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한동훈 기자]
NC 김경문 감독. /사진=OSEN |
완패의 충격을 재빠르게 수습했다.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허둥대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찬스를 차분하게 기다렸고 한 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 때 쫓기는 기색이 역력했던 초보 팀의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NC 다이노스가 침착한 역전극으로 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NC는 지난 19일 홈에서 열린 2차전서 경기 내내 끌려 다녔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의 과감한 작전과 평정심을 잃지 않은 선수들의 담대함이 포스트시즌 홈 첫 승을 일궈냈다.
NC는 2014년 준플레이오프서 LG 트윈스를 맞아 완패했다. 4위 LG에 7.5경기나 앞선 3위였지만 가을 무대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홈에서 열린 1, 2차전서 원사이드하게 패했고 3차전을 간신히 따냈지만 4차전서 고개를 숙였다. 큰 경기서 얼어붙었고 조급한 모습을 노출했으며 실수를 연발했다.
이번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NC는 타선이 철저하게 봉쇄당하며 0-7로 대패, 지난해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다. 2차전도 내준다면 두산의 상승세에 그대로 휩쓸려 자칫 3경기 만에 가을 야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부담감 속에 지난 시즌에도 아쉬움을 삼켰기에 위기감은 더 클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는 시작부터 꼬였다.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박민우에서 흐름이 자꾸 끊겼다. 안 풀리는 경기의 전형이었다. 박민우는 1회말 무사 1루서 병살타를 쳤고 6회말에는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설상가상으로 7회까지 단 2피안타로 역투하던 선발투수 스튜어트는 8회초 오재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NC에게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6개. 필요한 점수는 단 1점이었지만 커보였다.
하지만 작년의 NC가 아니었다. 김 감독의 대범한 작전이 빛을 발했고 선수들 또한 실수 없이 200% 수행에 성공했다. 0-1로 뒤진 8회말 무사 1루서 김 감독은 번트 대신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선택했다. 지석훈은 좌익선상 2루타로 연결시켜 동점에 성공했다. 계속된 무사 2루에서야 보내기번트가 나왔다.
1사 3루, 변수가 많은 포지션이었다. 내야 땅볼이나 외야플라이면 역전이었지만 타석에는 전 이닝에 대수비로 투입됐던 김성욱이 서 있었다. 스퀴즈도 나올 법한 상황이었는데 공 2개를 지켜봤다. 2볼로 타자가 극도로 유리해졌다.
김 감독은 이때 스퀴즈를 지시했다. 세이프티 번트가 아니라 주자가 무조건 스타트를 끊는 수어사이드 번트였다. 타자는 역시 무조건 공을 맞혀야 했다.
그런데 더 오묘한 상황이 일어났다. 투수 함덕주가 공을 손에서 빠뜨렸다. 타자 눈높이로 왔는데 김성욱이 방망이를 거둬들였고 폭투가 되면서 지석훈은 그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만일 포수가 공을 잡았다거나 김성욱이 공을 건드려 파울이라도 됐다면 역전 기회는 물 건너 갈 뻔했다. 김성욱은 그 찰나의 순간에 판단을 내렸고 침착하게 움직였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동점 보다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작전을 지석훈 선수가 잘 수행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짜릿한 역전으로 이제 분위기는 NC쪽으로 넘어왔다. 지난해 0승 2패의 벼랑 끝에서 잠실행 버스를 탔다면 올해는 1승 1패, 대등한 상황에서 잠실로 간다. 노련미에 성숙함까지 장착한 NC의 가을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한동훈 기자 dhh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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