 MLB는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왜 아니겠나. 꽤 괜찮은 선발 투수다. 나이도 20대 초반이다. 무엇보다 싸다. 몇 백만 달러면 데려갈 수 있다. 보통 FA와 비교도 되지 않는 가격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구단이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탬퍼링 운운하며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진다. 사사키 로키가 버티는 것도 그런 이유다. 팀을 골라서 갈 수 있다. 이른바 바이어 마켓(Buyer’s Market)이다.

이런 구도 탓이다. 아마도 사사키-지바 롯데, 혹은 NPB-MLB의 겨루기는 겨우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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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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