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이집트 경기장 폭력사태, 음모설이 나도는 이유는?
입력 : 2012.02.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이것은 나라가 안정되길 원하지 않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걸 원하지 않는 이들이 벌인 행동이다”

이집트 항구 도시 포트 사이드에서 벌어진 최악의 경기장 폭력사태(현재까지 74명 사망)에 음모론이 제기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사건은 현지 시간으로 1일 저녁 알 마스리와 알 아흘리의 경기가 끝난 후에 시작됐다. 경기는 홈 팀 알 마스리의 3-1 승리로 끝났는데, 양 팀 팬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충돌했다. 경찰이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칼을 든 팬들도 있었고, 주먹과 돌이 난무했다. 그라운드 한 쪽에서는 불까지 났다. 경찰도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이번 일이 단순한 팬들의 충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사건이라는 해석. 현재 의회 다수당인 무슬림 형제단 국회의원인 에삼 알-에리안은 “이번에 포트 사이드에서 일어난 사건은 계획됐다. 전 정권들의 잔당이 보낸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십대에 알 아흘리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하니 세딕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에 관련된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들은 축구 팬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무기를 소지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계획설의 근거로 삼았다. 복수의 외신은 양측 팬 중 일부는 이미 칼을 소지하고 경기장에 들어왔었다고 주장했다. 충돌이 우발적인 게 아니라 계획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알 아흘리 팬이 알 마스리 팬을 자극하는 걸개를 들고 나와 충돌이 이뤄진 게 아니라 일부 사람들이 사건을 기획했다는 이야기였다. 세딕은 “어떻게 그들이 그라운드에 칼을 들고 들어갈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렇다면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누구일까? 무슬림 형제단에서는 수십 년 동안 철권통치를 하다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잔당들이 민심을 흔들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기도 절묘하다. 지난 1월 29일은 시민혁명 1주기였다. 그리고 같은 달 24일에는 무바라크 축출 후 처음 국회(하원)가 열렸다. 여러모로 시민들의 열망이 고조됐다. 다르게 보면, 이런 상황에서 큰 사건이 나오면 시민들은 새로운 내각에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은 치밀하게 계획된 일일 가능성이 커진다. 완벽한 장소에서 멋진 알리바이를 지닌 사건이 적절한 시기에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으로 이끌기에 이보다 적절한 일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집트는 사건 수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새로운 내각은 모든 프로축구경기를 취소했다. 그리고 목요일 국회 임시 회의를 소집했다. 경찰도 바로 수사를 시작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이집트 시민혁명은 1주기를 맞았다. 과연 새로운 내각은 축구장에서 불어온 바람을 잘 다스리고 민주화로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지나간 독재자를 지지하는 이들의 뜻이 관철될까? 축구계를 넘어 전 세계의 눈이 이집트 포트 사이드의 한 경기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주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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