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 스위스는 ‘승리 지상주의’ 홍명보 감독에게 약이었다
입력 : 2013.11.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볼은 둥글다’

이 같은 진리는 전력이 열세인 팀에 기대와 바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원에 불과할 뿐, 축구의 가치를 결정짓는 골에 의한 승리와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그러나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상대인 스위스를 맞은 홍명보호는 이 진리와 순리를 뒤집으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인 스위스에 2-로 승리, 그동안의 암울했던 과정을 씻고 모든 성과를 가져오는 팡파르를 울렸다.

한국과 스위스 모두 현대축구 포메이션 대세인 4-2-3-1의 똑 같은 옷을 입고 승리의 방점을 찍기 위해 90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포메이션에 의한 플레이의 화려함은 스위스 보다 한국이 한결 더했다. 여기에는 미드필드에서의 압박과 좌우 측면에서의 활발한 공격과 투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스위스의 ‘방패’를 뚫기 위하여 원톱에 196Cm 장신 김신욱(25.울산)을 내세워, 골문을 노렸지만 한국공격 히어로는 김신욱이 아니라 좌우측 손흥민(21.함부르크)과 이청용(25.볼턴)이었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스위스의 적극적인 수비를 농락하는 화려한 개인 드리블과 중앙을 넘나드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유럽파 다운 진면목을 보여주며 시종일관 스위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군림했다.

이틈을 노려 좌우 윙백 김진수(21.니가타)와 이용(27.울산)도 활발한 오버래핑을 전개, 공격의 무게감을 더하며 볼 점유율에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원의 핵 기성용(24.선덜랜드)도 스위스가 펼치는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에서, 탈압박을 시도하며 공수 매개자 역할자로 후반13분 코너킥으로 홍정호(24.아우크스부르크)의 골을 어시스트,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포백 수비의 안일한 플레이로 스위스에 실점을 허용한 것과 집중력 결여로 몇 차례 위기 상황을 자초한 것은 홍명보호의 수비 전술의 안정성이 아직은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장면이었다. 아울러 코너킥 8개 , 프리킥11개의 세트피스에서 단 1골에 그친 것도 월드컵으로 가는 홍명보 감독에게는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될 체크 포인트다.

스위스와의 경기는 홍명보호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분명 월드컵 유럽예선 10경기(7승3무) 무패를 자랑하고 있는 강호 스위스를 맞아 2-1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은 홍명보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다. 원톱으로 기용한 김신욱도 골은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홍명보 감독이 스위스전에 김신욱의 활용법에 변화를 줘 공격자원으로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킨 점 역시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캡틴 이청용이 후반41분 헤딩으로 승부에 방점을 찍은 것은 홍명보 감독이 요구하는 압박과 빠른 패스의 축구 키워드 보다 더 빛나는 이청용 효과였다.

홍명보호의 스위스전 승리는 2014년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을 앞두고, 지도자, 선수 모두에게 자신감을 갖는 계기인 동시에 팀 전력 향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득있는 경기였다.

‘홍명보 축구는 승리 지상주의다’라는 평가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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