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국재환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무너진 두산 함덕주(왼쪽부터), 노경은, 이현승.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터질게 터졌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두산 베어스 불펜진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무너졌다.
두산은 26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9의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단순 1승을 내줬다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 막판 필승조가 4점의 리드를 못 지키고 도미노처럼 쓰러졌다는 점에서 아픔은 더 컸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두산 불펜진의 활약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두산의 불펜은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다. 정규시즌 두산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5.41로 롯데 자이언츠(5.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꾸준히 시즌을 치른 선수들 중 마무리 이현승이 3승 1패 2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로 안정감을 과시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믿음을 주기에 부족한 성적을 남겼다.
함덕주는 7승 2패 1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 표면으로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59로 안정감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윤명준의 경우 4승 6패 7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로 함덕주, 이현승과 함께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남겼지만, 그 역시 불펜투수임에도 불구하고 whip이 1.50에 달했다. 이밖에도 노경은(1승 4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47), 오현택(1승 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5.30), 진야곱(5승 9패 4홀드 평균자책점 7.01) 등도 기본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히 두산 불펜진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각종 위기 상황을 잘 이겨내며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그러나 야구가 결국 평균으로 회귀하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두산 불펜진이 정규시즌 내내 보여준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올 것이라는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다 잡았던 것으로 보였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악몽이 펼쳐졌다.
두산은 6회까지 타선의 힘을 앞세워 8-4로 앞서나갔다. 선발 유희관도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6회까지 삼성 타선을 4점으로 막아내며 어느 정도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7회말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유희관이 7회말 선두 타자 박한이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두산 벤치는 곧바로 함덕주를 투입했다.
약관에 불과한 함덕주에게 첫 번째 한국시리즈는 버거웠던 것이었을까. 그는 대타 배영섭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계속된 무사 1, 2루 상황에서 나바로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포를 허용했다. 스코어는 7-8. 그래도 두산 벤치는 함덕주를 마운드에 남겨뒀고, 그는 일단 최형우를 3루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후속 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결국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등판과 동시에 노경은은 이승엽을 상대했고,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아웃카운트 1개를 적립했다. 이어 채태인을 상대로 1스트라이크 1볼의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이때 두산 벤치는 노경은을 빼고 마무리 이현승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앞선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회부터 3이닝 세이브를 거둔 적이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그에게 기대를 건 것이었다. 그러나 이현승은 채태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폭투까지 범해 2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지영의 평범한 투수 땅볼을 잡았지만 1루 송구 실책을 범하며 삼성에게 8-9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게 두산은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했고, 끝내 점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뼈아픈 역전패로 1차전을 마쳤다.
단순히 첫 판을 내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믿었던 불펜진이 무려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산으로서는 제법 묵직한 심리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두산은 2차전 선발로 '삼성 킬러' 더스틴 니퍼트를 예고했다. 하지만 니퍼트가 2차전에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한다면, 1차전에서 무너진 불펜진을 또 다시 조기에 투입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차례로 무너진 두산 불펜진은 한국시리즈 1차전의 트라우마를 지워낼 수 있을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요원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재환 기자 jk_k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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