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위기의 쇼트트랙, 금 캐려면 ‘판짜기’ 필수
입력 : 2014.02.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스페셜9 기자= 한국 쇼트트랙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에이스가 없어서 ‘판짜기’가 중요한데 혼자서는 힘들다. 적어도 둘은 있어야 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중인 한국 대표팀은 17일 현재 금, 은, 동 각각 하나로 종합 17위다. 특히 주력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은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에 그쳐 있다. 아직 여자 계주와 여자 1,000m, 남자 500m가 남아 희망을 버리기는 이르지만, 개인 기량만으로는 금메달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쇼트트랙은 자신 이외의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종목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쇼트트랙은 다른 선수와의 싸움이다. 좁은 트랙을 도는 내내 치열한 자리싸움을 펼치며 견제한다. 뒤에서 치고 나오려는 선수 앞에서 속도를 늦춰 막을 수도 있고, 내 페이스가 아닌 선두 주자의 페이스에 맞춰야 한다. 레이스 와중에 엉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낭패다.

하지만 동료와 한 조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판 전체를 주도할 수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러시아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은 혼자 출전했던 1,500m에서 동메달이었지만 동료와 작전을 펼칠 수 있었던 1,000m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러시아는 남자 1,000m 결승에 두 명이나 진출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가 시작부터 앞으로 치고나갔고, 빅토르 안은 4위로 따라갔다. 6바퀴를 남기고 빅토르 안이 한 번에 맨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레프는 이후 빅토르 안의 뒤에 바짝 붙어 추월을 시도하는 선수들의 진로를 교묘하게 차단했다. 빅토르 안이 선두에서 달리고 그리고레프가 막아주는 모양이었다. 경기 내내 틈을 보이지 않은 두 선수는 결국 결승선도 나란히 통과했다.

물론 전성기 시절의 김동성이나 빅토르 안처럼 기량이 압도적이라면 작전도 필요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에이스가 없다. 금메달을 따려면 최소 둘 이상 결승에 올라가 약속된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1,000m 결승 후 신다운 역시 “현수 형이랑 블라디미르 선수랑 같이 작전이 돼서 레이스를 펼쳤거든요. 그런 부문에 대해서 대처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라 말했다.

지난 10일 열렸던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신다운과 이한빈도 같은 조에 편성됐었다. 나란히 1, 2위로 달리다 신다운이 넘어지며 이한빈도 함께 넘어졌다. 같은 조의 ‘나쁜 예’였다. 남은 종목에서는 ‘좋은 예’를 보여주며 금메달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사진=SBS 중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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