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야시엘 푸이그. /AFPBBNews=뉴스1 |
야시엘 푸이그가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것이 본격적으로 LA 다저스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1일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푸이그는 2회말 1-1의 균형을 깨는 우중간 초대형 스리런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다저스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사이클히트 대기록에 3루타 하나가 모자랐던 맹타였다.
특히 D백스의 A.J. 폴락이 9회초 다저스 클로저 켄리 잰슨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뽑아내 6-6 동점을 만들며 잰슨에게 올해 첫 실점과 블론세이브를 안긴 뒤 다저스의 9회말 공격 1사 주자없는 상황에 나선 푸이그의 마지막 타석은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더욱 빛났다. 사실 푸이그 같이 힘 있는 타자라면 이런 9회 말 동점상황에서 굿바이 홈런 한 방으로 홈팬들을 열광시키며 경기를 끝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이날 푸이그의 경우는 3루타만 보태면 사이클히트 기록도 가능하다는 생각도 머리 한 구석에 떠오를 수 있었다. 하다못해 단타만 하나 더 쳐도 ‘한 게임 5안타’라는 자신의 커리어 최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푸이그는 ‘쿠바산 야생마’라는 닉네임과 천방지축 이미지답지 않게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D백스 구원투수 다니엘 헛슨의 잇단 유인구에 끝까지 속지 않고 잘 참아 볼넷을 골라냈고 다음 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볼넷 때 2루로 간 뒤 하위 켄드릭의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올렸다. 푸이그의 끈질긴 타격이 아니었다면 연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던 경기였다. 그는 경기 후 ‘9회 사이클히트 욕심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사이클히트는 중요하지 않다. 출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답해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끝내기 결승타를 친 켄드릭은 경기 후 필드 인터뷰에서 “오늘밤 경기를 이긴 것은 푸이그였다”고 그를 이날의 영웅으로 지목했다.
푸이그는 이날 경기 포함, 올해 단 15게임밖에 뛰지 못했다. 다저스의 시즌 첫 15게임 중 11게임에 나서 타율 0.279(43타수 12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한 뒤 햄스트링 부상으로 생애 처음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올라 지난 주말까지 약 6주 동안 장기 결장했다.
그런데 그가 전열에서 이탈한 뒤 처음 한 동안 다저스는 그의 공백으로 인한 타격을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알렉스 게레로 등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예상치 못했던 맹타를 휘두르며 푸이그가 빠진 파워공백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줬고 무엇보다 다저스가 꾸준하게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그 없이 치른 다음 26게임에서 16승을 거두며 순항을 이어갔다. 푸이그가 비운 자리를 메우는 것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푸이그의 공백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서서히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이후 다저스의 패배 횟수가 잦아지기 시작했고 돈 매팅리 감독은 라인업 카드를 써넣을 때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상대 투수를 감안할 때 불리한 것이 확실한 매치업에 어쩔 수 없이 일부선수를 내보내야 하는 빈도가 커졌다고 한다. 매팅리 감독은 “한 열흘 전부터 푸이그가 빨리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푸이그는 지난 주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4연전 시리즈 중간인 3차전부터 라인업에 복귀했고 돌아오자마자 다저스 팬들에게 그의 공백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복귀 후 4경기에 나선 푸이그는 15타수 9안타(홈런 1, 2루타 3)로 타율 .600을 치고 있고 4타점과 5득점을 올렸다. 이 4경기에서 다저스가 뽑아낸 14점 가운데 절반 이상의 푸이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푸이그는 DL에 올라있는 동안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털어놨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덕아웃에 비디오게임을 설치해달라고 팀에 졸랐다가 퇴짜를 맞았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그가 그 기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논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이 기간중 스트라이크가 아닌 투구에 스윙하지 않도록 타석에서 자제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바로 그 자제력 훈련이 마지막 경기 9회말에 그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볼넷을 골라 출루해 결승득점을 뽑아내는 것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저스는 11일까지 시즌 60게임을 소화하며 시즌 35승25패(승률 0.583)으로 내셔널리그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39승21패, 승률 0.65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선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단 1게임 뒤진 34승26패로 턱밑까지 따라와 있다. 지난 3차례 짝수해마다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따낸 샌프란시스코는 올해가 홀수해라는 사실을 깜빡했는지 이번 시즌에도 페넌트레이스에 참여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다저스 입장에선 결국 목표인 월드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달성하려면 세인트루이스와 샌프란시스코라는 두 천적을 꺾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저스의 이들 팀과 맞대결 결과는 별로 신통치 못하다. 다저스는 두 차례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모두 3게임 싹쓸이를 당하는 등 시즌 8차례 맞대결에서 2승7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론 두 차례 만나 원정에서 1승2패, 홈에서 1승3패 등 2승5패로 눌리고 있다. 어차피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장 중요한 상대들에게 이처럼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껄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시즌을 DL에서 출발했던 클로저 잰슨이 지난달 중순에 복귀한 뒤 8게임 연속 무실점 행진과 7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을 안정시켰고 지난주엔 푸이그도 돌아오며 전체적으로 팀 전체가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다. 류현진과 브랜던 맥카시가 빠진 선발진도 기대이상으로 잘 버텨주고 있다. 5선발로 출발한 브렛 앤더슨은 승패(2승4패)는 그리 좋지 못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선발등판을 거르지 않고 68이닝을 책임지며 방어율 3.57로 제 몫은 해내고 있다. 다저스로선 무엇보다도 4승씩을 챙긴 마이크 볼싱어와 카를로스 프리아스의 활약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겨울 현금 트레이드로 D백스에서 다저스로 온 볼싱어는 올 시즌 7차례 선발등판에서 4승1패, 방어율 2.08의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고 프리아스도 4승3패, 방어율 3.86으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안정된 마운드에 스파크플러그 역할을 해주는 푸이그의 복귀는 다저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의 내셔널리그 페넌트레이스는 더욱 불꽃을 튀게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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