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난(대만), 조형래 기자] 19실점을 하면서 대패를 당했지만, 수확거리는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에서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내야수 한재환(24)이 희망의 장타를 쏘아 올렸다.
NC는 24일 대만 타이난 아시아-태평양 국제야구훈련센터 메인구장에서 열린 타이강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3-19로 대패를 당했다. 이호준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대외 실전 연습경기에서 굴욕적인 참패와 마주했다.
타이강 호크스는 2022년 창단한 신생팀으로 지난해부터 대만프로야구(CPBL)에 참가했다. 전후기 통합 꼴찌팀이었다. NC는 선발 임상현부터 배재환, 김재열, 김민규, 손주환, 한재승 등 올라오는 투수들 마다 타이강의 매서운 타격감에 혼쭐이 났다.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소이현과 김시훈, 두 투수 뿐이었다. 타선도 박민우 김주원 박건우 권희동 손아섭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부분 출동했지만 올해 첫 실전 경기에 아직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듯 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닐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지난 21일, 미국 투손-로스앤젤레스-인천-타이난까지 30시간이 넘는 장기간 비행으로 여독이 덜 풀리고 시차적응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지점이기에 이날 대패의 이유를 정상참작할 수도 있지만 NC는 변명하지 않았다. 서재응 수석코치도 “다 핑계일 뿐이다”라며 선수단에게 다시 한 번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NC가 대패 속 찾은 희망과 수확은 애리조나 투손 캠프의 야수 MVP인 한재환의 활약이었다. 한재환은 6회초 1루수로 교체 출장한 뒤 8회말 2사 1,2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이날 NC 타자들이 친 타구 중에 가장 멀리 뻗어간 타구였다.
이호준 NC 감독은 한재환의 파워와 체력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한재환은 캠프 첫 날부터 끝까지 파워가 하나도 안 떨어지더라. 타구가 멋지게 날아갔다. 비거리도 엄청나고 그렇게 많이 쳤음에도 메커니즘이 변하지 않았다. 나도 야구 하면서 처음 본 파워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어 “타구들이 18도 정도의 발사각으로, 라인드라이브로 쭉쭉 날아간다. 정말 놀라긴 했다”라며 “2군에 있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다 뛰어넘었다. 1군에 있을 때 타격은 무조건 주전이다. 1군 선수로 갖출 수 있는 것은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경험만 쌓이면 정말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연습경기 한 경기일 뿐이지만, 한재환은 이호준 감독의 기대를 충족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그는 “사실 뒤에 나올 친구들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공도 많이 들이고 정말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다. 기존의 친구들은 계산이 서는데 또 저 어린 친구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써야할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김)한별이, (김)범준이, (한)재환이, 또 (박)시원이 이런 친구들이 궁금하고 잘 하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경기 할 때 떨지 말고 결과가 잘 안나와도 시원시원하게 하는 모습만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경기 후 한재환은 “감독님께서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 같다. 운동 선수라면 운동은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다. 저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너무 열심히 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날 성과에 대해서는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지만 선배님들이나 코치님들이 활기를 많이 불어넣어주시려고 노력했다. 점수 차가 그렇게 안 느껴졌다”라며 “오랜만의 경기를 치르다 보니까 첫 타석에서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타석에서는 힘을 좀 뺐던 게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로 입단한 한재환은 지난해 데뷔해 7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2군에서는 이미 파워로 정평이 나 있었다. 8월 30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에서는 4연타석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과정을 더 견고하게 만든 게 지금의 결과로 나오고 있다. 그는 “마무리캠프부터 조영훈 코치님, 전민수 코치님과 함께 해오던 훈련이 있다. 이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싶었는데 스프링캠프에서 헷갈리지 않고 잘 준비한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라며 “스윙 가속도, 스윙 각도 등을 보완한 게 데이터적으로도 괜찮은 방향으로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1군 코칭스태프 앞에서 자신의 파워를 보여줬고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남은 건 한재환의 정규시즌 1군에서 좀 더 기회를 잡는 것. 관건은 수비 포지션이다. 김휘집 서호철 맷 데이비슨 등 한재환이 맡아야 할 코너 내야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호준 감독은 외야수 훈련도 시키게 할 정도로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한재환도 그에 걸맞게 준비를 하려고 한다. 그는 “수비 위치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곳, 어디든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라며 “1군에 오래 붙어있고 싶은 게 모든 선수들의 꿈이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일단 데뷔 첫 1군 홈런부터 시작해 두 자릿수 홈런까지 때려내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팀을 하위권으로 예상하는데 5강 싸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팀에 더 도움이 되기 위해 준비하겠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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