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동료애...카시야스, 발데스를 안아주다
입력 : 2013.03.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지훈 기자 =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경쟁자가 뒤처지면 나에게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당연하지"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하지만.
큰 인물들의 행동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나를 희생해서라도 동료가 잘 되고, 조직이 발전하면 기뻐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케르 카시야스가 '대인'의 풍모를 보였다. 그는 지난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생드니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스페인-프랑스전에서 스페인이 승리를 거두자 매우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행동을 했다.

왼손 부상으로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카시야스는 이날도 스탠드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스페인이 1-0으로 승리한 직후 그라운드로 내려와 이날 선방쇼를 펼친 빅토르 발데스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날 스페인의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 지는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스페인은 지난 21일 핀란드와의 예선 홈경기에서 의외의 무승부를 거두며 프랑스와 승점이 2점차로 벌어진 상황이었다. 본선 직행 티켓이 걸린 1위를 탈환하려면 적지인 프랑스에서 무조건 이겨야 했다.

프랑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경기 장소는 적지인 파리였다. 프랑스는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하다 전반 39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프랑크 리베리가 발데스와 1대1 상황을 맞은 것. 발데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바로 각도를 좁히기 위해 나갔고, 리베리의 오른발 슈팅은 발데스의 오른발에 맞고 굴절됐다. 만약 발데스가 0.1초라도 늦게 나갔다면 바로 실점할 상황이었다.

이 선방이 없었다면 스페인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결국 후반에 페드로의 결승골로 스페인이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발데스는 영웅이었다. 그런데 원래 그 자리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 최고의 골키퍼 카시야스의 차지였다. 지난 2002년 이후 이 사실은 10년 넘게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카시야스는 프랑스전에 왼손 뼈 부상으로 뛸 수 없었고, 스탠드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발데스의 선방에 박수 치고 환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제 카시야스는 복귀한다. 그러나 카시야스는 두달 간 공백이 있던 데다 발데스가 최근 A매치에서 연달아 선방쇼를 보임으로써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들 외에도 권토중래를 노리는 페페 레이나(리버풀), 미래 스페인의 수문장인 다비드 데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방을 거듭하고 있는 디에고 로페스 등도 버티고 있다.

아마 FIFA 가맹 202개국 중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 만큼 '골키퍼 골라잡기'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카시야스는 본인이 주전 장갑을 끼던, 아니면 다른 후배가 그 자리를 차지하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찌 보면 카시야스의 그런 성실한 성품이 10년 넘게 그를 세계 최강 골키퍼의 자리에 머무르도록 한 원동력일 지도 모른다.

사진= ⓒ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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