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두산 베어스의 확고한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두 가지 영입이 발표됐다. 외국인 선수에게 크나 큰 기대를 걸고 국내 선수에겐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내부 육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두산 베어스는 16일 "KT 위즈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한 허경민의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김영현(22)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크나 큰 타격이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해 올 시즌까지 원클럽맨으로 뛰며 팀의 우승 3차례를 선사한 핵심 3루수가 이탈했으나 두산은 의외로 투수 유망주, 심지어는 군(상무) 입대를 앞둔 선수를 지명했다.
당장 내년보다도 앞으로 더 긴 미래를 중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현은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5순위)로 KT 위즈에 입단해 1군 통산 성적은 39경기 등판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ERA) 5.36에 그친 선수다.
다만 두산은 "김영현은 하체 중심의 좋은 밸런스를 갖춘 투수다. 최고 149㎞의 직구에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며 "비록 12월 상무 야구단 입대가 예정돼있지만 미래를 보고 선택지 중 가장 좋은 자원을 지명했다. 상무에서 경험을 쌓은 뒤 더욱 성장해 두산 베어스에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확실한 가능성을 점쳤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했다.
내야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이승엽 감독 부임 후 2년 동안 두산은 차세대 유격수 발굴에 골몰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정작 시즌 막판 가장 많이 활용한 건 최근 은퇴를 선언한 김재호였다. 이젠 '천재 유격수'마저 떠나가 더 기댈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3루수에도 구멍이 뚫렸다.
그럼에도 두산은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허경민을 지키는 것은 물론 보상선수를 데려오는 일, 추가적인 FA를 데려오는 것보다도 내부 자원을 키워 쓰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앞서 지난 6일 이천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내년 구상을 하면서 이 선수들 중 '충분히 1군 무대에서 뛸 선수들이 있구나' 하는 확신도 생겼다"며 "여기 있는 젊은 선수들을 처음에 만났을 때 '베테랑을 이겨라'라고 이야기했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후 허경민이 팀을 떠났고 그 실체가 밝혀졌다.
이 감독은 "시즌을 끝마친 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면 가장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한 달이었지만 거의 1년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이제 정리가 됐다. 지난 1일부터 여기 모여서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로 투수가 아닌 내야수 박준순을 택한 것은 두산의 야수 세대교체 의지를 알리는 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유격수는 박준영과 전민재 등이, 3루수는 이유찬과 박계범, 박준순 등이 후보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끊임없이 야수들을 키워내며 '화수분 야구'로 불렸던 두산이지만 FA와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인한 계속된 이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리며 리그 톱 유망주들을 놓치며 화수분이 말랐다는 평가가 이어졌던 두산이다. 이젠 육성을 통해 다시 야수진을 키워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해선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산은 지난 15일 "외국인 투수 콜 어빈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연봉 8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좌완투수 어빈은 2016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고 2019년 데뷔해 6시즌 통산 134경기(선발 93경기)에 등판해 593이닝 28승 40패, 평균자책점(ERA) 4.54, 593이닝 434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다. 2024시즌엔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며 29경기(선발 16경기) 6승 6패, ERA 5.11, 111이닝 78탈삼진을 기록한 채 방출됐지만 한국 야구에선 여전히 눈길을 끄는 투수였다.
올해 연봉 200만 달러를 받았던 어빈이지만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의 역수출 신화를 보고 깨달은 것일까. 연봉 반토막에도 흔쾌히 두산행을 결정했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로 인해 시즌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고의 원투펀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은 전반기부터 부상을 당했고 도합 26경기 9승 6패를 남겼다. 두산은 조던 발라조빅(2승 6패)과 시라카와 케이쇼(2승 3패)로 구멍을 메우려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나 브랜든은 끝내 가을야구에 합류하지 못했고 두산은 와일드카드 최초 업셋 패배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떠안아야 했다.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선발 카드를 원했던 두산은 발 빠르게 움직였고 두산은 계약 사진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촌각을 다투며 긴박하게 계약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는 1년 차 최대 몸값이 100만 달러다. 결국 누가 더 진심으로 어필하고 선수가 원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성공만한다면 적은 돈으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게 외국인 선수 영입이다.
특히나 두산은 샐러리캡 여유가 많지 않은 팀이다. 지난해 기준 샐러리캡 상한 금액인 114억 2638만원까지 여유는 단 2억 4463만원, 합계 111억 8175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쓴 팀이 두산이었다.
