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한동훈 기자]
넥센 박병호, SK 정의윤. /사진=각 구단 제공 |
얄궂은 운명이다. LG를 떠나 뒤늦게 빛을 본 두 거포가 가을잔치의 서막을 여는 동안 LG는 순위와 무관한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단지 '탈G 효과'라는 한 마디로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LG에게는 뼈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할 시즌이다.
11월 7일 개막하는 국제대회 프리미어12 때문에 와일드카드 미디어데이와 시즌 최종전이 같은 날 열리게 됐다. 물론 그 최종전이 가을잔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경기가 됐기에 가능했던 일정이었다. 6일 목동에서는 오후 3시에 SK와 넥센이 미디어데이에 참가하고 잠시 후인 6시 30분 광주에서 LG와 KIA가 2015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LG 출신의 두 거포 유망주가 간판으로 자리 잡은 두 팀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포스트시즌 개막을 알리는 사이 LG는 KIA와 마지막 숙제를 하는 셈이다.
박병호와 정의윤을 LG가 계속 데리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그저 그런 거포 유망주로 시들어가며 꽃을 피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탈G 효과'가 아니다. 누구든 환경이 바뀌고 각오를 새로 다지는 등 특별한 계기가 생긴다면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3년 연속 10승을 거둔 NC 이재학이나 kt의 리드오프로 자리 잡은 오정복도 본 소속팀에서 전력 외로 분류됐었다. LG 출신인 서동욱이나 권용관, 이시찬 등은 소위 '탈G 효과'가 없다. 누가 어디를 나가서 잘 되고 못 되고는 트레이드에서 늘 있는 일이다.
다만 LG가 유난히 '탈G 효과'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하나다. 내보내서 터진 선수는 있어도 키워서 터뜨린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2002년 신인인 박용택이 14년째 LG의 최고 타자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홈인 잠실구장이 너무 커서 거포 유망주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쳐도 안타를 생산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LG는 거포는 물론이거니와 교타자도 키우지 못했다. 박용택이 LG가 배출한 마지막 3할 타자다.
지난 2년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에도 가능성을 보인 유망주는 여럿 있었다. 2013년 김용의, 문선재가 주루는 물론 펀치력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2014년에는 채은성, 최승준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주전 라인업에 남은 선수는 하나도 없다.
올해에는 베테랑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어느 해보다 많은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2군 4할 타자 서상우는 1군에서도 3할 중반(0.340)의 타율을 끝까지 유지했다. 양석환은 수차례 고비를 극복하며 데뷔 첫 해에 풀타임을 소화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익훈은 LG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외야 수비력을 과시했고 74타석에 불과하지만 타율도 3할(0.339)을 넘겼다. 유강남은 사실상 주전 포수 자리를 확보했다.
올 겨울 큰 과제가 LG에게 떨어졌다. 정의윤과 박병호가 4번 타자로 맞붙는 와일드카드전을 보며 와신상담해야 한다. 올 시즌은 비록 9위로 마치지만 가진 자원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의 팀이다. 나가서 잘 된 선수보다 더 훌륭한 선수를 안에서 키우면 '탈G 효과'라는 조롱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한동훈 기자 dhh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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