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법 잊은 강원, 이 없이 잇몸으로 사는 법 알다
입력 : 2013.10.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성남] 김성민 기자= 슬금슬금 강등탈출의 낌새를 풍기더니 어느새 잔류권 문턱에 이르렀다. 강원 FC가 12위에 안착했다.

3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일궈낸 성과다. 강원은 성남 일화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4라운드에서 최진호의 후반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강원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 한 경기를 덜 치른 대구를 제치고 강등 직행을 면하는 12위(6승 11무 16패, 승점 29)에 올랐다.

4승1무, 5경기 째 패배를 모르는 강원이다. 자연스레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상승하고 있는 지표가 모든 이유는 아니다. 최근 강원의 행보는 주축선수의 부재 속에서 일궈낸 것이다. 때문에 강원의 분위기는 더욱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여름은 강원의 암흑기였다.

강원은 8경기 동안 단 1의 승점도 챙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강원이 희망을 품었던 것은 지쿠와 웨슬리의 존재였다. 지쿠의 창의적인 경기 운영과 웨슬리의 발 빠른 공격은 강원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검증된 카드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지쿠는 탈장으로 재활에 매달리고 있고 웨슬리 또한 근육 부상을 호소하며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성남전에서도 지쿠와 웨슬리는 얼굴을 보이지 못했다. 100% 전력으로 임해도 아쉬운 강원이 이 없이 잇몸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오는 법이라 했다. 강원이 딱 그랬다. 위기가 기회가 됐다. 주요 선수들의 부재 속에서 숨은 진주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그들의 활약은 지쿠와 웨슬리의 존재를 희석시키고 있다.

이번 성남전에서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한 김봉진(23)과 2선 공격수 이우혁(20)이 선보인 활약상이다.

김봉진은 수비라인 앞에 위치해 성남의 공격 차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남의 공세를 1 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우혁은 강원의 빠른 빌드업 과정의 중심에서 안정적으로 공수 밸런스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더니, 26분에는 페널티 에어라인 근처에서 번뜩이는 중거리 슈팅으로 성남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여기에 돌아온 ‘괴물’ 김영후와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된 ‘날쌘돌이’ 최진호가 화룡점정을 이뤘다. 김영후는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볼을 완전히 간수해내는 완벽한 스트라이커로서의 역량을 발휘했고, 자신의 복귀 골이자 팀의 선제골인 PK골을 성사시켰다.

최진호의 활약은 강원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무기인 빠른 발로 성남의 수비를 흔들던 최진호는 후반 41분 페널티 에어라인 안에서 빠른 돌파 후에 간결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공을 세웠다.

그뿐만 아니다.

강원의 ‘신인 공격수’ 김동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김동기는 승부의 균형이 성남쪽으로 기운 후반 21분에 교체 투입돼 활발한 움직임으로 강원이 흐름을 되찾아오는데 큰 공을 세웠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고 누적과 퇴장, 부상 등으로 전력의 반 이상이 이탈한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귀중한 승리를 따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김용갑 감독의 경기 소감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이가 아닌 잇몸들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2개월 전만 해도 이기는 법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지는 법을 잊은듯하다. 올해 농사의 풍흉여부를 좌우하는 이 시점에서 수많은 잇몸들의 활약 때문에 김용갑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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