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완패’ 브래드포드, 박수 받을만한 자격 있었다
입력 : 2013.02.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지훈 기자= 0-5 완패.

그러나 '리그 투(4부 리그)' 팀 브래드포드 시티의 투혼과 정신력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브래드포드는 25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캐피털 원 컵(리그컵) 결승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1911년 FA컵 우승 이후 102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던 브래드포드의 꿈은 스완지의 새로운 역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전반 16분 스완지의 네이선 다이어에게 선제골을 내줄 때까지만 해도 브래드포드의 팬들은 희망을 갖고 있었고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했다. 그러나 전반 40분의 미겔 미추에게 또 1골을 실점하자 오히려 팬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리그컵 결승이라는 축제의 장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후 세 골이나 더 내주며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팬들은 브래드포드의 깃발과 머플러를 흔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도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듯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브래드포드의 결승진출은 기적에 가까웠다.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중 가장 낮은 리그인 '리그 투'에서 뛰고 있는 브래드포드는 2000/2001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이후로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4부 리그까지 떨어진 브래드포드는 현 필 파킨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까지 희망은 없어 보였고 어두운 미래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파킨슨 감독은 마지막 기회를 살리며 프리미어리그 강팀들을 연파하고 리그컵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 오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16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위건 애슬레틱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에 진출했다.

8강 상대는 우승에 목말라있는 아스널. 90분간의 치열한 공방전속에 1-1로 비긴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 끝에 브래드포드가 이겨 준결승에 올라갔다. 아스널은 경기 막판까지 무관을 끊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브래드포드의 꿈을 막지는 못했다.

브래드포드는 두 경기 연속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체력을 소진했다. 당연히 애스턴 빌라전에서 불리해보였던 게 사실. 그러나 브래드포드 선수들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고, 홈에서 펼쳐진 준결승 1차전에서 애스턴 빌라를 3-1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2차전에서 1-2로 패배했지만 결승진출은 브래드포드의 몫이었다.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 경험이 없었던 브래드포드는 웸블리 스타디움의 압도적인 크기와 응원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5골이나 내줬지만 선수들과 팬들의 얼굴에는 실망스러움보다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90분 내내 열렬한 응원을 보낸 브래드포드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비록 우승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의 정신력과 팬들의 자세는 박수 받기에 충분했고 1위 팀만큼이나 빛난 2위의 모습이었다.

사진= ⓒBen Queenborough/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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