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이상규(29)의 비시즌 진심을 담은 노력의 성과, 아직은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상규는 16일,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호주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동안 60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해 선발 후보로 캠프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상규는 극과 극의 피칭을 선보였다. 자신이 책임진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낸 반면, 볼넷 4개를 허용했고 폭투로 실점을 내줬다.
1회 선두타자 팀 케넬리를 몸쪽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시작했다. 후속 알렉스 홀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릭슨 윙그로브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지만 2사 1루에서 로비 퍼킨스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아 2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윌 라일리를 풀카운트에서 몸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 위기를 넘겼다.
2회 울리히 보야르스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브라일리 나이트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후 조지 칼릴를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으로 솎아내 2아웃을 선점했다. 이후 리암 스펜스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아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다. 이후 팀 케넬리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절묘한 제구력으로 보더라인을 공략했지만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울리지 않았다. 결국 알렉스 홀 타석 때 초구에 폭투가 나오며 선제 실점을 내줬다. 그러나 계속된 2사 2,3루에서 알렉스 홀을 다시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3회 선두타자 릭슨 윙그로브는 다시 삼진으로 솎아내며 7개째 삼진을 뽑아냈다. 이후 로비 퍼킨스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이상규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LG에서 한화로 이적한 이상규는 인생 시즌을 만들었다. 2015년 2차 7라운드 전체 70순위로 LG에 입단했지만 LG의 두터운 투수진을 뚫지 못했다. 2020년 초반 잠시 마무리 투수를 맡기도 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입지가 좁아졌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선택을 받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을 받으면서 4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양도금을 투자했다.
전반기 주로 2군에 머물던 이상규는 후반기에는 불펜 한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8월24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올라와 10회까지 2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LG 시절인 2020년 5월24일 잠실 KT전 이후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고, 인터뷰 중 감격의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 최종 성적은 21경기(32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5.63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뒤 이상규는 자비로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일정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위치한 ‘트레드 애슬레틱스’를 찾아갔다. 트레이닝부터 바이오메카닉 분석으로 선수들의 잠재력과 기량을 극대화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KIA, SSG 등 국내 팀들도 투수 유망주들을 파견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올 겨울에는 조상우, 임기영(이상 KIA), 정우영(LG), 최원준(두산) 등 여러 투수들이 개인 훈련을 위해 찾았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롯데)도 지난해 트레드 애슬레틱스에서 비시즌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지난해 연봉 4400만원의 이상규는 자비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고환율 시대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태평양을 건넜다. “비시즌에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배우고 싶었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어떻게 하는지 한 번 경험해보기 위해 다녀왔다. 환율이 높은 시기라 비용이 어마무시했지만 저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하고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주 타선을 상대로 이날 구위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과시했다. 다만, 제구가 아직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희망적인 모습을 확인했지만 아쉬운 모습 역시도 확인했다. 아직 자비 유학의 효과를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 한화는 이날 호주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호주와의 평가전 전적은 1승1무를 기록했다. 14일 경기는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고, 15일 경기는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신인 좌완 권민규가 2⅔이닝 5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쳤고 신인 포수 한지윤이 9회 결승 2루타로 승리를 거뒀다.
한화는 오는 19일까지 호주 멜버른 1차 캠프를 마치고 귀국한다. 이후 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일본 및 국내 프로구단들과 실전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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