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미야자키(일본), 이후광 기자] 4위와 5위를 하려고 야구를 하는 팀도 수두룩한데 두산 회장님의 생각은 달랐다. 두산 2차 스프링캠프를 찾은 박정원 구단주가 선수단을 향해 4위, 5위에 안주하지 않고 베어스다운 야구를 통해 더 높은 순위에 오를 것을 주문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구춘대회 첫 경기가 열린 일본 미야자키 산마린 스타디움을 방문해 경기를 끝까지 관전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 차례로 악수하며 격려했고, 주장 양의지에게 격려금도 전달했다.
관심을 모은 건 구단주의 격려사였다. 박정원 구단주는 선수단을 향해 “4위,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주길 바란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2022시즌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2023시즌 5위(74승 2무 68패)에 오르며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았다. ‘FA 최대어’ 양의지와 ‘20승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 복귀 등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며 1년 만에 9위 충격을 씻는 데 성공했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첫해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다만 당시 두산은 시즌 막바지까지 공동 3위 싸움을 하다가 5위로 떨어지며 가을야구 복귀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9위에서 5위로 도약한 기쁨보다 5위보다 더 높은 순위도 가능했을 거라는 시선이 많았다. 전력 안정화에 실패하며 11연승과 7연승을 각각 한 차례씩 하고도 긴 연패에 빠져 승리를 까먹는 악순환이 지속된 결과였다.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가을야구 또한 1경기 만에 허무하게 종료됐다.
2024시즌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시라카와 케이쇼 등 외국인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스프링캠프 때 구상한 마운드 플랜이 모두 어긋났다. 최승용의 부상, 최원준의 부진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 젊은 불펜진의 혹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 한 단계 오른 정규시즌 4위(74승 2무 68패)를 해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을의 기운은 두산을 외면했다. 모처럼 홈에서 열린 포스트시즌을 맞아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최초로 5위팀에 2경기를 모두 내주는 시련을 겪었다. 그 동안 5위팀의 1차전 승리가 두 차례 있었지만, 2차전까지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두산은 그렇게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4위팀으로 기록됐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이승엽 감독. 올해는 부임 때 약속했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내기 위해 스토브리그부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창단기념식에서 “올해 팬들에게 승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자. 팬들이 열광하던 두산 베어스는 허슬, 그리고 미라클로 대표된다.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는 끈질김을 되살리자.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에게 미라클의 감동을 되살려주자”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두산은 구단주가 강조한 베어스다운 야구, 허슬두 부활을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허슬플레이상을 신설했다. 당초 MVP, 우수타자, 우수투수만 선정했으나 올해부터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가 스프링캠프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두산의 상징인 ‘허슬’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시상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연습경기에서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된 포수 박민준이 1호 수상자로 선정됐다.
젊은 선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파이팅이 넘친다. 최원준 최준호 김민규 김유성이 5선발, 이유찬 박지훈이 유격수, 오명진 여동건 박준순이 2루수, 추재현 김민석 조수행 전다민이 좌익수 자리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훈련장에서 베테랑, 신예할 것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훈련 분위기도 상당히 밝다. 미야자키를 찾은 김재호 SPOTV 해설위원은 "어린 야수들이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라고 바라봤다.
이승엽 감독은 “2년 전 취임 때 한국시리즈를 해보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는데 당연히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나머지 9개 구단 전력이 강화됐고, 우리는 보강이 되지 않았다고 보지만, 내부적으로 경쟁 구도가 갖춰져 있다. 지난해 젊은 투수진이 건재하며, 외인 원투펀치에 곽빈이 축을 잡아주면 국내 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분명 뒤지지 않는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박정원 구단주의 두산 베어스, 그리고 야구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두산 베어스 전지훈련지를 매년 찾아 선수단의 여건을 직접 살피며 최상의 환경 제공에 힘써왔다. 지난해에는 선수단의 실시간 전력분석에 보탬이 되고자 150만 원 상당의 태블릿PC를 선수단 35명에게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엽 감독은 “해마다 전지훈련지를 찾아와 격려해주는 회장님께 팀을 대표해 감사드린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구단주께서 두산 베어스를 아끼시는 모습을 피부로 느끼며 큰 힘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26일 일본에 도착한 박정원 구단주는 27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구춘대회 맞대결을 지켜본 뒤 28일 귀국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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