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의 창단 멤버로 시작한 내야수 심우준(29)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FA 대박을 쳤지만 11년 몸담은 KT를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진 않다.
심우준은 7일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총액 8억원으로 최대 50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 FA 개장 2일 차에 1호 이적 선수로 팀을 옮겼다.
데뷔 첫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 심우준은 원소속팀 KT로부터도 상당한 제안을 받았다. KT도 진심을 보여줬고, 심우준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한화의 파격적인 조건에 이적을 결심했다.
FA 계약 후 한화 구단을 통해 심우준은 “11년 동안 함께한 KT 구단 관계자분들과 선수단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특히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항상 제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KT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팀을 옮기게 됐지만 팬 여러분의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고 출신 심우준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특별 14순위로 신생팀 KT에 입단했다. KT 창단 멤버로 2014년 퓨처스리그부터 첫 발을 내딛었다. 2014년 당시 KT 창단 멤버 58명 중 심우준이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된 투수 박세웅, 현재 KT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고영표가 다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FA 계약은 아니었다. 지난겨울 삼성으로 이적한 마무리투수 김재윤은 KT의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5년에 입단했다.
심우준은 신생팀 KT에서 기회를 받고 쑥쑥 컸다. KT와 함께 성장했다. 2015년 데뷔 첫 해부터 106경기를 뛰며 1군에서 경험을 쌓았고, 2018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고, 빠른 발로 누상을 휘저었다. 2020년 144경기 모두 출장하면서 도루왕(35개)에 올랐다.
2021년에는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407타수 109안타) 6홈런 48타점 61득점 16도루 OPS .69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도 기여했다. ‘우승 유격수’ 타이틀을 단 심우준은 2022년 시즌을 마치고 상무 입대하며 군복무를 수행했고, 지난 7월 전역 후 KT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7월부터 심우준이 남긴 1군 성적은 53경기 타율 2할6푼6리(169타수 45안타) 3홈런 28타점 7도루 OPS .680. 기록상으로 돋보이진 않지만 내실이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상무에서 야구가 늘어서 왔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한다”며 상황에 맞는 플레이, 팀 배팅 능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심우준이 FA로 떠날까 걱정했는데 현실이 됐다. KT도 심우준을 잡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진정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화의 조건이 조금 더 높았다. 선수로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진심을 아끼지 않은 KT를 떠나는 발걸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심우준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KT 구단과 팬들을 향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돼 죄송한 마음입니다. 많은 고민과 힘든 결정 끝에 팀을 옮기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KT 구단과 좋은 동료들, 코칭스탭, 그리고 감독님, 또 응원해주신 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즐겁게 야구할 수 있었으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심우준은 “돌아보면 수원에서 보낸 시간이 심우준을 만들어줬을 만큼, 2014년부터 KT에서 보낸 야구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어느 때나 뜨겁게 응원해주신 팬들의 함성이 마음이 남아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고, 마지막까지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KT에서 받은 과분한 사랑을 평생 기억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라고 팬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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