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통산 200홈런을 기록 중인 ‘거포 3루수’ 라파엘 데버스(29)는 지난 2023년 1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11년 3억1350만 달러(약 4515억원)에 대형 연장 계약을 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액 계약으로 FA 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보스턴에 잔류했다.
당시 계약을 통해 데버스는 3루 포지션도 보장받았지만 2년의 시간이 흘러 자리를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보스턴이 최근 FA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31)을 3년 1억2000만 달러(약 1729억원)에 영입하면서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브레그먼이 2루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었지만 보스턴은 그를 3루수로 쓰고, 데버스를 지명타자에 넣기로 했다. 지난해 OAA(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가 데버스는 -6으로 하위 10% 수준이었지만 브레그먼은 +6으로 상위 10% 안에 들었다. 수비력에서 큰 차이가 나고, 브레그먼을 3루수로 쓰는 게 보스턴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정작 데버스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3루가 내 포지션이다. 구단 계획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 의지가 뭔지 분명히 말했다. 지명타자도 아니고, 1루수도 아니다”며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통산 942경기 선발 출장 모두 3루수로 나선 데버스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연장 계약할 때 분명히 3루에서 오랫동안 뛰겠다고 논의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3루 포지션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계약을 성사시켰던 하임 블룸 야구운영책임자(CBO)는 지금 보스턴에 없다. 지난 2023년 9월 보스턴에서 해고된 뒤 현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야구운영사장 특별고문으로 있다. 그가 물러난 뒤 보스턴은 크레이그 브래슬로 CBO 체제로 바뀌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데버스의 포지션 이동 거부에 “리더가 바뀌었다. 블룸은 지금 세인트루이스에 있다”고 답했다. 구단 운영 책임자가 바뀌었으니 2년 전 약속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다.
디애슬레틱은 ‘브레그먼이 3루에 있을 때 보스턴은 더 좋은 팀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데버스는 수비에서 평균적인 3루수였던 적이 없고, 29세가 되는 올해 체중(약 109kg)도 더 무거워지고,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코라 감독은 “우리는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결정해야 한다. 데버스는 3루수로서 자부심 강하지만 이건 팀의 문제다. 어떤 결정을 하든 팀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며 “데버스와 계속 대화하면서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3루에서 데버스를 밀어내는 모양새가 된 브레그먼은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뛰고 싶다. 결정은 감독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데버스가 대놓고 포지션 이동에 거부감을 드러낸 만큼 코라 감독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관심이 모아진다. 코라 감독은 “나와 데버스는 2017년 11월부터 함께했고,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며 “그는 이기고 싶어 한다. 보스턴에서 우승을 하고 싶어 한다”는 말로 데버스가 팀을 위해 포지션 이동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다.
데버스는 “구단이 포지션 이동을 제안한 게 매우 놀랍다. 올바른 방식이 아닌 것 같지만 야구가 항상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브레그먼에 대해선 “정말 훌륭한 선수다.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투좌타 3루수 데버스는 2017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시즌 통산 980경기 타율 2할7푼9리(3802타수 1062안타) 200홈런 638타점 OPS .85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성적은 138경기 타율 2할7푼2리(525타수 143안타) 28홈런 83타점 OPS .871. 올스타 3회, 실버슬러거 2회 경력자로 2018년 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팀에 남아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