스토브리그 기조를 바꾸게 된 원인 중 하나였고 내야는 육성으로 해결하고 실리는 외국인으로 거두겠다는 확실한 방향성을 읽어볼 수 있는 오프시즌 초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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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는 16일 "KT 위즈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한 허경민의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김영현(22)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크나 큰 타격이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해 올 시즌까지 원클럽맨으로 뛰며 팀의 우승 3차례를 선사한 핵심 3루수가 이탈했으나 두산은 의외로 투수 유망주, 심지어는 군(상무) 입대를 앞둔 선수를 지명했다.
당장 내년보다도 앞으로 더 긴 미래를 중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현은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5순위)로 KT 위즈에 입단해 1군 통산 성적은 39경기 등판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ERA) 5.36에 그친 선수다.
다만 두산은 "김영현은 하체 중심의 좋은 밸런스를 갖춘 투수다. 최고 149㎞의 직구에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며 "비록 12월 상무 야구단 입대가 예정돼있지만 미래를 보고 선택지 중 가장 좋은 자원을 지명했다. 상무에서 경험을 쌓은 뒤 더욱 성장해 두산 베어스에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확실한 가능성을 점쳤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했다.
FA로 KT와 계약한 허경민. /사진=KT 위즈 제공 |
16일 허경민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김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
그럼에도 두산은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허경민을 지키는 것은 물론 보상선수를 데려오는 일, 추가적인 FA를 데려오는 것보다도 내부 자원을 키워 쓰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앞서 지난 6일 이천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내년 구상을 하면서 이 선수들 중 '충분히 1군 무대에서 뛸 선수들이 있구나' 하는 확신도 생겼다"며 "여기 있는 젊은 선수들을 처음에 만났을 때 '베테랑을 이겨라'라고 이야기했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후 허경민이 팀을 떠났고 그 실체가 밝혀졌다.
이 감독은 "시즌을 끝마친 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면 가장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한 달이었지만 거의 1년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이제 정리가 됐다. 지난 1일부터 여기 모여서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로 투수가 아닌 내야수 박준순을 택한 것은 두산의 야수 세대교체 의지를 알리는 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유격수는 박준영과 전민재 등이, 3루수는 이유찬과 박계범, 박준순 등이 후보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끊임없이 야수들을 키워내며 '화수분 야구'로 불렸던 두산이지만 FA와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인한 계속된 이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리며 리그 톱 유망주들을 놓치며 화수분이 말랐다는 평가가 이어졌던 두산이다. 이젠 육성을 통해 다시 야수진을 키워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ML 시절 콜 어빈. /AFPBBNews=뉴스1 |
좌완투수 어빈은 2016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고 2019년 데뷔해 6시즌 통산 134경기(선발 93경기)에 등판해 593이닝 28승 40패, 평균자책점(ERA) 4.54, 593이닝 434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다. 2024시즌엔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며 29경기(선발 16경기) 6승 6패, ERA 5.11, 111이닝 78탈삼진을 기록한 채 방출됐지만 한국 야구에선 여전히 눈길을 끄는 투수였다.
올해 연봉 200만 달러를 받았던 어빈이지만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의 역수출 신화를 보고 깨달은 것일까. 연봉 반토막에도 흔쾌히 두산행을 결정했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로 인해 시즌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최고의 원투펀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은 전반기부터 부상을 당했고 도합 26경기 9승 6패를 남겼다. 두산은 조던 발라조빅(2승 6패)과 시라카와 케이쇼(2승 3패)로 구멍을 메우려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나 브랜든은 끝내 가을야구에 합류하지 못했고 두산은 와일드카드 최초 업셋 패배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떠안아야 했다.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선발 카드를 원했던 두산은 발 빠르게 움직였고 두산은 계약 사진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촌각을 다투며 긴박하게 계약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는 1년 차 최대 몸값이 100만 달러다. 결국 누가 더 진심으로 어필하고 선수가 원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성공만한다면 적은 돈으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게 외국인 선수 영입이다.
특히나 두산은 샐러리캡 여유가 많지 않은 팀이다. 지난해 기준 샐러리캡 상한 금액인 114억 2638만원까지 여유는 단 2억 4463만원, 합계 111억 8175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쓴 팀이 두산이었다.
스토브리그 기조를 바꾸게 된 원인 중 하나였고 내야는 육성으로 해결하고 실리는 외국인으로 거두겠다는 확실한 방향성을 읽어볼 수 있는 오프시즌 초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환히 웃고 있는 이승엽 두산 감독.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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