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김광현이 그립다' 2이닝→4이닝→1⅔이닝→3이닝, 이닝이터 없는 대표팀 현주소 [대만 현장]
입력 : 2024.11.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한국 선발 고영표가 13일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2회 6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국 선발 고영표가 13일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2회 6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계속 선발투수가 조금 빨리 무너지다 보니 중간에서 계속 과부하가 걸린다."

류중일(61)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선 3경기에서 1승 2패를 거둔 한국은 선발진이 좀처럼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첫 경기였던 13일 대만전에서는 고영표(KT 위즈)가 2회 천천웨이에게 만루홈런, 천제시엔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면서 2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다음날 등판한 곽빈(두산 베어스)은 빠른 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로 쿠바 타자들을 잘 요리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5회 들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면서 결국 무사 1, 2루를 만들고 내려갔다. 후속 투수가 잘 막아주며 곽빈은 4이닝 3피안타 5탈삼진 3볼넷 무실점의 성적을 거뒀다.

15일 열린 일본전에서는 대표팀의 유일한 좌완 선발 자원인 최승용(두산)이 마운드에 올랐다. 1회를 삼자범퇴로 잘 막아낸 그는 2회 들어 주자 2명을 내보냈다. 2아웃을 잘 잡았지만 쿠레바야시 코타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후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의 성적으로 내려갔다.

최승용이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2회 내야안타를 맞은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최승용이 15일 오후 6시(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2회 내야안타를 맞은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3경기에서 한국 선발투수들의 이닝은 도합 7⅔이닝에 그쳤다. 어느 투수에게는 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숫자와도 같다. 선발진이 이닝을 적게 먹으면서 불펜투수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만전에는 5명의 투수가 7이닝을 소화했고, 쿠바전에서 6명의 구원투수가 올라왔다. 일본과의 경기에는 무려 7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면서 무리하는 선수들도 나왔다. 최지민(KIA 타이거즈)은 대만전에서, 유영찬(LG 트윈스)은 일본전에서 각각 2⅔이닝을 소화했다. 곽도규는 정규시즌 때도 없던 3연투를 기록할 정도였다. '과부하' 발언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회이지 않나"고 말하며 "KBO 리그에서도 144경기에서 선발 6명, 7명씩 보유한 팀이 이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도미니카공화국전 선발 임찬규(LG)를 향해 "최대한 이닝을 좀 가야 한다"고 말했고, 여차하면 선발 자원인 고영표까지 투입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임찬규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1회부터 무사 1, 2루를 허용하는 등 위기를 맞이한 후 겨우 삼진 2개를 묶어 이닝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2회에도 무사 만루 상황을 자초했고, 병살타가 나오는 사이 첫 실점을 기록했다.

3회는 삼자범퇴로 막으며 임찬규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4회 아리스멘디 알칸타라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으면서 결국 그는 3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의 숫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임찬규가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4차전에서 4회 초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임찬규가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4차전에서 4회 초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과거 국제대회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한 경기를 책임져줬다. 특히 한국 야구 최고의 성과로 손꼽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당시에는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김광현(SSG 랜더스, 당시 SK 와이번스)이 각각 2경기에서 대활약했다.

류현진은 캐나다와 예선에서는 완봉승, 쿠바와 결승전에서는 8⅓이닝 2실점 승리투수로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김광현은 두 차례 일본전에 올라왔는데, 예선에서는 5⅓이닝 1실점, 준결승전에서는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장원삼, 송승준 등이 약체 팀을 상대로 이닝을 소화해주며 한국은 완벽한 대회를 만들었다.

물론 이번 대회에는 기대를 모았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손주영(LG) 등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선발 자원이 빈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떠나 선발이 5이닝을 버텨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과거 에이스의 시대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등판한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AFPBBNews=뉴스1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등판한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AFPBBNews=뉴스1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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