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글렌데일(미국), 한용섭 기자]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에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루키이기에 이것저것 적응하기 위해 바쁘기도 하지만, ‘타격폼 수정’으로 인해 공식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매일 개인 타격훈련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 김혜성은 오전에 실시된 수비와 야외 타격 훈련 그리고 무키 베츠와 단 둘이 엑스트라 수비 훈련(내야 뜬공 포구)을 마쳤다. 현지 시간 낮 12시가 조금 지나서 전체 훈련이 끝났다.
다저스 구단은 이날 취재진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과 자유롭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낮 12시반부터 오후 1시반까지로 공지했다. 그런데 엑스트라 수비 훈련을 마친 김혜성은 “실내 배팅 케이지로 이동해 타격 훈련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1시반까지 훈련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성은 클럽하우스 개방이 마감되기 직전인 1시28분에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날 많은 한국 미디어가 다저스 캠프와 김혜성을 취재했는데, 김혜성은 “늦을까봐 훈련 마치자마자 뛰어왔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수비는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 최근 2루에서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고, “타격에서 바꾸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김혜성의 타격폼을 조정하고 있다. 김혜성은 “상체와 하체 다 바꾸고 있다. 팀에서 분석해주셔서 바꾸고 있다”고 했다. 장타력을 높이기 위해서일까. 김혜성은 “아니다. 문제점이 있으니까 보완해주는 것이다. 장타 보다는 좋은 스윙을 하기 위한 수정이다. 바꾸고 있는 단계라 많이 불편하고, 어색한 것이 있어서 빨리 연습해서 적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CAA 스포츠는 18일 다저스 캠프 내에서 별도로 김혜성 기자회견 일정을 잡았다. 김혜성이 많은 훈련량을 모두 마치고, 한국 취재진들과 충분한 인터뷰를 가질 수 있도록 오후 늦은 시간대에 진행됐다.
김혜성은 자신의 타격폼 수정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 김혜성은 스스로 타격폼을 수정하려는 생각도 있었고, 다저스는 김혜성의 다양한 자료를 수집 분석해서 조정을 권유했다.
그는 "다저스에 타격폼을 촬영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있다. 내가 야구하면서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분석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정확히 나왔다. 문제점과 연습 방법을 알려주니까 좀 수월하게 쉽게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을까. 김혜성은 "전부 다 바꾸고 있다. 스윙 결이라든가 여려 가지. 야구라는 게 확률 스포츠다 보니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스윙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160km 빠른 공에 대응력을 높이는 걸까. 그는 "빠른 공 대응력이라기 보다는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컨택할 수 있는 면을 최대한 넓게 만들어, 어떻게 하면 안타를 칠 수 있을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타격폼과 관련해 크게 변화를 주는 것은 4년 만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저스에 와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하면 당연히 내가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다저스가 워낙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는 팀이다 보니 내 문제점을 잘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은 17일 프리배팅 훈련 첫 턴에서 7개의 배팅볼을 때렸는데 외야로 뻗어나가는 타구는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 땅볼이거나 배팅볼 투수를 보호하는 그물망을 맞거나, 배팅케이지 위를 맞는 파울이 됐다. 아직 새 타격폼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보였다. 2번째 턴에서는 7개 타구 중 3개가 외야로 뻗어나갔다. 김혜성이 타격을 마치고 다음 순서를 기다릴 때, 에런 베이츠 타격코치는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18일 프리배팅에서 타구의 질은 좋아졌다. 첫 턴에서는 땅볼 타구가 뜬공 타구 보다 많았으나, 두 번째 턴부터는 외야로 뻗어나가는 타구들이 더 많아졌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타구를 때리는 등 홈런 3개를 넘기기도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홈런 타구에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 프리배팅을 마치자 김혜성에게 박수를 쳐줬다.
베이츠 다저스 타격코치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의 타격폼 수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김혜성은 지금 좋은 방향으로 잘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잘 조정하고 있고, 자기 몸을 제어할 줄 아는 선수다. 최근 며칠 동안 조금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정만 했을 뿐이다. 정말 인상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타격 훈련 도중, 코치들이 김혜성과 계속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물었다. 그는 “배팅을 치고나면, 타석에서 느끼는 것에 대해 피드백과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혜성이 타석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알고 싶다. (타격폼 수정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 훌륭했고,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김혜성의 재능을 칭찬하면서도, 더 나은 타격을 위해서라며 타격폼을 수정하고 있다. 새로운 리그, 게다가 KBO리그보다 상위 레벨인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존 타격폼을 바꾸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8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3할4리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3할2푼6리 11홈런, 2023년에는 3할3푼5리 7홈런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김혜성이 KBO리그에서 뛸 때와 WBC 등 국제대회에서 플레이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 베이츠 코치는 “KBO에서 김혜성의 거의 모든 스윙과 경기 비디오를 갖고 있다. 김혜성이 타석에서 무엇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는지 알아보려고 꽤 광범위하게 살펴봤다”고 말했다.
베이츠 코치는 "김혜성은 가르친다고 해서 배울 수 없는 기술을 타고 난 선수다. 한국에서 모든 훌륭한 요소를 갖추고 왔기 때문에, 약간 미세 조정을 하는 것이다. 분명히 그는 훌륭한 선수다. 자유롭게 플레이하고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약간의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한국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적응할지가 관심이다. 김혜성이 갖고 있는 야구 기술이 메이저리그 강속구에도 잘 적응할까.
베이츠 코치는 “기본적인 스킬을 갖고 있으면 잘 전환될거라 생각한다. 98마일(157.7km) 공은 누구나 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혜성이 KBO리그에서 그런 공을 놓치지 않는 기본적인 기술을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꽤 강력하게 전환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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