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미국 선수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지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이정후는 “미국에 와서 느낀 게 미국 선수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더라”며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WBC는 현역 메이저리거들도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이정후 말대로 미국도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게 맞다. ‘홈런왕’ 애런 저지(33·뉴욕 양키스)도 WBC 참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저지는 “국가대표로 출전하면 멋질 것 같다. 미국은 결승에 나갔지만 우승하지 못했다. 그러니 내년에는 우리가 우승해야 한다”며 “꽤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2006년 8위, 2009년 4위, 2013년 6위로 WBC에서 고전을 거듭하던 미국은 2017년 첫 우승으로 ‘야구 종주국’ 명성을 살렸다. 그러나 2023년에는 결승전에서 일본과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아깝게 우승에 실패했다. 9회초 마무리투수로 올라온 일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미국 중심타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내는 명장면을 남겼다.
당시 미국은 트라웃을 비롯해 무키 베츠(LA 다저스),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폴 골드슈미트(양키스)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왔지만 최정예는 아니었다. 2022년 아메리칸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62홈런 기록을 세웠던 저지도 미국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당시 저지는 “나라를 대표해 WBC에 참가하면 영광이겠지만 내게 가장 큰 목표는 양키스 우승이다. 9년 계약을 맺은 직후인 지금은 팀이 1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당시 저지는 양키스와 9년 3억60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고 첫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이 흘러 저지의 생각이 달라졌다. 30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를 감안하면 내년 WBC가 그에겐 마지막 국가대표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WBC가 대회를 거듭할수록 위상과 인기가 점점 올라가면서 미온적이었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WBC에 관심 있는 양키스 선수는 저지만이 아니다. 유격수 앤서니 볼피가 미국 대표팀 합류를 희망하고 있고, 내야수 재즈 치좀 주니어는 영국 대표팀 합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WBC는 기존 16개국에서 20개국 참가로 확대됐다. 5개팀씩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상위 2개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미국은 멕시코, 이탈리아, 영국, 그리고 최종 예선을 통과하는 팀과 B조로 편성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